불교, ‘연기’란 관계성 법칙 중요시
바른 생각, 실천위해 칠불통계 강조
일곱 부처님 공히 가르치셨던 계율

‘내 이익 위해 타인 힘들게 말라’는
칠불통계, 불교 지향하는 삶의 모습
네트워크 사회인 현재 필요한 金言
이태원 참사, 모두의 잘못이자 상처
나와 남 모두 이로운 행동이 필요해

불교는 연기법이라고 하는 관계성의 법칙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종교이다. 이는 한 대상과 다른 대상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도 이 연기법을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인연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바르게 바라보고 인연들과의 올바른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불교에서 생각하는 궁극적인 삶의 모습이다. 자신 혼자서 안락하고 풍요로운 것이 아니라 주변과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불교적 삶의 실천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과 더불어 주변에 대한 바른 생각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 

즉, 바른 삶을 살기 위해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의식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계율’이라고 한다. 불교의 계율에는 보다 상세한 구분이 존재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칠불통계(七佛通戒)’이다. 이는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이어지는 과거의 6분 부처님이 한결같이 수계하고 가르치시는 계율로서 불교적 삶의 토대이며 완성을 말한다. 

칠불통계는 ‘제악막작 중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로서 ‘모든 악한 일을 짓지 말고 온갖 선한 일을 찾아 행하며 자신의 마음을 청정하게 하라.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라는 내용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로서 누구라도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칠불통계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극히 당연하기에 그 당연함을 잊기 쉽고, 가볍게 생각하기에 행동하기 어려운 것이 칠불통계이다. 그렇기에 불교가 무엇인가라는 백거이의 질문에 도림선사도 이 칠불통계를 말하며 세 살 아이도 알고 있는 것이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칠불통계는 불교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이다. 모든 악한 일을 짓지 말라는 것은 나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힘들게 하거나 그들의 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온갖 착한 일을 찾아 행하라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인연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자신에게 이로움이 있다면 그들과 함께 나누고 회향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청정하게 하라는 것은 스스로의 양심을 속이지 말고 삿된 이익을 위해 자신까지도 속이며 나락으로 떨어지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바로 불교적 삶이라는 것으로 그 자체가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풍요롭고 안락해진 요즘에는 오히려 이러한 삶의 모습이 더욱 사라져 간다. 풍요와 안락을 자신만의 것으로 하려 발버둥치고, 다른 사람의 것조차 자신의 것으로 하려하고, 자신의 양심까지도 속이며 작은 잘못조차도 감추려 애쓴다. 이런 삶의 모습에는 인간다운 인연이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은 함께 살아가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이어질 때이다. 모든 것이 이어져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나 홀로라는 것은 절대 존재할 수 없다. 더욱이 네트워크로 이어진 현대사회는 인드라망의 인연법이 그대로 적용된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혼자만의 이익이나 면죄부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상상할 수조차 없는 참혹한 사고를 겪은 것이 불과 며칠 전이다. 나와 무관한 일이란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고 언제라도 우리의 일로 다시금 벌어질 수 있는 흔한 일상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상대에게 떠넘기고 자신만은 정당하다고 결백하다고 말할 수 있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모두의 잘못이고 모두의 상처이다. 언제나 늦은 뒤에 후회를 한다.

이제는 그 후회 뒤에 다음 삶의 모습을 갖추고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일을 하지 말고, 나와 남이 함께 이로운 일을 찾아 실천하며, 자신을 속이는 일 없이 모든 일에 마음을 두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잘 알아 함께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이는 불교적 삶을 넘어 우리의 삶이 바르게 나아가고 함께 살아가는 토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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