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불교 수행론 논의 주제로 삼아 
 불교 전체 관통하는 핵심과 목표 규명”

불교를 꿰뚫다/등현 지음/불광 펴냄/ 2만5천원
불교를 꿰뚫다/등현 지음/불광 펴냄/ 2만5천원

등현 스님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체험하고 종교에 빠져들었다. 유가의 가르침과 도가의 가르침과 기독교의 가르침을 두루 섭렵하다가 결국 출가를 결심한다. 

출가 후에도 스님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삶의 많은 의문들과 싸웠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굳게 의지하던  믿음까지 흔들렸다. 등현 스님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나에게 세 가지 보배가 무너졌다. 계율에 대한 의식이 무너지고, 괴로움의 진리가 무너지고, 항상 고요와 평온 속에 머무는 무심삼매가 무너졌다. 나는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스님은 뭔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싶었다. 특히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진실을 파헤치고 싶었다. 

그래서 스님은 스리랑카로 가서 남방계를 받고 7년 동안 빠알리어 초기 경전을 공부했다. 남방불교 전통에 따라 수행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대승불교에 대한 믿음이 되살아났다. 

이번에는 인도로 가서 산스크리트어로 된 힌두 경전을 공부했고, 다시 또 7년 동안 대승 경론을 공부했다. 한국에서 출발해 스리랑카를 거쳐 인도까지 찾아간 오랜 구도 여정 끝에 그는 마침내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방황 끝에 대승이 나에게 문을 열고 환하게 웃으며 반겨 주었다. 나의 여행이 드디어 목적지에 도달한 것이다.” 귀국 후에 스님은 자신이 공부하고 깨달은 바를 불교계 신문에 ‘초기불교에서 선까지’라는 제목으로 3년 2개월 동안 연재했다. 등현 스님은 대중에게 널리 이름이 알려진 스님이 아니었고, 연재한 글 또한 세간의 이슈에 부합하는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님의 연재 글은 불교계의 화제가 되었다. 중국불교의 교상판석은 물론, 원효 스님도 미처 완성하지 못했던 회통불교의 모습, 불교의 일미(一味)를 21세기의 언어로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종류의 글도 드물었지만, 그런 글을 쓸만한 역량을 가진 인물은 더더욱 드물었다. 그 바람에 스님 주변의 인물들은 스님과 직접 이야기하고 싶으니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전화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책은 ‘초기불교에서 선까지’의 그 연재물들을 고치고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1부 ‘초기·부파불교의 수행론’에서는 여러 초기 경전과 〈구사론〉에 나오는 수행론을. 2부 ‘대승의 수행론’에서는 중관학파와 유식학파의 수행론과 〈십지경〉에 나오는 수행론을. 3부 ‘선종의 수행론’에서는 〈능가경〉에 나오는 수행론과 달마선 및 조사선의 수행론을 각각 다룬다. 

불교는 교학이기 이전에 실천 수행이다. 이 점에 착안해 등현 스님은 복잡다단한 불교의 수행론을 자세히 분석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의 목표는 단지 불교 수행론을 가르치는데 머물지 않는다.  이 책은 불교 수행론을 논의 주제로 삼아 불교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 가르침과 궁극적인 목표를 치열하게 규명해 나간다. 이 책이 제시하는 불교의 핵심적 가르침과 궁극적 목표는 저자의 개인적 견해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초기불교에서 선불교에 이르는 장구한 불교사를 샅샅이 살펴본 저자의 식견에 기반한 것이며, 불교사에 명멸한 여러 상이한 불교적 사유들에 대한 면밀한 교통정리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러 가지 불교적 사유라는 퍼즐 조각들 각각에 대해 맞춤한 위치를 찾아주었고, 그 결과 그 퍼즐 조각들은 서로 아귀가 맞게 연결돼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불교의 ‘한 맛(一味)’이라 칭한 것은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 큰 그림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 큰 그림을, 불교의 ‘일미’를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조우할 수 있다. 

▲저자 등현 스님은?
근일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86년에 사미계를, 1989년에 구족계를 수지했다. 1993년부터 20여 년간 스리랑카·인도·미얀마 등지에서 수행하면서 빠알리어·산스크리트어·티베트어로 된 불교 원전을 공부했다. 이후 12개국 스님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태국 ‘International Buddhist College’에서 3년간 강의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고운사 화엄승가대학원 원장 소임을 맡고 있으며, 중앙승가대서 강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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