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10월 31일 지정예고
백제代 ‘불교공예 정수’로 평가
고대 사리장엄 연구 절대 사료
부석사 안양루·범종각 보물 지정

국보로 승격 예고된 익산미륵사지 사리장엄구의 금동제사리외호,  금제사리내호.
국보로 승격 예고된 익산미륵사지 사리장엄구의 금동제사리외호, 금제사리내호.

백제시대 불교공예의 정수로 알려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익산 미륵사지 출토 사리장엄구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보물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를 국가지정문화재 국보로 지정 예고하고, <대방광불화엄경소 권88> 등 고려·조선시대 전적, 근대 등록문화재 6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1031일 밝혔다. 또한, 비지정문화재인 봉화 청암정, 영주 부석사 안양루, 영주 부석사 범종각 등 3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되는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2009년 익산 미륵사지 서탑 심주석(탑 구조의 중심을 이루는 기둥)의 사리공(불탑 안에 사리를 넣을 크기로 뚫은 구멍)에서 나온 유물이다. 출토 사리장엄구는 639(백제 무왕 40) 절대연대를 기록한 금제 사리봉영기와 함께 금동사리외호 및 금제 사리내호, 각종 구슬과 공양품을 담았던 청동합 6점을 포함해 총 9점으로 구성돼 있다.

사리장엄구 중 금제사리봉영기는 얇은 금판으로 만들어 앞·뒷면에 각각 11줄 총 193자가 새겨져 있는데, ‘좌평(佐平)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인 백제 왕후가 재물을 시주해 사찰을 창건하고 기해년(己亥年, 639)에 사리를 봉안해 왕실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삼국유사>를 통해 전해진 미륵사 창건설화에서 구체적으로 나아가 조성 연대와 주체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밝힌 계기가 됐다.

사리장엄구 중 금동사리외호 및 금제 사리내호는 모두 몸체의 허리 부분을 돌려 여는 구조로, 동아시아 사리기 중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독창적인 구조이다. 전체적으로 선의 흐름이 유려하고 양감과 문양의 생동감이 뛰어나 기형(器形)의 안정성과 함께 세련된 멋이 한껏 드러나 있다.

익산 미륵사지 사리장엄구 중 사리봉영기 앞면. 기록을 통해 미륵사 창건설화가 확인됐다.
익산 미륵사지 사리장엄구 중 사리봉영기 앞면. 기록을 통해 미륵사 창건설화가 확인됐다.

사리장엄구 중 청동합은 구리와 주석 성분의 합금으로 크기가 각기 다른 6점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중 하나에는 달솔(達率) 목근(目近)’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는데 이를 통해 달솔이라는 벼슬(2)을 한 목근이라는 인물이 시주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명문을 바탕으로 시주자의 신분이 백제 상류층이었다는 사실과 그가 시주한 공양품의 품목을 알 수 있어 사료적 가치와 함께 백제 최상품 그릇으로 확인돼 희귀성이 높다.

문화재청은 백제 왕실에서 발원해 조성된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는 석탑 사리공에서 봉안 당시 모습 그대로 발굴돼 고대 동아시아 사리장엄 연구에 있어 절대적 기준이 된다면서 제작 기술면에서도 최고급 금속재료와 백제 금속공예 기술의 역량을 응집해 탁월한 예술품으로 승화시켰다. 이는 7세기 전반 백제 금속공예 기술사를 증명해주며 동아시아 사리공예품의 대외교류를 밝혀주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 최초 노출 상태. 봉안 당시 모습 그대로 확인됐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 최초 노출 상태. 봉안 당시 모습 그대로 확인됐다.

이와함께 보물로 새롭게 지정 예고된 <초조본 유가사지론> 66<대방광불화엄경소> 88는 고려 11세기에서 12세기 동안 만들어진 불교경전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초조본 유가사지론> 66은 총 100권으로 구성된 <유가사지론>중 권66에 해당하는 고려 11세기에 간행된 자료로, 해당 권차는 현재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는 유일본이다.

<대방광불화엄경소> 88은 총 120권으로 이뤄진 <대방광불화엄경소>의 권88에 해당하는 자료로, 1087(고려 선종 4) 우리나라에 목판이 전래되면서 국내에서 간행되기 시작했다. 이후 1424(세종 6)에 일본이 여러 차례 대장경판을 요구할 때 다른 경판들과 함께 일본에 하사해 그 이후에 찍은 간행본은 국내에서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는 귀중본이다. 현재는 동아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종로도서관 소장 <불조역대통재> 2214책도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원나라 승려 염상(1282?)이 석가모니의 탄생부터 1334년까지 고승들의 전기(傳記)나 일화들을 시간 순으로 엮은 책으로, 1430(명 선덕 5) 다시 간행된 판본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새로 새긴 목판을 1472(성종 3) 인수대비(1437~1504)의 발원으로 찍은 것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번에 국보로 지정 예고되는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 보물로 지정 예고되는 고려, 조선시대 전적 등 7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국보·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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