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문학, 同根서 나온 나뭇가지
불교경전들 산문과 게송으로 이어져
문장 하나하나 웅축된 문학작품 같아
종교·문학, 보완·견제하며 발전해

현재 종교와 문학은 모두 위기 시대
불교, 포교 위해 문화예술 관심가져야
문화예술 전법 방편으로 문학 주목을

종교와 문학은 인간의 의식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나뭇가지와 같다. 모든 종교가 공통적으로 유려하고 함축적이며 서사적인 표현으로 구성된 경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보면 종교와 문학이 같은 DNA를 공유하고 있음을 바로 알 수 있다.

2500년 전에 전법을 행하신 붓다의 말씀을 기록한 경장(經藏)들은 한결같이 기승전결의 부드러운 흐름을 갖춘 산문으로 서술되다가 결말에 이르러 이를 함축한 아름다운 운율의 시와 같은 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불교의 경전은 그 종교적인 가르침을 전하는 문장 하나하나가 모두 현대적인 소설과 시, 수필과 동일한 문학적 형식으로 서술되는 웅장한 문학작품인 것이다.

다만 현대에 이르러 문학은 삶에 대한 교훈적 가르침이라는 소재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누리면서 일견 종교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학은 인간의 삶에 대한 전지적 관점의 통찰력을 제공하는 예술 장르로서의 높은 가치는 여전하다. 사람들은 문학 작품을 통해 수용한 간접 체험을 직관력의 영역으로 유입시켜 지식과 경험의 확장 수단으로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얻은 지식은 직접 경험한 것 못지않게 생동감 넘치는 언어와 문장으로 획득한 것이기에 단순한 암기를 통해 강제로 주입된 지식과는 확연한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텍스트로 서술되는 문학은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어렵고 복잡한 경전을 우회하는 제2의 지혜의 통로와도 같은 순기능까지 제공할 수 있다. 그러기에 문학은 종교에 대해 경전만으로 채울 수 없는 개인적 삶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시키고 절망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보완재로 상호 작용할 수 있다.

문학은 작품을 통해 종교를 배척할 수도 있고 반대로 미화할 수도 있다. 반면 종교는 문학 작품과 작가를 이단으로 단죄할 수도 있고 반대로 경전에 버금가는 높은 단계의 예우를 베풀 수도 있다. 결국 표현의 자유를 획득한 현대의 문학은 종교와는 서로 보완적이면서도 팽팽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관계로 되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종교와 문학의 관계는 새로운 변곡점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교인구의 감소와 문사철로 표현되는 인문학 분야의 위기가 동시에 찾아 온 것이다. 종교적 충성도의 하락이 문학에 대한 무관심과 동시에 벌어지는 것은 어쩌면 종교와 문학은 그 뿌리가 같다는 사실에 대한 또 다른 방증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종교의 위기는 오히려 불교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절대적인 신이 인간의 삶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비대칭성이 감소하고 있다고 보면 연기법에 기반한 불교는 여전히 대칭적인 균형을 유지하면서 과학기술과 충돌하지 않는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종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불교의 가르침은 시대상황에 맞게 새로운 방편을 활용해 펼쳐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새로운 방편으로 우리는 문화예술 분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빈곤의 시기에는 먹을 것을 기르던 마당을, 풍요의 시대에는 아름다운 꽃을 가꾸며 정신적 위안과 함께 삶의 품격을 높이는 방편으로 활용해야 되는 것처럼 이제 다시 현대의 불교는 스스로 문화예술을 가꾸면서 조금 더 품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될 것이다.
 

이러한 문화예술 전법의 한 갈래로서 우리는 다시 문학의 역할에 주목하는 것은 어떨까. 아름다운 화초를 가꾸듯이 불교와 문단이 합심하여 정직한 언어와 유려한 문장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며, 절망과 공포를 희망과 평화로 바꾸어 주는 새로운 문학을 길러내는 창작 인큐베이터를 만들 것을 제안해 본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길러진 문학작품들이 대중적으로 널리 향유되고 작가와 독자들이 깊이 소통하는 문학 플랫폼을 구축해 불교문학 융성의 초석으로 활용할 것도 함께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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