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金言 법문집
기쁨만 취하려는 분별심은 황폐하게 돼
‘기꺼이 견딜줄 아는 삶’의 가치를 역설

글 진우 스님 / 동국 펴냄 / 1만 9천원
글 진우 스님 / 동국 펴냄 / 1만 9천원

“불교의 핵심이자 행복 비결인 인과의 도리를 보다 많은 분들이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정성을 들였습니다. 인과는 ‘괴로움이 오면 반드시 그만큼의 즐거움이 오고야 만다’는 절대적 진리입니다. 그러므로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일은 다른 것이 없습니다. 미리 걱정하거나 예측하지 말고, 그저 모든 것을 부처님이 말씀한 연기법에 맡기며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면 됩니다. 인과를 굳게 믿고, 스스로 마음을 평정하게 다스리며 대자유를 누리시기 바랍니다.”

한국불교 제 1종단 조계종 행정수반인 동시에, 대표 리더인 진우 스님이 제 37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된 뒤 향후 4년간 한국 불교를 이끌 청사진을 그리며 불자들에게 전하고픈 생각을 담아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 종단에 위기가 있을 때마다 친화력과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며 사태를 빠르게 진정시킨 덕분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대중 스님들은 ‘진우 스님’을 찾았다. 이렇게 진우 스님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릴 줄 알았기 때문이다. 스님은 부처님 마음을 부지런히 익히면서 사람의 마음을 읽고 어루만져주는 일에 누구보다 탁월하다.

이번에 내놓은 책 <제발, 걱정하지 마라>에서는 그런 진우스님의 진면목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진우스님은 수 년 전부터 네이버 밴드 ‘오늘의 명상 (https://band.us/@jinwoo)’에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올리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해 왔다. 이 책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소개된 여러 금언(金言) 가운데서 유난히 아름답고 예리한 언어들을 엄선해 묶은 것이다. 오늘날의 진우 스님을 만든 건 결정적으로 스님의 뛰어난 지혜와 안목이있어서 가능했다. 책 속 곳곳에서도 불교의 핵심이자 행복 비결인 인과(因果)의 도리가 행간마다 선연히 빛나고 있어 진우 스님의 깨달음의 진수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진우 스님은 ‘괴로움이 오면 반드시 그만큼의 즐거움이 오고야 만다’는 희망과 용기의 법문으로 우리의 삶을 승화시켜준다. 이 감로법문은 ‘뿌린 대로 거두는 게 삶’이라는 인내와 정진의 교훈이기도 하다. 걱정하지도 예측하지도 말고, 그저 모든 것을 부처님이 말씀한 연기법(緣起法)에 맡기며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면 그만이라고 다독인다. 인과를 굳게 믿고, 스스로 마음을 평정하게 다스리며 대자유를 누리라고 오히려 힘을 불어넣는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고,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인과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가 슬픈 이유는 간단 명쾌하다. 언젠가 기뻤었기 때문이다. 좋음의 과보가 싫음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고업(苦業)과 낙업(樂業)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순환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진(精進)이다. 역경을 당하면 꿋꿋이 인내하면서 머지않아 다가올 좋은 날을 차분한 자세로 기다리면 된다. 좀 더 적극적으로 기다리면 좀 더 빨리 찾아온다. 내면을 밝히는 참선과 함께 남에게 베푸는 보시를 생활하면서 선연(善緣, 선한 인연)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다리기보다는 분노한다. 기쁨과 슬픔이 오가는 것이 삶의 순리임에도 기쁨만 취하려 하는 분별심이 마음을 더욱 황폐하게 한다. 진우 스님은 우리가 갈수록 불행해지는 까닭은 행복만을 추구하려는 습성 탓이라고 지적하며 ‘기꺼이 견딜 줄 아는 삶’의 가치에 대해 역설한다.

책은 총 4장에 걸쳐 110개의 다채로운 잠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과의 도리를 불교적이고 학문적으로 밝히는 법문이 전면에 배치 된 것이 눈길을 끈다. 또한 잘 읽히는 우화(寓話)를 소개하며 거기에 짧은 논평을 붙여 인과법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들도 잔잔한 여운을 준다. 때로는 진우 스님 앞에서 직접 상담 받는 듯한 기분도 들 수 있을 것 같다. 책 속에는 결혼, 자식교육, 계속되는 불운 등등 일상의 문제 앞에서 낙담하고 불안해하는 이들을 위해 당장 도움되고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들도 들어있다. 아주 짤막한 게송들도 있는데 이것들은 선사의 사자후를 닮았다. 갈증이 심화 됐을 때 감로수 한 사발 들이키는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 복잡했던 삶의 번뇌나 고민들이 일순간 말끔하게 정화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하자면 이 책의 핵심은 바로 굳이 애타게 바라지 않더라도 기쁨은 반드시 오고, 몸서리치며 거부하지 않아도 슬픔은 반드시 떠나가고 마는 것이 인생의 영원한 진리이므로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소임과 상황은 기꺼이 받아들이며,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흐름을 유유히 타고 넘어가는 운명애(運命愛)를 갖자는 당부이다. 오랜 수행 전법으로 이뤄진 깨달음이, 명민하고 푸근한 말투의 글로 빚어져 친근하게 다가온다.

“완연한 가을입니다. 올해도 푸르고 높은 하늘 아래서 값진 오곡이 무르익었습니다. 단풍에 물든 산이 귀환하고 계곡물 소리는 언제나 상쾌합니다. 무더위를 내려놓은 햇살이 반갑습니다. 자연의 순환은 이렇듯 우리를 배반하지 않고 때마다 선물을 안깁니다.”는 책의 서문과 같이 실상(實相)은 언제나 평온하고 반듯하다. 헐떡거리고 비뚤어지는 건 항상 우리의 마음이다. 빗나간 시선들을 교정하는 진우 스님의 경책과 조언이 이 책을 다 덮고 난 뒤에도 귓가에 생생히 맴돈다. “정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시 돌아온 가을을 보라. 부처님이 알아서 다 해 주신다.”

책 속의 밑줄 긋기

“법과 질서는 모든 이들의 평안을 위해 만들어 놓은 수단이다. 이를 어기는 것은 절대다수의 평안을 해치는 위법이 된다. 하지만 법과 질서가 너무 빡빡하게 적용돼 사람들의 평안을 깬다고 한다면 수단이 목적을 방해하는 꼴이 되고 만다.”(120p)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더 큰 이익을 보려고 한다. 인과를 모르니 그러고 산다. ‘기분 좋음’의 인연을 만나면 반드시 그와 똑같은 크기의 ‘기분 나쁨’이 닥쳐온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지고 재지 말자. 후회할 것도 없다. 모든 것은 부처님, 곧 인연 연기가 저절로 그렇게 된다. 알아서 나를 보호해 줄 것이다.”(129p)

 

진우 스님은…1972년 강릉 보현사로 출가했으며, 1978년 백운 스님을 은사로 수계했다. 오대산 상원사 청량선원, 담양 용흥사 몽성선원(개원) 등에서 수선안거했으며, 장성 고불총림 백양사 주지를 지냈다. 이후 대한불교조계종 호계재심위원과 조계종 교육원장을 역임했다. 10년 전 용흥사 몽성선원을 개원하며 스스로 공부를 점검하고 정진을 다짐하는 결심으로, 예불을 끝낸 이른 아침 가장 맑은 정신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다짐과 실천은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네이버 밴드 ‘오늘의 명상’(https://band.us/@jinwoo)을 통해 두려움을 떨치고 자유로운 삶에 이르게 하는 감로법(甘露法)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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