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도 브라만 계급사회 주도해
‘아웃카스트’ 관습 印발전 저해요소
카스트 제도 반대한 사문이 부처님
“출가자 계급 상관없이 석가 제자”
누구나 승가 속하면 평등함을 강조

아직도 곳곳엔 아직 인권 경시 만연
부처님이 설한 인권사상 돌이켜보길

인도에서는 고대로부터 여러 종교가 발생했는데, 인도를 벗어난 종교는 없다. 불교만이 인도를 넘어선 세계 4대 종교 가운데 하나이다. 불교가 전 세계 종교로 발전한 것은 인도 문화의 색채를 벗어나 인류의 보편적인 인권과 생명존중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리아인이 기원전 1500년경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인도에 침입했다. 이들은 직업의 분화를 정립했는데, 신에게 제사 지내는 바라문·왕족·서민·노예 계급이다. 이렇게 네 계급으로 나누어 구별했는데, 이를 카스트(caste) 제도라고 한다. 브라만들은 업과 윤회사상을 토대로 그들의 계급을 정당화하며, 사람들에게 숙명처럼 받아들이도록 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카스트에 들지 못하는 ‘아웃카스트(out-caste)’이다. 카스트 제도에 의해 신분이 다른 계급 간에 혼인을 금지하며, 식사도 함께 할 수 없다. 현재도 인도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기원전 6세기 바라문교의 카스트 제도를 반대한 사문이 있었는데,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그 어느 계급일지라도 믿음이 견고해 출가한 사람은 이전의 종족(계급)과 상관없이 석가의 제자”라고 하셨다. 그래서 승가를 큰 바다(大海)에 비유하는데, 물이 어디서 흘러왔든 바다에 들어오면, 함께 섞이듯이 출가 전 어떤 계급이었든 승가에 들어와서는 ‘똑같이 평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숫타니파타〉에는 이렇게 언급돼 있다. “사람은 출신 성분으로 인해 천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귀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행위에 의해 천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행위에 의해 바라문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가치는 태어날 때의 계급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이 청정하고 행위가 진리에 정당한 것이라면, 그 자체로 존경받아야 한다는 지론이 석가모니 부처님 사상이다.  

부처님께서는 당시 천민 출신이어도 왕족 출신과 똑같이 대하였다. 천민 출신의 대표 존자가 계율제일인 우바리존자이다. 우바리는 출가하기 전, 왕족들의 머리를 깎아주던 이발사이다. 왕족 출신 비구들은 우바리를 출가 교단에 받아들이는 것조차 반대하며, 부처님의 사상을 의심하기까지 했다. 우바리 이외에도 천민 출신 승려는 마부였던 챤나가 있고, 분뇨를 청소했던 수니타 등이 있다. 

또 부처님께서는 승가에 여성을 출가자로 받아들였다. 당시 여성 출가자 중에서 왕족·바라문의 딸도 있지만, 유녀출신 비구니가 있는가 하면, 결혼에 실패한 여인도 많았으며, 천민 계층의 여인도 있었다. 〈장로게〉가 비구의 깨달음을 읊은 게송이라면, 〈장로니게〉는 비구니의 수행 경지나 오도송을 모아놓은 것이다. 〈장로니게〉는 〈장로게〉와 똑같이 결집됐는데, 비구니가 비구와 동등하게 존중받았음을 추론해 볼 수 있다.
 

한편 부처님의 인간 평등사상을 알 수 있는 경전이 있다. 〈육방예경〉인데, 부처님께서 장자의 아들인 선생에게 동서남북·상하 여섯 방향에 예배하라고 하였다. “동방은 부모, 남방은 스승, 서방은 아내, 북방은 친척, 하방은 하인, 상방은 수행자라고 생각하고, 예를 올리라.”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아내와 하인들이다. 여인이 대접받지 못하고, 계급제도가 심각한 인도에서 부처님은 여인과 하인에게도 늘 감사의 예를 올리라고 한 것이다.   

현 시대에도 세계 곳곳에서 인종 청소가 자행되고, 인권이 유린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아시아 노동자들이 차별받고,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차별받는다. 또 갑질로 인해 현대판 계급제도가 사회에 만연되어 있으며,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여성가족부 폐지로 여성들의 인권이 퇴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니 2600여년 전의 석가모니 부처님이 주장한 인권 평등이 재조명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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