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 나선 뉴욕타임즈 디지털 구독 1000만명 달성
저널리즘 바탕으로 분야별 뉴스 묶어서 구독상품 판매
디지털 유료 구독 시대 준비를… 충성 독자 확보 필요
불교, 디지털 세대위한 콘텐츠 발굴해 독자로 흡수해야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환경을 겪으면서 인류에게 디지털 비대면의 세계는 일상이 됐다. 이제 세상은 더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되고 있으며, 모든 사물과 인간이 더 촘촘하게 디지털로 연결되고 있다. 산업 전 분야에서 디지털 허리케인이 휘몰아치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 전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과거의 틀에 안주하는 기업들은 한순간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코닥과 노키아의 사례는 이 사실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언론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디지털 시대 언론 산업은 급속한 속도로 변화하고 재편될 것이다. 언론 기업에게 디지털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이 되었다.

디지털 시대 언론의 혁신을 얘기할 때 가장 빈번히 언급되는 사례는 뉴욕타임스(NYT)이다. 한 때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경쟁자로 거론 되었으나, 뉴욕타임스는 현재 전세계 언론 기업 중에서 혁신 성공 모델로 독보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어떻게 글로벌 뉴스 미디어의 최강자가 되었는가? 2014년 작성된 ‘혁신보고서(Innovation Report)’는 힘들고 빠른 경쟁자에 의해 어려워진 뉴욕타임스가 사내외 혁신을 통해 근본적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기성찰적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편집국과 비즈니스팀 사이의 협력과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한다는 방향을 설정하였고, 그로부터 채 10년이 되지 않은 2022년 2월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1000만 유료구독자 돌파라는 기념비적인 성과와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로써 뉴욕타임스는 언론이 ‘디지털 퍼스트’에 이어 ‘구독 퍼스트’로 가야한다는 저널리즘과 비즈니스 측면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의 레비엔 CEO는 지난 9월 투자자의 날 연설에서 뉴욕타임스가 종이신문 중심에서 ‘디지털 구독’으로의 전환을 선택한 것을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주목할 사실은 그가 디지털 구독이 성공한 배경을 가치 있고 품질 높은 저널리즘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불확실성 시대에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의 뉴스 정보를 필요로 하며, 새로운 MZ 세대는 디지털 뉴스를 구독하는 데 익숙해 언론의 권위와 신뢰가 비용 지불로 이끄는 출발점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구독 모델이 성공한 이면에는 ‘구독 상품’ 확장 전략이 숨어있다. 강력한 저널리즘의 산물인 고품질 ‘뉴스 상품’을 기본으로 하고, 쿠킹·게임·소비자 리뷰 등을 이용하는 이용자에게 ‘묶음 상품’을 제공하여 선택하게 하는 전략이다. 뉴욕타임스는 저널리즘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묶음형 구독 상품을 개발하여 수익을 확장하는 전략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번들 구독자의 이탈률이 단순 뉴스 상품 구독자보다 40% 이상 낮다고 내부적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언론에 구독 모델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포털이 지배하는 유통 생태계의 문제와 같은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다가올 유료 구독 시대를 대비해야 함은 자명하다. 이에 앞서 언론이 추진해야할 일이 충성도 높은 독자층을 형성하기 위한 전략의 수립과 실행이다. 구글뉴스이니셔티브(Google News Initiative)와 미디어오늘이 ‘디지털 성장 프로그램(Digital Growth Program)’에서 세계 여러 언론사 사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방문자 중 20%의 충성 독자가 트래픽의 80%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충성 독자의 형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렇듯 독자와의 관계 형성이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독자의 재방문 비율을 높여 충성도 높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뉴스레터가 주목받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뉴스를 팔려하지 말고 관계와 가치를 팔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언론매체가 뉴스레터를 실험하고 있다. 뉴스레터를 통한 충성 독자 확보 전략은 언론사 조직 전체의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뉴스레터 구독자에게 어떤 가치를 공유할 것인지, 이를 위한 편집전략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등을 조직 전체가 공유하여야 한다. 

디지털 시대 기업의 제품 혁신 전략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 전략 못지않게 중요하다. 언론의 경우 제품, 즉 저널리즘 콘텐츠가 신뢰와 권위를 인정받을 때 비즈니스 모델의 토대가 구축될 수 있다. 제공자가 아닌 소비자로 중심축이 이동한 디지털 경제 체제 속에서 독자의 니즈와 요구를 충족하는 저널리즘 콘텐츠를 개발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부산의 ‘산복 빨래방’을 들어보았는가? 산복 빨래방은 부산일보가 지난 5월 9일 부산의 한 산복도로에 위치한 호천마을에 문을 연 무료 빨래방이다. 폐가를 고쳐 세탁기와 건조기 각 2대씩을 설치하는 데 회사 예산 2000만 원을 투입했다. 산 중턱을 굽이굽이 잇는 부산 산복도로는 부산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장소로서 주민들이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털어 놓는 이야기는 피난 시절 이야기부터 고무공장 다니던 이야기, 옛날 동네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주민들의 이야기는 부산일보의 지면은 물론 온라인사이트인 부산닷컴, 유튜브, SNS에 공유되는 기사와 콘텐츠는 독자들과 언론으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금 전세계 언론 산업계에는 디지털 혁신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고객을 확보하고 시장을 점유할 수 있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지 못하는 언론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디지털 전환기에 불교 언론이 처한 여건은 일반 언론과 다르지 않다. 일반 언론기업 사례에서 보았듯이 불교 언론도 콘텐츠 유료화 시대를 대비하여 구독 모델을 준비하고 실험할 필요가 있으며, 뉴스레터 등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충성 독자 확보 전략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
 

디지털 세대의 니즈에 맞춘 신규 콘텐츠의 발굴을 포함하여, 이들을 독자층으로 확보하기 위한 디지털 세대 대응 종합 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 불교 언론의 미래가 이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며, 이것이 불교 언론이 가야할 길이다.

끝으로 거시적 차원에서 불교 언론이 디지털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변화,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 혁신적인 기업의 성공 사례 등과 같은 디지털 경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내적 변화 및 혁신의 필요성과 위기의식이 전사적으로 공유되어야 하고, 경영진의 정확한 의사결정과 시장판단이 적시에 내려져야 한다. 이것이 디지털 전환 시대를 넘어서야 하는 불교 언론에 요구되는 또 다른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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