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악산 자락에 이색 사찰이 문을 열었다. 9월 19일 개원한 ‘무산선원(霧山禪院)’이다. 선원명에 나타났듯이 이시대 선지식이자 시조시인이었으며, 문화예술인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한 前 신흥사 조실 무산 스님(1932~2018)을 기리는 공간이다. 북한산에서 내려오는 고즈넉한 계곡 옆 약 200평 공간에는 법당과 작은 강당인 요사채가 놓였다.

작은 암자가 있던 이곳은 무산 스님의 제자 삼조 스님의 원력으로 반년간 리모델링 끝에 현대적이고 파격적으로 재탄생했다. 법당 외벽은 무산 스님이 생전에 남긴 그림이 담겼고 ‘파도’ ‘아득한 성자’ 등 스님의 시조 작품도 친필로 새겨져 있다. 요사채 안에는 스님이 생전 수했던 가사와 함께 유골함, 주석했던 백담사에서 공수한 돌로 조성된 돌탑이 전시됐다. 

입구 쪽 마당에 마련된 불상 옆에는 약 2m 높이의 성모마리아 상도 들어설 예정이다. 종교 구분 없이 누구나 거리낌 없이 찾아오는 공간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이는 종교 간 화합을 강조한 무산 스님의 뜻을 계승하는 일이다.

‘설악산 호랑이’로 불리며 정치권과 문화계, 종교계, 사찰 인근 지역 주민까지 이념과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이와 거리낌 없이 인연을 쌓았던 무산 스님. 무산선원 주지 선일 스님은 이곳을 다양한 예술과 종교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무산 스님의 정신을 잇기 위해 전통적인 참선이나 기도보다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제공하려 한다는 뜻을 밝혔다.

백담사 인근에 ‘만해마을’을 만들어 시인과 소설가들이 창작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집필실을 제공했고, 매년 ‘만해축전’을 통해 문화예술 잔치를 벌였던 무산 스님의 세상을 향한 깊은 뜻이 서울 북한산 자락에서도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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