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도어스테핑 ‘화제’
적극적인 소통 의지 상징한 행보
美·英 등 도어스테핑 일상 관행
현안 홍보·악재 선제 대응 활용

도어스테핑 안정위한 방안 고민을
표현 정제 등 메시지 관리 힘써야
도어스테핑, 새 소통으로 자리하길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이 화제가 되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출퇴근 길에 기자들과 질의 응답하는 대통령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도어스테핑은 윤석열 대통령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행보다. 이렇게 시작한 도어스테핑에 대해 대체로 언론은 대통령의 언론 소통 방식을 진일보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잠깐 서서하는 약식 기자회견’으로 풀이할 수 있는 도어스테핑은 미국·영국·일본·캐나다 등에서 관행으로 자리잡은 즉석 문답 형식의 회견이다. 도어스테핑은 ‘집 앞 계단’을 뜻하는 영어 단어 ‘Doorstep’에서 생겨난 언론 용어로서, 영국 BBC의 매뉴얼에 따르면 언론이 사전 동의를 얻지 않고 취재원의 거처, 중요한 장소 등에 진을 치고 취재하는 것을 말한다.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 도쿄 지요다구 일본 총리 관저에는 출퇴근 시간에 방송 카메라와 기자들이 대기해 있는 게 일상이다. 이런 관행이 청와대의 개방과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물리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일본 총리는 출퇴근길은 물론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공관 로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한다. 지난해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바현 지진 발생시 새벽 시간에 기자들을 부르는 등 주요 사안이 있을 때는 밤에도 기자 앞에 나서고 있다. 국정 현안을 신속히 알리고, 위기 때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소통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은 전용 헬기가 뜨고 내리는 백악관 사우스론(South Lawn)에서 근처에 대기하는 기자들과 즉석 토크를 하는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시끄러운 환경 상 세밀한 질문이 어렵고, 보통 대통령의 일방적인 발언으로 끝나곤 하지만 언론의 입장에서는 현장 대면을 통해 대통령의 온도를 유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한국은 언론시스템과 언론 자유가 세계 상위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정례 회견의 횟수나 방식, 대변인이나 관계자의 충실한 브리핑은 미진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하고 바람직한 소통 방식이 관행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본인을 포함한 관련 참모들의 의지, 언론의 역량, 물리적 환경이 중요하다.

소통 문제를 두고 정부과 언론 간의 긴장관계는 불가피한 속성을 가진다. 생존을 위해 상호의존적 공생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정보를 두고 벌이는 신경전과 갈등은 숙명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1일 대통령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11명이 나왔다는 이유로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하였다. 마침 도어스테핑이 국정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돼 코로나19 재확산은 핑계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이 메시지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 도어스테핑을 지속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다음 날 윤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음으로써 도어스테핑은 하루 만에 재개되었는데,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지속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가 지지하는 도어스테핑이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이 정제되도록 메시지를 관리하고, 종합적인 이미지 제고도 고려해야 한다. 메시지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 대통령의 발언 빈도와 양을 줄이도록 참모와 장관들이 역할을 분담할 필요도 있다. 국민의 신뢰는 대통령의 소통 의지뿐만 아니라 소통에서 드러나는 메시지와 태도가 더해져 형성된다.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의 산물인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임기 내내 지속돼 새로운 언론 소통 관행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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