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원폭돔 근처 사찰에 봉안
1955년 일시 폐사되며 소재 묘연
2011년 4백km거리 나라현서 발견
지난 7월 1일 히로시마 이운 점안

히로시마로 돌아온 ‘히로시마 대불’. 사진출처=아사히 신문
히로시마로 돌아온 ‘히로시마 대불’. 사진출처=아사히 신문

2차 세계대전 당시 원폭으로 희생된 이들을 위령하기 위해 히로시마 시내 사찰에 봉안됐던 거대한 아미타불상, 행방불명되었던 ‘히로시마 대불’이 약 67년 만에 귀향길에 올랐다. 전쟁의 아픔과 평화를 위한 불상의 귀향을 지난 7월 3일, 일본의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다.

1950년, 미군정 치하의 일본에서 원폭희생자들을 위령하기 위해 높이 약 4m에 달하는 아미타대불이 폭심지였던 원폭 돔 근처 사찰에 봉안됐다. ‘히로시마 대불’로 명명된 이 불상은 13세기경에 조성된 목조 좌불로, 봉안 이후 매년 원폭투하일인 8월 6일마다 지역 부흥을 위한 여름 축제를 겸하여 성대한 법회가 봉행됐다. 당시 기록과 사진자료들에 따르면 5마리의 소가 끄는 우차에 불상을 모시고 시 중심가를 순회하는 행렬을 하는 등 지역에서 소중하게 모셔져왔다,

그러나 1955년 히로시마 재정비 사업으로 불상이 모셔진 사찰이 일시 폐사되면서 불상의 행방과 소재가 불명확해졌다. 그러다 지난 2011년 원 봉안처에서 400km가 떨어진 나라현의 한 사찰에서 대불이 발견됐다.

나라현에 소재한 천년고찰 고쿠라쿠지(極쁓寺). 주지인 다나카 젠기 스님은 “선선대 주지스님이 고물상을 통해 모셔왔다. 당시 스님껜 ‘히로시마에서 온 부처님’이라고만 전해 들었다”며 고쿠라쿠지에 봉안하게 된 내력을 전했다. 스님은 “이후 고서점에서 발견한 사진집에 이 불상이 실려 있는 것을 보곤, 혹시나 히로시마 대불이 아닌가 생각해 나라국립박물관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2011년 나라박물관은 고쿠라쿠지에 안치된 불상이 ‘히로시마 대불’임을 확인하면서 코쿠라쿠지는 원폭투하일에 맞춰 희생자들을 위한 천도재를 매년 올려왔다.

행방불명되었던 대불의 발견은 히로시마 불교계에 큰 기쁨을 안겨 줬다. 이후 젠기 스님은 “고향으로 한 번이라도 돌려보내고 싶다”고 발원, 히로시마 불교계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과 위원회를 발족하여 방법을 모색했다. 먼저 대불을 안치할 장소부터 난항이었다. 위원회는 여러 장소를 물색한 끝에 본래 원폭희생자들을 위해 일부러 폭심지 근처에 봉안했던 역사에서 원폭돔이 내려다보이는 빌딩의 전시장을 빌려 봉안하기로 결정했다. 비용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하여 불상의 귀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지난달 21일, 히로시마 대불은 머리, 몸체, 발 셋으로 분리되어 히로시마로 이운됐다. 이운을 담당한 업체는 “평소 대형 기계의 운반이나 설치를 주로 하고 있으나 대불 운반은 처음이었다”며 “희생자들을 돌보는 부처님이 원래의 자리로 오신다는 말에 큰 책임을 느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1일, 히로시마 불교계의 스님들이 모여 봉행된 점안식에서 젠기스님은 “뒤를 이어나갈 젊은 세대들이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고 평화를 사랑하길 바란다”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불상이 귀향한 의의를 전했다. 히로시마 대불은 오는 9월까지 히로시마에 봉안되며, 오는 8월 6일엔 옛날의 행렬과 천도재를 다시금 부활할 계획이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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