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상담 심리치료 전문가 자격 취득
수행과 상담심리의 융합 체험을 소개해
​​​​​​​직접겪고 체험한 여정 가감없이 그려내

효록 지음 / 운주사 펴냄 / 1만5천원
효록 지음 / 운주사 펴냄 / 1만5천원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승려로서는 최초로 권위 있는 상담심리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효록 스님이 털어놓는 자기 치유 이야기이다. 출가수행자와 상담전문가라는 권위와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감추고 싶었을 자신의 내면까지 온전히 드러내 보여주는, 그리고 그것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담은 심리치유 경험담이자 탐험기이다.

인간의 마음은 복잡 미묘하다. 그래서 ‘내 마음 나도 몰라’라는 말에 공감한다. 마음은 교육 받은 대로만, 논리적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내 마음도 잘 모르는데 다른 사람 마음을 어떻게 알겠는가? 일반적으로 동양의 전통적인 수행과 종교는 개인의 정서적인 측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서구의 심리학은 영적인 영역에 무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두 영역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마음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대응을 위해서는 상호 융합적 연구와 성찰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인간 의식 연구 대가인 켄 윌버는 의식 발달의 두 가지 길을 말하는데, 성장의 길은 자신의 무의식적 그림자를 자각하고 치유함으로써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는 길이고, 깨달음의 길은 조건화된 자아의 경계를 넘어 자기의 참된 본성을 찾는 길이다. 성장의 길은 서양의 심리학과 심리치료가 탐구해온 영역이고, 깨달음의 길은 동양의 수행과 지혜 전통이 밝혀왔던 영토이다. 이제 이 두 가지 길은 함께 조망되고 융합, 통합되어야 한다.

저자인 효록 스님은 이 두 길을 걸어가는 수행자이자 상담심리전문가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이 두 길이 어떻게 융합되고 통합될 수 있는지, 자신의 체험을 통해 보여준다. 즉 승려로 출가해서 상담심리전문가가 되고, 심리상담과 명상을 통합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탐험기이다. 그리고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심정을 가장 잘 아는 것처럼, 내담자로서 오랜 기간 상담을 받았던 경험은 상담심리전문가가 되는 데 커다란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스님은 이 여정에서 가장 보고 싶지 않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신의 바닥까지 용감하게 내보인다. 그는 스님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권위 있는 상담심리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 물론 자격증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는 치열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찰했으며, 끊임없이 부딪히는 자신의 내면과 주변 환경 등을 극복해냈다.

이렇듯 이 책은 시중에 흘러넘치는, 적당히 위로하며 대충 살아가게 하는 부류의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자신의 내면으로 깊게 침잠하여 고통과 자신의 방어기제들을 더 철저히, 온전하게 직시하는 것만이 작은 에고로부터 해방되는 길이라는 제대로 된 가이드를 제시한다.

수행자 중에는 깨달음을 명목으로 영성과 영적 수행을 이용하여 개인적·감정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회피하거나, 불안정한 자기를 지탱하려고 하고, 기본적인 욕구나 감정 그리고 발달 과제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치부해 버리는 영적 우회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효록 스님은 이 책서 자신이 직접 겪고 체험한 치열했던 여정을 가감 없이 그려내고 있다. 자신 안에 있던 빛과 그림자, 상처와 영광 모두를 보여준다. 이처럼 자신 안의 천사와 악마를 모두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선과 악의 이원성을 넘어서는 시각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의 실제적 경험과 체험을 바탕에 두고 동서양의 심리치료와 명상을 결합시켰다는 점이다. 여성 수행자로서 때로 감추고도 싶었을 자신의 모든 면을, 내면을 성찰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내어주고 고백한 스님의 용기 또한 박수 받아 마땅하다. “나는 이 책에 내 수치심 죄책감 불안 공포 두려움 분노 우울 무기력 불신 등 부정적인 감정과 신념의 찌꺼기를 마주하는 흔적과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을 담았다.”는 저자의 말처럼,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나는 힌트를 얻어가기를 기대한다. 이 책을 출간하는 지금도 스님은 여전히 공부하고 성찰하고 스스로를 실험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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