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 도둑 잡는 법 ‘의도적 마음챙김’

스마트폰 치우고 일에 집중
대화에선 경청의 습관 도입
화가 날땐 객관적 바라보기
의도적 마음챙김 효과 높아

 

 

▶한줄요약

마음챙김도 습관이 필요하기에 의도적으로라도 시도해야 한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냥 밥만 먹고 살아도 되는데, 그 밥에 양념을 하고 심지어 자기 밥을 남에게 덜어주는 데서 행복감을 느낀다.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삶에서 내가 간절히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평소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일상은 습관적이고 무의미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 마냥 켜져 있는 텔레비전처럼 무의식에 지배되는 자동모드의 삶일 뿐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그의 저서 〈굿라이프〉에서 인간이 어떤 의미를 추구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면, 즉 의식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의식 경계는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무슨 영화를 볼지 등 지극히 사소하고 감각적인 것에서부터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행복한 인생은 무엇인지 등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내용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다채롭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인간 의식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주제를 일(Work), 사랑(Intimacy), 영성(Spirituality), 초월(Transcendence) 네 가지로 분류한다. 각각의 앞 글자를 따서 ‘WIST’라고 부른다. 이중 ‘일’은 의식을 지배하는 첫 번째 주제이자 가장 강력한 주제다. 그렇다면 우리 삶과 의식 전반을 지배하고 영향을 미치는 일에서 의미를 추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이자 결론은 습관적인 삶으로부터의 탈피다.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중국의 탕왕(湯王)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희대의 폭군 걸왕이 지배하던 하나라를 무너뜨리고 은나라를 건국한 탕왕은 세숫대야에 ‘구일신일일신우일신(苟日新日日新又日新)’이라는 아홉 글자를 새기고 세수할 때마다 들여다봤다고 한다. 매번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새롭게 변화하려는 다짐이다. 하루가 새로워지려면(苟日新), 나날이 새롭게 하고(日日新), 또 새롭게 해야 한다(又日新)는 뜻이다. 탕왕은 30여 년의 긴 재위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흐트러지거나 타락하지 않고, 늘 어질고 반듯한 임금으로 역사에 남았다. 그 까닭은 습관적인 삶이 아니라 매 순간 깨어 있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매 순간을 새롭게 보는 힘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든 간에, 습관적이고 타성적인 업무 패턴에서 벗어나려면 매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목적과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야 한다. 훌륭한 인생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지 않으며 작은 변화들이 쌓여 비로소 나타나는 법이다. 조금 더 잘해보려는 진지한 의도와 노력이 있을 때, 자신은 물론 자신이 속한 조직도 건강해질 수 있다. ‘늘 깨어 있는 삶’이라는 좋은 습관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현재하고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의 주의는 현재에 머물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과거나 미래로 방황하는 경우기 많다. 이러한 현상은 매일 자신의 행동 양식을 살펴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나도 모르게 주의를 빼앗기는 가장 일반적인 사례로 스마트폰, 대화할 때, 화가 날 때 활용할 수 있는 마음챙김 훈련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스마트폰에 주의를 빼앗기는 사례를 살펴보자. 요즘은 기술 발전 덕분에 세상은 풍요로워지고 삶은 날로 윤택해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은 매우 편리하고 유용한 디지털 기기다. 일상의 삶은 물론 직정에서도 모든 업무는 이미 스마트폰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만큼 갈수록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심지어 스마트폰이 고장 나거나 배터리가 떨어지면 분리불안 장애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의 주인이 아니라 오히려 스마트폰에 속박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스마트폰에 의한 마음놓침 상태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은 아주 강력한 ‘주의력 도둑’이다.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스마트폰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나의 행복을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것이다.

이런 주의력 도둑을 잡는 방법은 의외로 아주 간단하다. 의도적으로 마음챙김으로 주의를 돌리기만 하면 된다. 이를 위해 하루 일정을 시작할 때, 30분에서 1시간 정도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업무에 몰입하는 ‘디지털 디톡스’ 습관을 길러보자. 스마트폰이 눈에 보이는 곳에 있으면 소리나 불빛 때문에 지속적으로 방해받게 마련이고,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분산되면 결국 어떤 일에도 온전하게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일단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음에는 불편하거나 불안할 수 있다. 자꾸 스마트폰이 생각나고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그저 가만히 그런 나를 바라본다.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와 생각이 일어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면서 침묵 속에서 잠시 자신의 반응을 조용히 지켜보라. 지그시 마음을 관찰하다 보면 생각과 감정이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간헐적 디지털 디톡스’ 시간은 언제 가져도 무방하다. 아침 업무 시작 전만이 아니라 업무 집중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언제라도 좋다.

두 번째 사례는 대화할 때이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대화를 하며 지낸다. 하지만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진심을 다해 온전히 주의를 기울는 것이 쉽지않다. 상대방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비판하고 분석하고 저항하는 버릇을 갖고 있다. 나도 모르게 상대방으로부터 주의가 이탈되는 것이다. 이럴 때 “아! 내가 이 사람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비판하고 분석하고 저항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릴 수 있다면 대화가 질적으로 달라진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일단 무조건 침묵을 유지한다. 침묵은 외적인 목소리뿐만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까지 끄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상대방 말을 공감의 태도로 받아들인다.

이것은 상대의 주장을 전부 수용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현재에 온전히 깨어서 상대방의 말에 주의를 집중하고 그 사람을 존중하라는 뜻이다. 경청(傾聽)을 넘어 경청(敬聽)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기 전에 자신의 생각을 조급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경청할 때는 내용만이 아니라 목소리의 파동과 진동도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의 음색과 목소리 크기, 사용하는 단어, 표정과 몸짓과 눈동자를 빠짐없이 세세히 마음에 흡수한다. 말하는 내용만이 아니라 그가 표현하는 분위기와 의도 등도 주의 깊게 경청한다. 무엇보다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자신이 할 말을 머릿속에 미리 준비하거나 연습하지 않는다.

대화 도중에 내 생각과 다르거나,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거나, 화가 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때가 바로 마음놓침의 순간이다. 그럴 때는 말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 전에 먼저 마음으로 신체 감각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바라본다. 열이 나거나 긴장감, 답답함, 떨림 등의 여러 느낌이 있을 것이다. 그중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곳에 주의를 두고 찬찬히 바라본다. 그리고 그 부위로 호흡을 해본다. 숨을 들이쉴 때 그 부위로 숨이 들어간다고 상상하고, 숨을 내쉴 때는 그 부위에서 숨이 빠져나간다고 상상하면서 숨을 쉰다. 이렇게 마음챙김으로 나의 온 마음을 기울여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 그에게 나의 진심이 전해지게 마련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선물이다. 자연스럽게 대화의 결과도 달라진다. 결정적으로 그에게서 내가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판단하기 전에 온전한 주의를 기울여 경청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화가 날 때를 살펴보자. 우리가 주의력을 가장 쉽게 잃어버리고 마음이 쉽게 이리저리 방황하는 순간은 화가날 때일 것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다양한 이유로 화나 분노를 경험하는데, 속수무책을 화에 휩쓸려 화와 자신이 하나가 되는 경험을 많이 한다. 이때 가장 먼저 화가 난 정도를 1부터 10까지 수치화하는 노력을 해보라. ‘소노(小怒)’인지 ‘중노(中怒)’인지 ‘대노(大怒)’인지 ‘극대노(極大怒)’인지, 분노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그 숫자를 기억하면서 천천히 눈을 감는다. 눈동자가 눈꺼풀로 덮이면 눈앞에 펼쳐지는 어두운 공간을 주시한다. 다시 눈동자에 힘을 풀고 잠시 쉬어본다. 이어서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숨을 길게 내쉬는 심호흡을 세 번 한다. 그런 다음 몸의 느낌을 살펴보고, 지금 가장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신체 감각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열감인지 긴장감인지 떨림인지 답답함인지, 그 느낌의 실체를 파악한 뒤에 그것이 어디에서 느껴지는지 가만히 살펴본다. 어떤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 있으면 그곳에 잠시 손을 올려놓아도 좋다. 그 느낌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바라본다. 그다음에 다시 심호흡을 세 번 한다. 화는 내가 아니다. 화는 내가 경험하는 것일 뿐이다. 화가 날 때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화를 낸 본인에게 이렇게 질문해보라. 무엇 때문에 화가 일어났는가? 화가 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화를 내면 누가 가장 힘들어하는가? 그 후에 화가 난 정도를 1부터 10까지 다시 수치화해보고, 처음과 비교해 어느 정도 변화가 있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애쓰고 있는 자신을 위로해준다. 가슴에 손을 얹고 몸이 호흡하는 것을 느껴본다. 손의 압력과 온기도 느껴보고, 가볍게 미소 지으면서 마음속으로 말해본다. “몸과 마음이 안정되기를~, 몸과 마음이 편안하기를~, 몸과 마음이 고요하기를~, 몸과 마음이 평화롭기를~” 천천히 하면 3분정도 빠르게 하면 1분이면 충분하다. 가장 강력한 주의력 도둑인 화나 분노도 이러한 의도적인 마음챙김을 통해 관리될 수 있다.

“비록 백년을 살지라도 어리석어 마음이 흐트러져 있다면 지혜롭고 마음의 고요를 지닌 사람이 단 하루를 사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법구경〉의 말씀처럼 일상의 삶 속에서 늘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챙김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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