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소확행 명상

거창한 명상법만 하지말고
삶 속서 틈틈이 마음 공부
화장실·톨게이트 명상 등
​​​​​​​다양한 명상기회를 가져야

우리가 명상을 통해 자비심을 기르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온전한 긍정을 얻기 위함이다. 겨울날 거리에서 떨고 있는 걸인에게 적은 돈이라도 베푸는 까닭은 그에게서 보상을 바라서가 아니다. 가엾은 마음이 들어서 저절로 그러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이런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나는 나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고귀하고 절대적인 존재다. 나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남보다 잘나거나 못나서가 아니다. 내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명상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잡념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잡념을 억지로 변화시키거나 잡념에 빠진 자신을 탓하지 말고, 소박하고 단출한 심정으로 그 잡념을 무심히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감각이 있으면 있는 대로, 감각이 없으면 없는 대로 그것을 있는 그대로 놓아둔다. 신체의 어떤 부위가 뻐근하게 느껴지면 ‘거기에 긴장이 일어났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그만이다. 아프면 아픈 대로 느끼면 된다. 또한 명상 중에 마음이 흔들려 주의가 흐트러지는 경험도 반드시 하게 된다. 이때도 자기 자신을 비난할 필요가 없다. 모든 판단을 중지하고 현실에서 일어난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명상이란 그런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안 돼.” “과연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 의심을 만들지 말고 다시 주의를 집중해 끝까지 나아가는 것이 관건이다.

마음의 안정이든 종교적 체험이든 누구나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명상을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명상의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효능은 바로 삶을 대하는 태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준다는 것이다. 명상을 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어떠한 자극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불쾌감이나 질투심이 적어지는 대신 스트레스와 시련에 대처하는 힘은 커진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꾸준히 명상을 실천할수록 그 변화의 폭은 점진적으로 넓어진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아무리 바쁘거나 귀찮더라도, 1년에 1번 이상은 1주 이상의 집중 수행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상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명상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실제 명상은 일상이 될 수 있다. 세수할 때, 청소할 때, 걸어갈 때, 밥 먹을 때, 심지어 운전할 때도 가능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호흡 알아차림을 실천하면 언제나 유익하다. 기분 나쁜 일을 당할 때마다 효과가 좋다. 심호흡을 하다 보면 흥분이 가라앉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기분이 나빴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지나간 생각일 뿐이다. 이미 지나가 버려서 어찌할 수 없고, 어찌할 필요도 없다. 과거를 아쉬워하거나 미래를 기대하지 말고 그저 주어진 현재를 느끼기만 한다. 생각하지도 않고 판단하지도 않는다. 오늘 밥을 먹기 위해 열심히 일하면 내일의 밥은 굳이 걱정하지도 않아도 된다. 하지만 명상에 대해 구구절절 이론적으로 설명을 듣는다고 해서 자신의 삶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래서 여러분이 직접 체험해보라는 의미에서 내가 평소에 실제로 하고 있는 명상법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인 법이다. 여러분도 언제 어디서나 당장 그리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명상법을 실천해보길 바란다.

가장 먼저 소개할 명상은 언제 어디서나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미니 명상’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하는 명상 중에 하나가 ‘1분 그냥 있기 미니 명상’이다. 미니 명상은 선불교의 온전함에 마음챙김적 요소를 결합한 명상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 이 순간 하고 있는 일을 잠시 멈춘다. 그리고 가만히 눈을 감고 그냥 그대로 있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그대로 존재해본다.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들을 지켜본다. 현재 순간의 느낌에만 깨어 있는다. 뭔가를 알아차리려 노력하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Non-doing’의 상태에 나를 맡겨버린다. 하루명상 앱에서 제공하는 1분, 2분, 3분짜리 다양한 미니 명상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은 연민의 마음을 보내는 ‘톨게이트 명상’이다. 요즘은 하이패스가 일반화되어서 톨게이트에 직원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아직도 톨게이트를 지날때마다 직원들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 사무실이 강북에 있기 때문에 강남에 업무가 있을 경우에 남산 1·3호터널을 자주 이용한다. 나는 톨게이트를 지날 때마다 수납하는 직원분에게 자애명상을 한다. 예전에 은행원 생활을 할 때 남부순환도로 톨게이트로 동전수납을 다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요금소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항상 자동차 매연에 노출되어 있다. 그분들을 위해 마음속으로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담아 자애 문구를 보낸다. 명찰에 이름이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이름을 부를 수 있다. ‘000 님이 오늘 하루도 건강하기를, 편안하기를, 행복하기를.’ 이렇게 혼자 조용히 되뇌면서 미소를 짓고 따스한 기운을 선물한다.

세 번째는 몸과 마음을 함께 비우는 ‘화장실 명상’이다. 절에서 화장실은 ‘근심일 내려 놓는 곳’이라는 뜻으로 해우소(解憂所)라 한다. 옛 스님들은 해우소를 오갈 때에도 마음챙김 수행을 입측오주(入厠五呪) 다섯 가지는 입측진언(入厠眞言), 세정진언(洗淨眞言), 세수진언(世水眞言), 거예진언(去穢眞言) 정신진언(淨身眞言) 임.

라는 게송과 주문을 통해서 했다고 한다. 화장실조차도 좋은 수행처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화장실을 오가지만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다니고 있다. 어느 때 보다 자신의 몸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기회는 화장실에서 발견할 수 있다. 화장실 갈 때의 몸의 상태,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 느껴지는 몸의 감각들, 일을 다 보고 난 후의 몸의 상태와 느낌, 씻을 때 감각, 거울이 비쳐진 모습 등을 집중해서 알아차릴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화장실은 나만의 소중한 명상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상에서 몸을 대상으로 한 마음챙김 명상을 습관화하려면 화장실을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네 번째는 지구와 연결감을 느끼는 ‘발가락 명상’이다. 걸어갈 때, 특히 계단을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발가락에 주의를 두고 알아차림을 하는 명상이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어떤 발가락부터 움직이는지, 힘은 어떤 순서로 들어가는지, 발바닥에서 느끼는 무게감과 균형감 그리고 느낌은 어떠한지 등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두고 집중하여 느껴보자. 여유있게 걸으면서 하는 것이 가장 편안하지만, 어느 정도 숙련되면 빠르게 걸으면서 또는 뛰면서도 할 수 있다.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 같았던 발가락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느낄 수 있다.

다섯 번째는 매일 오감을 깨울 수 있는 ‘세 숟가락 명상’이다.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명상이다. 하지만 계속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 중인 명상이다. 명상 방법 가운데 가장 즐겁고 뿌듯한 것이 바로 ‘먹기’ 명상이다. ‘먹방’이 괜히 생기고 괜히 인기를 끄는 게 아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한다. 가끔 간식도 먹는다. 식사는 혼자 할 때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할 때도 있다. 내가 정한 원칙 중 하나는 식사할 때 최소 세 번의 밥숟가락은 의도적으로 100번을 씹으며 알아차리는것이다. 일절 딴생각 없이 입안의 음식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소화도 잘되고 건강에도 좋다.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너무 배가 고프면 밥을 씹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입속에 욱여넣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식적으로 주의를 두지 않으면 번번이 실패한다. 다만 세 숟가락 정도는 지인이나 고객과 식사를 하면서도 표 안 나게 충분히 실행할 수 있다. 딱 세 숟가락만, 100번 씹는 것을 알아차려보자.

여섯 번째는 미소의 느낌으로 온전함에 깨어있는 ‘하트스마일명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개인적으로 또는 업무적으로 수많은 사람과 만나 소통을 한다. 일과 관련된 미팅이나 거래는 대부분 피곤한 소통이다. 특히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거나 시비를 걸 때는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나는 그런 순간에 하트스마일명상을 활용하고 있다. 그 효과가 놀라울 정도로 파워풀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평소 하트스마일명상 훈련에 익숙해지면 가슴 한가운데에 따뜻한 미소의 느낌을 간직할 수 있다. 마음 한쪽에 ‘저장소’가 마련돼 있어서 원하면 언제든지 꺼내 쓸 수가 있다. 불편한 상황에서 불편한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겉으로 드러나게 미소 지을 수는 없다. 자칫 상대방이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마음으로 미소 짓고 가슴 한가운데로 따뜻한 미소의 느낌을 상대방에게 분출한다. 의도적으로 따뜻한 느낌의 미소를 지속적으로 내보낸다. 그렇게 하면 아무리 불편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몸으로 올라오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아예 분노와 증오가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오히려 연민의 마음이 생겨서 내적으로 일어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흠뻑 만끽할 수 있다. 나는 하트스마일명상을 응용한 3S 방법을 자주 활용하고 있다. 3S란 내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일단 멈추고(Stop), 미소 짓고(Smile), 바라보는(See) 방법이다. 미소를 짓고 그 느낌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미소의 느낌은 빠르고 즉각적이다.

마지막은 모든 존재와 연결감을 가질 수 있는 ‘가슴으로 감사하기 명상’이다. 감사는 우리가 베풀 수 있는 최선의 마음 중 하나이다. 감사는 우리 몸과 마음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준다. 두 손을 모아 가슴 위에 가볍게 올려놓고, 살짝 미소 짓고, 가슴 한가운데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상상하면서 호흡한다. 먼저 가슴으로 호흡하면서 이렇게 온전하게 존재하고 있는 자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감사를 가슴으로 들이쉬고 가슴으로 내쉰다. 다음으로 최근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고마운 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을 상상하면서 가슴으로 감사함을 들이쉬고 내쉰다. 잠들기 전 하루를 되돌아보면서 고마운 사람들을 한 사람씩 떠올리면서 미소 짓고 호흡하면서 가슴으로 감사함을 느껴본다.

<법구경> 301편 “부처님의 제자들은 언제나 깨어 있고 밤이나 낮이나 명상으로 그 마음이 즐겁다”라는 말씀처럼, 독자분들도 일상 생활의 삶 속에서 의도적으로 멈춤의 시간을 갖고, 긍정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소확행 명상 습관을 만들어 보기를 바란다.

▶한줄요약

삶 속에서 잠깐씩 갖는 명상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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