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대흥사서 순례 , 우크라이나인 등 500여 대중 참여

회주 자승 스님 필두로 한마음으로
우크라이나국기 들고 9.6km 행선
부처님전에 전쟁종식 기원 꽃 올려
우크라이나인들 "불자 마음에 감동"

상월결사는 3월 23일 대흥사에서 제1차 평화순례를 진행했다. 사진은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을 필두로 불자들이 우크라이나사람들과 평화를 기원하며 순례를 진행하는 모습.

“맑고 밝은 빛의 부처님, 우리는 함께하는 인류애로 피와 눈물로 얼룩진 우크라이나의 아픔을 위로하겠나이다. 저들의 고통 곁으로 가는 우리의 길을 환하게 밝혀 주시옵소서. 인류평화의 길을 굳게 믿어 강한 나라, 약한 나라, 분별과 차별이 없도록 일심발원 합니다.”

불교 중흥과 국난 극복을 넘어 세계평화를 위해 상월결사 사부대중이 다시 길을 나섰다. 상월결사(회주 자승)는 3월 23일 해남 대흥사에서 ‘상월결사 대흥사 평화순례’를 봉행했다. 전쟁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이번 순례에는 우크라이나인을 비롯한 불자 500여 명이 참여했다.

순례 현장 곳곳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순례 현장 곳곳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특히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 대흥사 조실 보선 스님, 조계종 포교원장 범해 스님,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 대흥사 동국선원 선덕 정찬 스님, 동국대 이사장 성우 스님, 동국대 건학위원장 돈관 스님, 대흥사 주지 법상 스님, 송광사 주지 자공 스님, 선운사 주지 경우 스님 등이 참석해 마음을 모았다. 또한 김영록 전남도지사, 송영길 민주당 前대표, 김영대 민주당 최고위원, 명현관 해남군수 등 정관계 인사들도 참여했다.

이날 순례에는 학생과 일반인, 교민 등 우크라이나인 3명과 체코인 1명, 러시아계 우즈베키스탄 출신 법현 스님 등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동국대에 재학 중인 우크라이나와 체코 유학생들이 전쟁 종식을 기원하는 꽃을 부처님전에 올리고 있다. 사진 왼쪽 부터  알렉산드라, 스니자나,  얀 베드나르. 알렉산드라 씨는 고려인이다. 
동국대에 재학 중인 우크라이나와 체코 유학생들이 전쟁 종식을 기원하는 꽃을 부처님전에 올리고 있다. 사진 왼쪽 부터  알렉산드라, 스니자나,  얀 베드나르. 알렉산드라 씨는 고려인이다. 

댄서로 한국을 방문했다가 고국의 전쟁을 맞은 알레나 비츠코 씨(25)는 불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폴타바 지역 출신인 알레나 씨는 또 다른 참가자인 류다 씨와 함께 3월 22일 봉은사템플스테이를 하고, 이날 순례에 동참했다.

알레나 씨는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한다는 행사가 있다는 소식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스님들의 배려로 순례 전날에는 명상을 하며 걱정의 마음도 많이 내려놓게 됐다”며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의 응원과 지원으로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어려움을 잘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회주 자승 스님을 필두로한 불자들과 우크라이나사람들이 평화를 기원하며 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회주 자승 스님을 필두로한 불자들과 우크라이나사람들이 평화를 기원하며 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동국대에 재학 중인 반 알렉산드라 씨(20, 동국대 컴퓨터공학과)는 러시아군이 민간인 학살을 자행하는 남부 마리우폴 출신으로 순례에 참석했다. 고려인이기도 한 알렉산드라 씨는 “할머니가 계속 마리우폴에 계시는데 얼마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알렉산드라 씨는 “기독교인인데도 부처님한테 간절하게 가족의 건강과 전쟁 종식을 빌었다”고 털어놨다.

전날 대흥신 템플스테이 후 순례에 동참한 알레나 씨(사진 왼쪽 첫번째)와 한국에 온지 15년되는 교민 류다 씨.
전날 봉은사 템플스테이 후 순례에 동참한 알레나 씨(사진 왼쪽 첫번째)와 한국에 온지 15년 되는 류다 씨.

같은 학과 동기인 스니자나 씨(20, 동국대 컴퓨터공학과)는 “체코로 가족들이 피난을 간 상태”라며 “연일 이어지는 공습 소식에 하루하루가 불안했다. 오늘 응원해주는 분들, 특히 스님들과 함께 걸으니 먼 나라에 와 있지만 외롭지 않고, 마음이 다소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삼산면 구림리 인조잔디장에 집결, 대흥사까지 왕복 약 9.6km를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함께 걸었다. 대흥사에서는 부처님 전에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전쟁종식을 기원하는 헌화를 하고 사부대중의 발원문 낭독이 이어졌다. 회향에서는 이들에게 불자들의 마음을 담은 선물도 전달됐다.

동국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우크라이나 유학생 스니자나(사진 가운데) 알렉산드라 씨(사진 오른쪽), 체코인 친구인 얀 베드나르 씨.
동국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우크라이나 유학생 스니자나(사진 가운데) 알렉산드라 씨(사진 오른쪽), 체코인 친구인 얀 베드나르 씨.

상월결사 총도감 호산 스님은 “우리사회는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국민통합으로 나아가야 하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표되는 국제사회의 극심한 고통과 걱정 또한 지혜롭게 살펴 평화를 이루어 가야 한다. 오늘 신심과 원력으로 함께하는 평화순례는 이러한 의미가 넓게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포교원장 범해 스님은 봉행사에서 “대둔산 대흥사는 역사적으로 호국의 기운이 서린 곳”이라며 “호국정신과 국난극복, 세계평화는 맞닿아 있다. 오늘의 순례로 호국의지를 다지고,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평화도 함께 기원하자”고 발원했다.

이날 순례에 동참한 불자들은 세계평화와 전쟁 종식을 기원하며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행선했다.
이날 순례에 동참한 불자들은 세계평화와 전쟁 종식을 기원하며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행선했다.

대흥사 주지 법상 스님도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 이익이 다르고, 진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툼과 대립이 일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많은 생명들이 위협받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더 이상의 아픔 없이 속히 전쟁의 환란이 종식되길 간절히 소원한다”고 기원했다.

이날 순례에 참여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서울 봉은사(주지 원명)는 불자들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전달했다.
이날 순례에 참여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서울 봉은사(주지 원명)는 불자들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전달했다.

순례에 참여한 러시아계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법현 스님은 세계평화를 말로만 외친 이들의 공업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푸틴이 침략의 야욕을 보였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크림반도 침략 이전부터도 그런 조짐이 있었다”며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등 생활의 편리함과 경제논리로 이러한 야욕을 사실 서방사회가 방조, 키워준 면이 있다. 히틀러와 같이 독재자로 이웃나라를 침략하는 그를 지금이라도 단호히 저지해야 한다. 평화는 말로만 지킬수 없다는 걸 불자들도 인식하고, 계속 관심을 갖고 함께 지켜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상월결사는 4월 27일 평창 오대산 월정사에서 2차 평화 순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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