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차림, 행복해지기 위한 필수 체험
나 내려놓고 세상 들어갈때 ‘의식전환’
나와세상 온전한 관계는 ‘에고’ 없애야
​​​​​​​명상통한 의식 확대 세상 변화 가능해

박태수 지음 / 제주국제명상센터 펴냄 / 비매품
박태수 지음 / 제주국제명상센터 펴냄 / 비매품

“인간의 삶은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며, 명상은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명상은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다.”<재닛 서리>

대화 과정부터 명상하는 사람과 안하는 사람은 다르다. 명상하는 사람은 상대가 자신의 감정, 생각, 기억을 말하는 동안 순간순간의 현상에 주의를 기울인다. 즉 명상하는 사람은 순간의 자각을 타인을 위해 사용한다. 상대가 지나치거나 부끄럽지 않게 하고, 공감과 함께 현재에 존재하기를 돕는다.

이 과정서 상대는 순간의 진실에 머무르는 법을 배우고, 자기를 한정시키는 집착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자기와 타인에 대한 고정된 관념에 집착했다면, 명상을 하면 거기서 벗어나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명상은 대인관계에서 나의 성장과 타인의 변화를 동시에 도울 수 있다. 개인은 혼자 변하기가 쉽지 않다. 상대와 주고 받는 관계를 통해 자신의 탁월함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순간을 온전히 만날 때만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명상은 나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상대를 변화시키는 관계의 확대, 즉 세상과의 만남이 일어나게 한다.

그래서 명상은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세상을 행복하게 한다. 그렇다면 명상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나와 세상의 관계가 확대될 수 있을까?

30여년 동안 심리상담 전문가로 활동하며 현재 제주국제명상센터 이사장인 박태수 前 제주대 명예교수〈오른쪽 사진〉가 현대불교신문에 2016년부터 1년간 연재한 명상관련글들을 묶은 책 <알아차림의 파워>에 그 답이 들어있다.

저자는 책속에서 ‘알아차림(자각)’을 하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서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놓치지 않고 알아차림으로써 삶을 고요하고 평안한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선 꼭 필요한 필수불가결한 체험이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저의 70여 평생의 삶을 돌아보면, 나라고 하는 한 개인을 위한 삶이 거의 전부였다. 공부하고 가르치고 가족을 돌보며 뭔가를 성취하려는 것으로 가득찼다. 결국 ‘나’라는 것은 개인의 생각과 느낌이 전부요 그것을 빼면 아무것도 없었다”며 “이러한 나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나만을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느끼고 실천하는 일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를 과감히 내려놓고 세상 속으로 들어갈 때만이 의식의 전환이 일어난다. 그러면 나라는 개인 의식에서 뛰어 넘어서 세상을 폭넓게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책에서 나와 세상이 온전한 관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라고 하는 에고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허심(虛心)의 상태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즉 에고가 없는 상태로 상대를 만나면 매순간 상대의 몸과 마음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풋볼 선수가 한순간도 공을 놓치지 않고 시야에 넣어두듯이, 또한 권투 선수가 상대의 움직임을 매순간 주시하는 것처럼, 명상가는 상대의 몸과 마음의 현상을 놓치지 않고 만날 수 있다. 이것은 지금 만나는 대상에 대한 알아차림이 연속적이고, 한 순간의 알아차림이 다음 순간의 알아차림으로 연결되며, 직전의 알아차림 순간은 현재 순간의 알아차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마루바닥의 널빤지 사이에 틈이 없을 때 먼지나 모래가 그 사이로 들어갈 수 없듯이 마음에도 틈이 생기지 않으니 그 사이로 잡념이 끼어들수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타인을 도와주는 상담활동으로 출발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을 위한 명상활동이 더 많아졌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저자는 명상은 얼핏보면 자신을 위한 활동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세상을 위한 타인과의 만남으로 확대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저자에게 결정적으로 명상공부와 명상포교를 위해 남은 여생을 헌신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2006년 1월1일 새벽. 인도 비하르 요가대학에서의 아침명상은 저자의 삶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저자가 명상상태로 들어가자 마음이 점점 고요해지면서 문득 ‘내 나이가 벌써 60이구나’라는 생각이 일어났고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인간은 세상에 태어날 때 자기가 살 나이를 갖고 나오는데 그 나이가 60이야”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그 순간 ‘내가 받은 나이를 다 살았구나. 앞으로는 남의 나이를 살게 되겠네. 남의 나이로 살면서 나를 위해 산다는 것은 도둑의 심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이제부터는 남을 위해 살아야 겠구나’라는 자각이 일어나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났다. 그리고 저자는 귀국하자마자 정년 이후 나를 위해 명상센터를 짓겠다고 사놓은 땅을 세상을 위해 내놓기로 하고 제주시 봉개동에 제주국제명상센터를 설립했다. 이후 15년 이상을 제주지역 명상포교에 전념했다. 저자는 “제 인생 과제라 할 수 있는 제주국제명상센터를 설립할 때는 나를 뛰어 넘어 이웃과 사회, 인류,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를 수용하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며 “이러한 설립 취지에 따라 그 실현을 이루고자 최선을 다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를 가로막는 개인의 한계를 실감한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그동안 명상 멘토가 있다면 전국을 가리지 않고 쫓아가 가르침을 받았다. 지리산 백장암 용타 스님의 동사섭, 붓다락키따 스님의 위빠사나와 사마타명상, 상담심리의 스승인 이장호·이동식 교수, 요가명상과 아바타 전문가인 문진희 선생 등등. 하지만 저자는 가르침을 받는데만 그치고 마음 수련을 거치지 않는다면 주변 상황으로부터 쉽게 유혹 받을 수 있다고 충고한다.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과정에 대해 잘, 잘못을 의식하지 못한채 되풀이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어떤 습관이 형성되면 뇌가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되는 것을 완전히 중단시키는데, 명상 수련은 이러한 우리의 마음을 깨어있게 함으로써 뇌의 활동을 도와 습관적인 삶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깨어있다는 것은 마음의 작용을 감지하고 있는 것, 즉 ‘지금’의 내 생각을 보는 것”이라며 “내 생각들을 움직이게 하는 저변의 태도와 감정을 지켜보면 내 생각동기가 불순하거나 부정적이거나 뭔가의 결핍에서 오는 것일 때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내 생각속에 그런 종류의 에너지가 들어 있음을 감지할 때는 다른 종류의 에너지로 교체할 수 있다. 그래서 생각은 때론 경험을 방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총 5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세상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어떤 생각으로 사는가 △사심없는 삶이란? △‘나’중심에서 ‘모두’를 위한 의식으로 △관계에서 나타나는 에고의 모습 등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명상을 통한 의식의 확대는 분명히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알아차림의 파워를 맛보는 삶의 순간은 신비하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 박태수 이사장은?

-1990. 2=중앙대 대학원 교육학(교육심리전공) 박사

-1978. 9~1988. 4=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책임연구원

-2005. 8~2007. 8=한국상담학회(초월영성·집단상담 수련감독) 회장

-1988. 4~2013. 2=제주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 전공 교수

-2007. 2~2022. 3.=제주국제명상센터 이사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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