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앞두고 후보 경쟁도 심화
석학슘페텨 “선거=민주주의”를 강조
선거과정 혼돈이면 민주주의 무너져

‘대선 우울증’ 용어 나오는 상황에서
무관심이 많아지면 민주주의 장애도

正見·正語·正業 불교의 윤리 핵심
후보, 바른 견해로 말하고 행동하길

내년에 실시될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러저러한 대통령 후보들이 자기의 품새를 뽐내며 춤을 추고 있다. 춤은 축제의 마당에서 뺄 수 없는 장이다. 민주주의 실현에 있어 선거는 꽃이며 축제이다. 민주주의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조세프 슘페텨(Joseph Schumpeter)는 민주주의를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투쟁하여 공직을 차지하려는 수단으로서의 ‘제도적인 장치’라고 묘사하고 있다. 즉, 민주주의를 선거와 동일 시하고 있다. 

선거에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선거의 과정이다. 선거의 과정이 엉망이면 민주주의 실현도 엉망이다. 이를 어쩌랴. ‘대선 블루(우울증)’용어가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 우울증의 원인은 ‘좋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덜 나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가슴앓이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인민에 의한 정치(by the people)’에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발전은  정치 공동체 구성원의 민주 시민의식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 선거의 다양한 기능 중 중요한 것이 정치 교육, 즉 민주 시민교육이다. 선거운동 과정은 정치와 정책 현안에 대한 정보와 평가, 그리고 시민의 이익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교육의 과정이다. 그러나 국민의 무관심과 소외가 심할 때는 선거의 교육적 기능이 상실될 뿐만 아니라 불확실하고 왜곡된 정보에 의해 정치 발전의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국민의 대선 우울증 증상이 걱정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불교는 매우 친화력이 높다. 붓다가 출생한 나라는 공화정의 성격이 많은 나라로 추정된다. 또한 불교의 승단 조직과 운영은 어느 종교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민주주의적 요소를 찾을 수 있는 내용이 매우 많다. 〈유행경〉의 내용을 보면 붓다의 정치관이 얼마나 민주적인가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붓다 재세 시 중인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인 마가다국의 아자타삿뚜(한역 아사세)왕은 작지만 강한 부족국가 밧지국을 침략하고자 하였다. 그는 전쟁에 앞서 대신 우사를 기원정사에 보내 붓다께 의견을 구한다. 

“밧지국을 공격하고 싶은데 우리가 이기겠습니까?” 
붓다는 직답하는 대신 옆에 있는 아난에게 오히려 질문한다. “아난아, 밧지국 사람들이 자주 모여 의논하여 정사를 결정한다고 들었느냐?”
아난이 답한다. “예, 부처님, 그렇게 들었습니다.”
“아난아, 그렇다면 그 나라는 날이 갈수록 왕성하여 오래도록 안온할 것이니 빼앗거나 해치지 못할 것이다.”

이 질문을 비롯하여 붓다가 던진 7가지 질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유명한 ‘칠불쇠법(七不衰法)’이다. 이 칠불쇠법을 지면 관계상 다 소개할 수 없다. 칠불쇠법에는 현대적 의미의 민주 시민의식과 정치 윤리가 다 포함되어 있다. 붓다는 칠불쇠법을 마치고 왕사성에 흩어져 있던 제자들을 불러 이와 결이 비슷한 유형의 질문을 던져 불교 공동체가 쇠퇴하지 않을 7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그리고 제자들과 작별하고 80노구를 이끌고 쿠시나가라까지 열반의 여정을 떠난다. 참으로 감동적인 장면이다.

붓다는 삶의 고해를 넘는 바른 방법으로 팔정도(八正道)를 제시했다. 이 팔정도 중 셋을 선택해 삼정도, 즉 정견(正見), 정어(正語), 정업(正業)이 바로 불교 정치 윤리의 핵심이다. 칠불쇠법도 바로 삼정도의 실행이다. 한국의 정치 발전과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성공을 위해 정치인들이 삼정도의 가치를 실천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삼정도를 쉬운 말로 풀어 다시 강조해 보자. 바른 견해, 바른 말, 바른 행위 이것이 바로 ‘삼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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