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탄소중립위 발표한
NDC 상향·탄소중립 시나리오
예산 고려 全無, 제도도 불투명
“기후위기 못 막아” 비판 직면해
종교 인사 탄중위 이탈 이어져

기업 수익 모델, 사업 환경 우선
현 정책, ‘관료형 그린워싱’ 전형
기후위기 대응, 국민 참여 필요

우려했던 ‘폭탄 돌리기식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현실이 돼가고 있다. 올해 5월 29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소중립위)는 지난 10월 18일 제2차 전체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심의·의결했다.
회의가 열린 한강 노들섬 앞에서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탄중위해체공대위가 시위를 열고 ‘기후위기 못 막는 NDC 제출안 부결, 탄소중립위 해체’등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권고에 따라 최소한 2010년 대비 45% 이상 감축하는 안을 수립해야 하는데 산업계에 발목을 잡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탄소중립위의 구성과 추진, 운영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는 종교계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탄소중립위 국민참여 분과위원인 4대 종교 지도자들은 지난 9월 30일 탄소중립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차적 정당성 등의 문제 등을 분명하게 짚으면서 사퇴를 밝힌 바 있다. 

시민단체가 지적했듯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탄소 예산에 대한 고려도 전혀 없고, 탄소중립에 이르는 구체적 경로와 제도적 수단조차 불투명하다. 또한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기후위기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기업의 새로운 수익 모델과 사업 환경 조성을 위한 것이 우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녹색기술, 녹색산업, 녹색제품, 녹색생활, 녹색회복 등 온통 녹색으로 위장한 관료 주도형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4대강의 속살을 파헤치고 흐르는 강물마저 막아 악취가 진동하고 녹조라떼가 넘쳐나는데도 녹생성장이라고 강변했던 이명박 정부가 재림한 느낌이다. 

2019년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세계 1만 5000개의 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과학자 수백 명의 총의를 모아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현재 약 100만종에 달하는 생물이 수십 년 내에 멸종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파괴로 인한 결과, 그 피해는 원인을 일으킨 주범인 거대 자본과 기업, 그들에게 편승해 민주주의와 자유, 진보와 복지를 누렸던 북반구의 상당수 시민들보다, 남반구의 국민들과 북반구 내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여전히 낯설어하는 국민이 적지 않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국제 공인 선진국이다. 세계 최빈국으로 출발해 1977년 수출 100억불을 달성한 이후, 2018년도에는 세계 7번째로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 명 이상의 나라)에 가입했다. 우리 국민 다수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이 성공할 수 있도록 장시간 고노동과 저임금 등의 불공정·불공평 시스템을 감내했거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다. 그 사이 빈부 격차와 가계부채는 더 커졌으며, 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 공장의 오폐수 등은 국민의 건강과 미래세대의 삶의 터전이 될 산과 들, 강과 바다 그리고 대기마저 오염시켰다. 

그런데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계획에는 기후위기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동시에 극복할 ‘정의로운 전환’은 찾아볼 수 없다.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 제공자인 기업의 목소리만 반영될 뿐 피해자인 국민 다수의 이해와 요구를 온전히 전달할 시스템과 제도는 취약하다. 기후정의의 원칙에 기반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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