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9일 열릴 대선 앞두고
정당·후보자 보도 열기 뜨거워
과연 제대로 된 보도 이뤄지는가

떼거리·경마·갈등 지향보도들
정책 아닌 선거전, 비방만 관심
유권자들 정치 냉소주의 유발해

객관적·공정한 선거보도 통해 
후보들 공약과 가능성 검증해야

내년 3월 9일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당과 후보자들에 대한 보도 열기가 뜨겁다. 시민이 직접적 참여를 통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측면에서 선거는 민주주의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다. 그래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린다. 

전통적으로 정당은 공직 후보자를 발굴해서 부각시키는 역할뿐만 아니라 공공문제에 관한 이슈를 제기하는 데서도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언론의 영향력이 이런 정당의 역할을 대신할 만큼 커짐으로써 언론은 정당과 기타 정치적 행위자의 영향력을 감소시켰다. 현대사회의 선거 과정에서 이제 언론이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의제 민주정치에서 선거는 크게 권력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시민에게 그들의 대표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민주시민이 시민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안목을 갖추는 학습의 장이 된다. 선거의 이러한 의미에 비추어 언론은 크게 공명선거를 감시하는 역할과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고 공정하게 제공하는 역할, 그리고 시민 학습을 위해 중요한 선거이슈에 관해 활발한 ‘공론의 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과연 언론이 선거보도에서의 제시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언론이 개선해야할 선거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떼거리 저널리즘이다. 이는 각 후보가 만들어주는 뉴스 이벤트에 무리지어 쫓아다님으로써 일률적으로 가공된 정보를 전하는 현상이다. 이런 취재 방식은 결과적으로 언론사마다 비슷한 기사를 생산한다. 언론은 정치인이 만들어주는 뉴스 현장만 쫓아다닐 것이 아니라, 각 당의 정책노선과 구체적 실천 가능성을 비교 평가하여 정책문제를 선거쟁점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각 당의 대선 공약을 엄밀히 비교하여 가능성과 문제점 및 극복 방안 등에 관해 사실적이며 지적인 분석을 추구해야 한다. 유권자가 언론의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을 보고 나면 유권자 스스로가 각 당 공약의 우열성에 관해 하나의 견해를 형성할 수 있게 하는, 사실에 바탕을 둔 수준 높은 분석이 필요하다.

둘째, 경마 저널리즘이다. 선거보도에서 경마 저널리즘이란 후보의 자질이나 정책 이슈와 같은 유권자의 선택에 필요한 본질적 정보보다는 후보의 득표 전략, 상대 후보에 대한 공략 전술, 득표 전망, 현재의 우열상 등 게임적 요소를 집중적으로 보도하여 마치 경마경기를 구경하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보도를 일컫는다.

선두주자, 다크호스와 같은 경마 용어로 도배된 흥미위주의 경마적 접근은 선거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케 하여 유권자들의 주권의식을 약화시키고 정치적 냉소주의를 부채질하여 결국은 선거 참여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갈등 지향 저널리즘이다. 이는 언론이 후보자 간의 불필요한 싸움을 붙이는 보도양식을 말한다. 언론이 문제를 만들어 싸움을 유도하는 보도행태로서 보도의 대상은 정책문제라기보다는 주로 상대 후보의 자질, 이념적 색깔과 관계되는 사안들이다. 언론의 싸움 붙이기 보도양식은 각 후보자들로 하여금 언론 노출을 위한 상호 비방 성명전 같은 ‘선수치기 경쟁’을 유발시켜 선거분위기를 불필요하게 과열시키고 혼탁하게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정보이용의 수단과 매체가 다양해졌다고 하지만 사실 그로 인해 정보의 획득과 소통은 더욱 편협해져서 확증편향도 강화되어 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언론이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거보도를 통해 후보자들의 실체를 보여주고 공약의 의미와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일은 더 중요해졌다. 언론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민주주의의 꽃을 제대로 피울 수 있도록 선거과정에서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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