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민관합동기구인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종교계 민간위원으로 활동해 온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만 스님이 위원직을 사퇴했다고 한다. 함께 활동했던 백종연 신부, 안홍택 목사, 김선명 교무도 위원직을 내려놨다. 

이들 종교인은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개월간의 위원회 활동이 촉박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며 탄소중립시나리오 안과 2030온실가스감축목표 안이 제대로 도출될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하면서 여전히 기업·산업계 눈치보기에 급급한 정부에 전향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탄소중립의 실질적인 방안 도출을 위해 올해 5월 출범했다. 정부 각 부처 장관 등 정부측 위원과 각 분야별 민간 위원을 포함한 97명의 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위원회는 출범 이후 꾸준히 ‘그린워싱위원회’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탄소중립이라는 당초 목적과 맞지 않게 시나리오와 기준들이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법만 스님 등이 “그린워싱 또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간위원들의 사퇴는 종교계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 26일 오연재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가 가장 먼저 민간위원으로서 사퇴했고, 9월 27일에는 박진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이 위원직을 내려놨다. 

기후위기는 당장 인류 존속의 당면 문제이다. 안수정등(岸樹井藤)의 비유처럼 상황이 급박함에도 당장의 단물에 취해 위험을 망각하는 우를 현재 정부는 보여주고 있다. 종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계 위원들의 잇따른 사퇴는 그런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경종이다. 정부는 깊이 새기고, 전향적인 변화를 바란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