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키 시즈카의 '인터넷 카르마'

인터넷서 파생된 새 시스템 속
자기 業, 박제·편집돼 돌아와
누구든 피해자 될수 있는 시대

석학제시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계정혜 등 三學 통해 정보 선택
자비심으로 타인 아픔 공감해야

사사키 시즈카 지음 / 법장 옮김 / 모과나무 펴냄 / 1만6천원
사사키 시즈카 지음 / 법장 옮김 / 모과나무 펴냄 / 1만6천원

21세기 인간은 더 이상 ‘인터넷’이란 공간을 떠나서는 살 수 없게 됐다. 앉은 자리서 클릭과 손가락 터치 몇 번이면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얻고 물건을 구입할 수 있으며, 자신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전 세계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

이 같은 편리성 이면에는 어두운 면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SNS와 관련한 확증편향 문제다. 이것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한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이다. SNS 시대에는 이 같은 확증편향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SNS를 다른 사람과 집단과의 소통 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수단으로 활용돼 벌어진 일이다.

최근 한강변서 음주 후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대학생 사건에 대해 경찰 재조사를 촉구하는 시민들 입에서 나온 “우린 유튜브만 믿어! 유튜브가 진실이야”라는 말은 확증편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이 같은 집단적 확증편향은 불필요한 사회 갈등부터 스스로 인터넷 자경단을 자청하며 이뤄지는 신상털기 등으로 이어지고, 무분별한 피해자를 양성한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불교교단사 연구자이자 계율 연구자인 사사키 시즈카(佐佐木閑) 하나조노대학 불교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에 번역된 저서 〈인터넷 카르마〉를 통해 자신이 쌓은 인터넷 속 업(業, 카르마)들이 박제되고 편집돼 악용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인터넷 시대를 바르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법을 제시한다.

석학이 바라본 인터넷 세계는 ‘잊혀질 권리’가 사리진 ‘업의 세계’다. 붓다는 ‘자신의 행동 모든 것이 기록돼 반드시 그 결과를 받게 된다는 세계가 과연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가’를 생각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성찰해 불교를 탄생시켰다. 불교의 ‘업’은 우리들의 모든 행동을 기록하는 일종의 시스템인 것이다.

하지만, “20세기까지 가졌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저지르면 모른다’는 느슨한 생각은 ‘인터넷이 보지 않은 곳이란 어디에도 없다’라는 새로운 세계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실제 사물인터넷 등 고도로 발단된 IT기술들은 우리의 행동과 기호, 성격들을 전부 데이터화해 기록한다. 이것이 선한 행동이든 악한 행동이든 상관없이 자신의 모든 것들이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박제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사키 교수는 붓다가 처음 불교를 탄생시킨 시대보다 현재의 인터넷 시대 ‘업’이 더욱 악질적이고 어둡다고 진단한다. 조각조각 흩어져 아무 관계없이 보존된 인터넷 정보가 어떠한 계기로 드러나 융합되면 이는 문제의 당사자 자신도 예상 못한 정밀한 인간상이 나타난다. 저자는 여기서 나타난 인간성이 진짜 본인 모습을 바르게 나타낸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인터넷 카르마’의 무서운 점에 대해 이 같이 역설한다.

“거기(인터넷)에 떠오른 인간상은 결코 본인 모습을 바르게 나타낸 것이 아닙니다. 개인의 정보가 낱낱이 기록되는 것까지는 완전히 기계적 작용입니다만, 그 다음 단계부터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마음대로 손대거나 변형시키는 행위가 들어가는 것입니다. 어디의 누구인지도 모르는 제3자에 의해 편집된 형태로 세상에 퍼지게 되는 것입니다. 본인의 책임보다 한층 무거운 결과가 되어 되돌아온다는 점에서 인터넷의 업은 붓다 시대의 업보다 악질적입니다.”

그렇다면 불교석학이 제시한 ‘인터넷 카르마’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계·정·혜(戒·定·慧) 삼학에 입각한 일종의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해 분석 평가하고 의사 소통할 수 있는 방법) 능력 향상을 제시한다.

그는 ‘인터넷 카르마’의 먹이가 될 만한 행동을 삼가는 스스로의 규제를 계율 삼아 인터넷 정보에 일일이 휩쓸리지 않게 침착함을 유지하는 ‘정’을 추구할 것을 주문하며, 이를 바탕으로 불합리한 정보를 거르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발견하는 ‘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현대적으로 표현한다면 타인의 기쁨과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인 자비심 배양도 스스로 인터넷 카르마에 사로잡히지 않을 방법으로 저자는 제시한다.

나아가 인터넷 속 불합리한 언어폭력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인터넷을 넘어 보다 큰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도 던진다.

한편, 이 책의 역자인 법장 스님(해인사승가대학 학감)은 사사키 교수의 제자로, 제자 스님이 나서서 스승의 저서를 번역한 점도 눈길을 끈다.

▲저자 사사키 시즈카 교수는?

세계적인 불교 교단사 및 계율 연구자이다. 1956년 일본 후쿠이현(福井縣)에서 태어났다. 과학자를 꿈꾸며 교토대학 공학부 공업화학과를 졸업했으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길이라는 생각에 교토대학 문학부에 들어가 불교학을 전공하게 된다.

교토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유학을 거쳐 하나조노대학 문학부 강사, 조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하나조노대학 불교학과 교수이다. 한국에 번역된 책으로는 〈출가란 무엇인가?〉 〈붓다와 아인슈타인〉 〈일일시수행〉 〈인도불교의 변천〉 〈과학의 불교-아비달마불교의 과학적 세계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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