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발걸음마다 평화

이책 1992년 미국서 처음 발간…한국서 세번째 출간
간단하면서도 실질적 도움주는 가르침 전달 큰 장점
​​​​​​​‘앎이생기면 행동 뒤따라야만 한다’ 책과 삶에서 실천

틱낫한 지음 / 김윤종 옮김 / 불광 펴냄 / 1만6천원
틱낫한 지음 / 김윤종 옮김 / 불광 펴냄 / 1만6천원

이 책 〈모든 발걸음마다 평화〉는 1992년 미국서 처음 발행됐다. 출간 후 무려 30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한 해도 ‘아마존 닷컴’ 베스트셀러 목록서 빠진 적이 없다. 영어로 ‘마음챙김’이나 ‘명상’은 물론 ‘자기계발’ ‘이해’ ‘평화’라는 키워드와 함께 책(Book)이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꼭 읽어야 할 목록(must read)’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이런 명성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두 차례나 번역 출간된 바 있다. 2000년에는 〈이른 아침 나를 기억하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2015년에는 〈틱낫한의 평화〉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하지만 두 번째 출판 이후 저작권 기간이 만료돼 3~4년이 넘는 기간 ‘절판’ 상태에 있었다. 이에 불광출판사서 새롭게 저작권 계약을 하고 새 번역자를 구해 새롭게 펴냈다.

미국서 애초 출판됐을 때의 제목을 그대로 살렸고 번역어도 새롭게 고쳤다. 이전 책들은 ‘Mindfulness’를 ‘알아차림’ 등 다양한 용어로 번역했으나, 이번 책에서는 이미 국내에 정착돼 널리 사용되는 용어인 ‘마음챙김’으로 수정했다. 또한 평소 평화롭고 따뜻한 틱낫한의 목소리에 맞춰 본문은 모두 경어체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이 수많은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인의 베스트셀러가 된 건 따뜻한 문장으로 아주 간단하면서도 실질적 도움을 주는 가르침들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평화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일상에 악센트 몇 개만 추가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에 이를 수 있다.

저자인 틱낫한 스님〈오른쪽 사진〉이 이 책서 강조하는 악센트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호흡, 두 번째는 미소다. 우선 호흡 할 때는 숨을 들이쉴 때 ‘들이 마시며 내가 숨을 들이 마시고 있음을 안다’ 고 (속으로) 말하고 숨을 내쉴 때는 ‘내쉬며, 내가 숨을 내쉬고 있음을 안다’고 (속으로) 말한다. 이것조차 복잡하다면 그냥 ‘안(in)’, ‘밖(out)’이라고만 말해도 충분하다. 호흡에 집중하는 이유는 우리 머릿속에 너무 많은 생각이 들어차지 않도록 돕고, 과거에 대한 회한과 미래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현재’에 살지만 사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의 8할은 ‘현재’가 아니다. 지나간 과거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일 뿐이다. 호흡에 집중하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지금, 여기에 호흡을 계속 붙들어 매면 호흡은 점차 평화롭고 온화해지며, 이에 따라 몸과 마음도 평화롭고 온화해진다.

이런 연습에 거창한 명상실이나 준비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틱낫한 스님은 설거지를 하면서, 전화를 받으면서, 그리고 길을 걷다 빨간 신호등이 보이거나 종소리가 들릴 때면 잠시 멈춰 이렇게 호흡을 하라고 권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호흡이 단지 초보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넘겨짚지는 말자. 주의 깊은 호흡과 명상을 40년, 50년 수행해온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여전히 수행한다.

틱낫한이 두 번째로 우리에게 권하는 것은 미소다. 웃음은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준다. 간단하게라도 혹은 억지로라도 미소를 짓는 연습 해야 한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아주 옅어서 보일 듯 말 듯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얼굴에 있는 수백 개의 근육을 이완시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마치 기쁜 척 표현하기 위해 얼굴 근육을 움직이면, 정말로 즐거울 때 보이는 신경계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틱낫한 스님이 강조한 호흡과 미소는 이후 ‘마음챙김’ 명상을 안내하는 책들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1992년, 스님은 이미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셈이다.

하지만 이후에 나온 어떤 ‘마음챙김’ 관련 책들도 이 책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앎이 생기면 행동이 뒤따라야만 한다’는 말이 책이나 삶 속에서 잘 실천되는 걸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이웃에 대해 어떻게 사랑과 평화의 마음을 가질 것인가는 ‘호흡’과 ‘미소’에 바로 연결돼 있다. 때론 보듬듯, 때론 나지막한 목소리를 칭찬하는 듯한 그의 이야기는 어떤 감동적인 에세이들보다 울림이 크다. 나와 가족을 넘어 공동체로 향하는 그의 시선도 따뜻하다. 반전 운동, 난민 구조 등의 이유로 노벨평화상 후보까지 올랐던 그의 삶이 그걸 증명한다.

상추가 잘 자라지 않는다고 상추를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잘 자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필 뿐이다. 물을 더 주어야 할지, 아니면 햇빛을 덜 쏘여야 할지….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동료와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비난을 앞세운다. 하지만 마치 상추에게 그러하듯 이런 비난에는 아무런 긍정적인 효과도 없다. 추론과 논쟁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려 애쓰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비난하거나 싸울 일이 아니다. ‘회복’을 위해서는 화를 내기보다는 ‘치유’에 필요한 것들을 살피면 된다.

아주 간단하고 명쾌한 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매일의 삶’에서 이런 단순하고 명확한 명제를 잊고 살아간다. 이 책은 이렇게 일상서 우리가 흔히 잊고 있는 것들을, ‘지금, 여기’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매뉴얼을 담은 마음 따뜻한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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