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허 큰 스님의 한산시와 남은돌 모둠

한시 미발표 원고 100여 장이 시발점
운허스님 연화사서 역주한 내용 94편
​​​​​​​철자법 안따르고 본원고 그대로 옮겨

김연호 엮음/맑은소리맑은나라 펴냄/2만 2천원
김연호 엮음/맑은소리맑은나라 펴냄/2만 2천원

한국불교 교학의 거장 운허 스님의 원고가 역사 속에 사라질 위기에서 한 재가자의 노력으로 책 〈운허 큰스님의 한산시와 남은돌 모둠〉으로 탄생했다.

5년 전 지인이 보낸 빛바랜 원고서 목청 김연호 거사(제천 우리는선우 지회장)는 행운을 예감했다. 사연이 깊어 보이는 원고를 한 장씩 넘길 때 마다 귀한 보물을 얻게 됐다는 기쁨으로 그는 전율했다. 원고는 운허 스님이 국문으로 번역한 한산시(寒山時)였다. 김연호 거사는 “일평생 구도자의 본연을 다하셨던 운허 큰스님의 진면목이 묻어나는 육필을 갖게 된다는 것은 나의 불교 운동 반세기에 안겨진 큰 선물이었다”고 회고 했다.

서찰 4통과 한시 번역 원고 100여장은 무슨 이유인지 출간 되지 못한 채 원고로만 남아 있었고 김연호 거사는 겉봉투 부터 살피기 시작했다. 운허 스님이 발송한 서찰의 겉봉투에 적힌 주소는 진주 연화사 였다. 김 거사는 원고와의 만남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의 대불련 시절 ‘나의 불심이 곧 행복’이라는 등식을 안겨 준 곳이 진주 연화사였고, 연화사는 그에게 불심의 고향이었다.

그는 원고가 갖고 있는 의문점을 하나씩 풀어가기 시작했고 책으로 정리해 출간했다. 한산시는 당나라 중엽에 절강성 천태산 국청사 근처에 살던 어느 은자의 시이다. 선(禪)을 시로 풀어낸 불교문학의 고전으로 불리며 불교문학사의 큰 획을 그은 작품으로 분류된다. 운허 스님은 선승이자 한국 근세 불교의 3대 대강백(운허, 관응, 탄허) 중 한명이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활동하며, 20세기 한국 불교 최대의 불사로 불리는 〈한글 대장경〉 번역을 주도해 문화계 종장으로 불린다.

운허 스님의 한산시 번역 시기는 1950년대로 추정되며, 한글대장경 번역의 선구자이자 당대 최고 선지식의 안목으로 펼쳐 보인 최초 한글번역 선집으로 의의가 있다.

이번 책에는 운허 스님이 진주시 옥봉동 연화사에서 52번부터 247번까지 역주한 내용 중 총 94편을 담았다. 운허 스님의 육필 유고를 생생히 전달키 위해 현대 철자법을 따르지 않고 본 원고 그대로 옮겼고, 유고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사진으로 작업해 엮었다. 아울러 운허 스님의 영정, 연보, 역저서 목록 등 운허 스님의 일대기 및 활동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1964년 6월 2일 부산 청량사서 열린 제5회 ‘남은돌 모둠’행사에 모인 스님들. 앞줄 왼쪽서 두번째가 운허 스님.

또한 운허 스님의 한산시 유고를 고증하는 가운데 새롭게 발견 한 ‘남은돌 모둠(여석회)’을 소개했다. ‘남은돌 모둠’은 운허 스님을 중심으로 불법의 대중화를 위해 15명의 원로 스님이 함께한 모임이다. ‘남은돌 모둠’의 행적을 사진과 자료로 제시해 근현대 한국불교의 실상을 알게 해주는 실질적인 자료이자 총람이 됐다. 남은돌 모둠서 활동한 스님은 운허 스님 홍경 스님 자운 스님 벽안 스님 고암 스님 석주 스님 서옹 스님 월하 스님 석암 스님 영암 스님 구산 스님 대휘 스님 지월 스님 등이다. 1962년 부산 청량사와 김해 육주사서 예비모임을 가진 뒤 15년간 17회까지 지속된 종단 어른스님들의 활동상을 이 책에서 마주할 수 있다. 한국불교의 미래를 염려하는 내용과 유신난국 속 스님들의 활약을 함께 엿볼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수확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한산시 해제’ ‘남은돌 모둠 해제’ ‘운허 큰스님 육필 서간’ 등을 덧붙이는 부록이 담겼다. 특히 ‘한산시 해제’는 김연호 회장의 아들이자 현재 동아시아학 박사과정에 있는 여철 스님이 ‘한산시와 운허스님의 한글 역주 한산시 선집에 대한 일고찰’을 주제로 게재해 눈길을 끈다. ‘한산시와 운허스님의 한글 역주 한산시 선집에 대한 일고찰’에는 한산시의 판본, 한산시 저자의 생존 연대, 근현대 한산시 한글 번역의 흐름, 한산시 선집의 특징을 챕터별로 정리했다.

재가불교 운동 50주년을 맞은 목청 김연호 거사
재가불교 운동 50주년을 맞은 목청 김연호 거사

목청 김연호 거사는 재가 불교 운동 50주년을 맞았다. 뛰어난 문화의식으로 향토 문화재 수집과 불교문화 지키기에 앞장서 왔으며 단순한 수집이 아닌 대중과 나누는 회향에 중점을 두고 활동했다. 그는 국립 청주 박물관에 두 차례 문화재를 기증했으며 스님들의 선묵 전시회를 열어 불교문화의 향연을 선사했다.

김연호 거사는 “재가 불교 운동 50주년을 맞았다. 조금이나마 불법 홍포에 기여한 바 있다면 오직 그것은 여러 수승한 고승 대덕들의 삶을 흉내 내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며 “운허 큰 스님을 비롯한 남은돌 모둠 스님들께서 이 시대 우리 곁에 함께 하신 큰 행운과 영광을 한없이 수희찬탄하며 추모의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저자 목청 김연호 거사는 1952년 하동 진교에서 출생했다. 국립경상대학수의대를 졸업했으며 현재 제천에서 동물병원 운과 재가불자회 ‘우리는 선우회장’이자 제천문화재단 이사장이다.

주요사회 활동사항은 2004년 제천 ‘옥소종합예술제’를 창설하여 5회까지 추진위원장을 담당했으며, 2005년 제천국제음악화제 초대부터 5회까지 집행위원을 맡았다. 2007년 8월 ‘제2회 중국 제백석 예술제’ 한국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했으며 2016년에는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회 추진위원으로 활동했다.

국립청주박물관에 2차에 걸쳐 문화재 620점을 기증한 바 있으며 월정사 성보박물관에 불교문화재 5점을 기증했고 제천역사박물관에 문화재 600여 점을 기증했다.

저서로는 수필집 〈준 것은 남고 가진 것은 없어진다〉, 2016년 〈합장인생 -김연호 제천 40년, 불교 40년〉 등 다수를 출간했다.

주요 불교활동은 대학생불교연합회에서 4년간 활동했으며 제천 불교청년회, 불교학생회, 거사림회, 재가불교 단체 ‘우리는 선우’를 창립 지도했다.

1991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했으며 제5회 제천시 문화상, 제7회 사단법인 불이회 불이상 , 제2회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의 대원상을 수상했다. 아울러 제12회 충북도민대상과 제1회 대불련동문 대상을 수상 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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