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불교 흥기시대 인도의 사원생활

그레고리 쇼펜 지음/오다니 노부치요 일역/임은정 한역/운주사 펴냄/2만3천원
그레고리 쇼펜 지음/오다니 노부치요 일역/임은정 한역/운주사 펴냄/2만3천원

인도에서 초기 불교교단과 비구들의 생활 실태를 <근본설일체유부율>에 기초해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대승불교의 기원과 발전, 사원 생활의 실상에 대해 기존의 통설을 뒤엎는 새로운 학설을 제시했다. 철저히 자료에 기초한, 새로운 문제의식과 주장이 흥미롭고 신선하다.

일반적으로 서기 1~5세기는 대승불교가 기존의 부파 불교를 능가하며, 매우 눈부시게 활동한 시대라고 보는 것이 인도 불교사서 정설로 인정된다. 하지만 ‘과연 대승불교가 당시 그 정도의 세력을 가진 존재였을까?’라고 의문을 던짐으로써 저자는 전혀 새로운 사실들을 제시한다.

이 책은 일본 오타니(大谷) 대학교서 1996년 11월과 1997년 10월, 각각 2주간에 걸쳐 그레고리 쇼펜 교수가 <대승불교 흥기 시대 인도의 사원불교에 대해서>라는 주제로 발표한 특별세미나의 강의록과 강연 원고를, 그의 보좌역을 맡은 오다니 노부치요 교수가 일본어로 번역해 책으로 묶은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대승불교의 기원에 대한 논쟁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룰 뿐만 아니라 1세기부터 4 · 5세기에 걸친 시대의 불교 교단에 대한 상황이나 비구의 생활실태에 대해, 소승의 계율서 중 하나인 <근본설일체유부율>에 기초해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율장에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비구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기존까지 비구는 3의(衣) 1발(鉢)과 여수낭(濾水囊)과 좌구(坐具) 등 최소한의 물건 이외에는 재산을 사유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당히 고가인 장식품까지 소유했음을 명확히 밝힌다. 학습이나 명상에 몰두했을 것으로만 여긴 비구들이 현실에서는 건축 일을 감독하거나 금융업과 관련된 일을 했으며, 사원 안팎에서 실로 다양한 업무에 종사했었다는 것까지 제시했다.

이 책에서는 일본판과 달리 오다니 노부치요의 <후기>를 본문 앞에 배치했다. 후기에는 저자인 쇼펜 교수 개인에 대한 이해와 그의 불교학 방법론과 대승불교에 대한 견해가 소개돼, 이에 대해 이해하고 본문을 읽는다면 훨씬 쉽고 재미있으리라고 한국 역자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먼저 서장에서는 인도와 중국에서의 불교 전개를 개괄하면서, 중국불교에 대한 자료가 오히려 인도 초기 대승의 역사적 상황을 이해해보려는 시도에 너무 큰 오해와 피해를 가져왔다고 본다. 이 책은 <근본설일체유부율>을 중심으로 당시 교단과 비구들의 실제 생활을 자세히 밝혀냄으로써 실로 인간 냄새 나는 비구들의 실제 일상생활을 밝힌다. 뿐만 아니라 히라카와 아키라(平川彰)에 의해 제기된 ‘대승불교 불탑 교단 기원설’에 대해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아울러 ‘대승불교 주변 지역 기원설’을 통해 인도에서 대승불교가 적어도 4세기 전까지는 명확한 교단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학설을 제시하는 등, 대승불교 기원에 있어 기존의 정설을 반박하고 획기적이면서도 실제적인 새로운 학설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는다.김주일 기자

▲저자 그레고리 쇼펜은?

1947년 미국서 태어나 미국 블랙힐스(Black Hills)주립대학(학사, 미국문학), 캐나다 맥마스터(McMaster)대학(석사, 종교사), 호주국립대학(남아시아·불교학)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미시간대학, 워싱턴대학, 텍사스(오스틴)대학, 캘리포니아(로스앤젤레스)대학, 스탠포드대학의 교수를 지냈으며, 전공은 범어·티베트어, 불교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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