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쌍윳따 니까야

〈쌍윳따 니까야〉, 총2889개 경으로 구성
5백여 개 핵심경 선정 후 402경 재 편집
반복되는 문장 과감히 생략한 후 통합해

이중표 역해/불광 펴냄/3만9천원
이중표 역해/불광 펴냄/3만9천원

한국 불교학계를 대표하는 이중표 명예교수(전남대 철학과·오른쪽 사진)의 〈니까야〉 번역 시리즈, 그 세 번째 〈정선 쌍윳따 니까야〉가 출간됐다. 제 1권 〈정선 디가 니까야〉, 제 2권 〈정선 맛지마 니까야〉에 이어 출간된 이 책은 불교 교학과 수행을 주제별로 정리해 세밀하게 설명한다.

〈쌍윳따 니까야〉의 ‘쌍윳따’는 ‘같은’의 뜻인 ‘쌍’과 ‘묶다’의 뜻인 ‘윳따(yutta)’로 이루어진 합성어이다. ‘집성(集成)’을 의미하는 ‘니까야’와 함께 쓰여 ‘주제별로 정리한 가르침의 모음집’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디가 니까야〉가 당시의 외도(外道) 사상을 비판하면서 불교의 입장을 드러내고, 〈맛지마 니까야〉가 불교 수행의 목적과 방법을 알려준다면, 〈쌍윳따 니까야〉는 불교의 핵심 사상과 교리, 수행법을 보여줌으로써, 불교를 이해하고 실천해 열반에 이르는 길을 알려준다.

우리말 불경 번역에 30여 년 간 매진한 석학 이중표 명예교수는 총 2,889개의 짧은 경(sutta)으로 구성된 〈쌍윳따 니까야〉에서 500여 개의 핵심 경을 선정하고, 이를 다시 402개의 경으로 편집했다. 이 과정에서 반복되는 문장은 과감히 생략하고, 중복 내용이 많은 경들은 하나로 통합했다.

불교 교학의 핵심인 온(蘊)·처(處)·계(界)·연기(緣起)의 다각적인 설명과 8정도(八正道)·7각지(七覺支)·4념처(四念處) 등 이른바 37도품(道品)으로 알려진 불교 수행법의 설명을 통해 열반에 이르는 구체적인 길을 보여준다.

〈쌍윳따 니까야〉의 특징은 짧은 내용의 경들을 주제별로 묶어서 편집한 데 있다. 여기에서 주제의 핵심은 교학과 수행이다. 교학은 온(蘊)·처(處)·계(界)·연기(緣起)가 중심이고, 수행은 37도품(道品)이 중심이다. 이 바탕에는 4성제와 12연기가 있고,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를 통찰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이러한 교학의 바른 이해와 믿음 없이 불교 수행을 하는 것은 어두운 숲길을 등불 없이 걷는 것과 마찬가지다.

‘쌍윳따’라는 말이 ‘주제의 묶음’을 의미하듯이, 이 경들은 총 56개의 쌍윳따로 분류되며, 이는 다시 5개의 큰 장(章)으로 나뉜다. 장은 빨리어로 ‘왁가(vagga)’라고 불리는데, 흔히 ‘품(品)’으로 한역된다. 따라서 〈쌍윳따 니까야〉는 5왁가, 56쌍윳따, 2,889개의 경으로 이루어졌으며, 천신(天神)을 포함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붓다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은 이 가운데 32개의 핵심 쌍윳따를 선정하고, 500여 개의 경을 정선(精選)하여 402개의 경으로 취합, 정리했다.

그 구성을 살펴보면 제1장 〈게송품(偈頌品〉 111경, 제2장 〈인연품(因緣品〉 97경, 제3장 〈온품〉 81경, 제4장 〈입처품(入處品)〉 93경, 제5장 〈대품(大品)〉 20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 1장 〈게송품〉에서는 당시의 종교적 신념 속에 존재하는 여러 천신과 왕, 바라문 등 많은 인물이 등장하여 불법을 찬탄하면서 문답 형식을 통해 불교를 다른 사상과 비교하여 보여준다. 제 2장 〈인연품〉에서는 붓다의 깨달음의 핵심인 연기(緣起)를 주제로 하는 경들을 통해서 연기를 다각적으로 설명한다. 제 3장 〈온품〉에서는 5온(五蘊)에 관련된 경들을 통해 불교에서 일체법(一切法)으로 이야기하는 5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제 4장 〈입처품〉에서는 12입처(十二入處)에 관련된 경들을 통해 붓다가 세간의 근원, 즉 일체(一切)라고 천명하신 12입처에 대하여 설명한다. 제 5장 〈대품〉에서는 8정도(八正道), 7각지(七覺支), 4념처(四念處) 등 소위 37도품으로 알려진 불교 수행법에 관계된 경들을 통해 열반에 이르는 구체적인 길을 보여준다.

붓다는 대화 상대자들에게 바른 이해와 통찰을 강조한다. 그래서 몇 번이고 대화 상대가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했는지 되묻는다. 또한 붓다 스스로 어떻게 마음 작용을 이해하고 통찰했는지를 다양한 비유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상대에게 바른 이해를 통한 의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바른 이해와 통찰이 수반되지 않은 수행은 말 없는 마차와 같기 때문이다. 바른 이해는 깊은 통찰을 부르고, 깊은 통찰은 잘못된 수행을 방지한다. 올바른 수행이 곧 열반에 이르는 길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쌍윳따 니까야〉의 이야기 전개와 구성을 알기 위해서는 각 품(品)의 핵심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제 1장 〈게송품〉은 붓다의 가르침을 찬탄하면서 통관(通觀)하고, 제 2장 〈인연품〉은 불교사상의 핵심이 연기(緣起)임을 천명한다. 제 3장 〈온품〉과 제 4장 〈입처품〉을 통해 연기하는 세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 제 5장 〈대품〉은 이러한 교리에 근거하여 세간을 벗어나 열반을 성취하는 길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이를 〈디가 니까야〉와 〈맛지마 니까야〉의 내용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디가 니까야〉는 당시의 외도사상을 비판하면서 불교의 입장을 드러내고, 〈맛지마 니까야〉는 불교 수행의 목적과 방법을 알려준다면, 〈쌍윳따 니까야〉는 불교의 핵심 사상과 교리, 수행법을 보여줌으로써, 불교를 이해하고 실천하여 열반에 이르는 길을 알려준다.

〈쌍윳따 니까야〉는 이 모든 내용들을 하나하나 설명한다. 이를 짧게 정리하면 ‘마음 작용의 원리를 밝히고 번뇌에서 벗어나 열반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리석은 중생의 마음 작용은 항상 괴로움이 따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중생이 이를 이겨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붓다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쉽도록 교리와 수행을 주제별로 명확하게 정리하여 〈쌍윳따 니까야〉를 남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용은 너무나 방대하다. 이를 다시 축약하여 한 권의 책으로 담은 것이 〈정선 쌍윳따 니까야〉이다.

▲저자 이중표 교수는?

전남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 대학원서 불교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전남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정년 후 동 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로 위촉됐다. 호남불교문화연구소 소장, 범한철학회 회장, 불교학연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불교 신행 단체인 ‘붓다나라’를 설립하여 포교와 교육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정선 디가 니까야〉 〈정선 맛지마 니까야〉 〈붓다의 철학〉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 〈불교란 무엇인가〉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 외 여러 책이 있으며, 역서로는 〈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 〈불교와 양자역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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