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성보박물관들은 사찰 문화재 소장·관리를 위해 국고 지원을 받아 건립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항온항습 시설과 같이 유물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됐지만, 정작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안정적인 수급이 이뤄지지 못해서다. 이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관계자들이 ‘성보박물관 전문 학예 인력 확대’를 숙원 사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이 올해부터 처음으로 진행하는 ‘거점 다량소장처 학예 인력 배치사업’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불교중앙박물관이 지원하는 문화재 다량소장처에 등록된 사찰 성보박물관·보장각 47곳 중 30곳에는 전문 학예 인력이 없다. 대부분 성보 문화재를 보존·관리할 필요가 있어 수장시설이 설치됐지만, 사찰 재정이 전문 인력까지 운영하기는 어려운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인력 배치 사업을 통해서는 4개 권역, 8개 운영기관이 선정됐고 운영기관들은 각 1명의 학예 인력을 국고 보조를 받아 채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미약하지만, 권역 내 사각지대에 놓인 사찰, 문중 소장 문화재들을 일상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하드웨어적 지원만 했던 문화재청이 학예 인력 확대라는 핵심적 지원으로 정책을 전환했다는 것도 의의가 크다. 

불교중앙박물관은 권역별 학예 인력을 향후 20명까지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보다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서다. 이제 시작된 성보박물관 등 문화재 다량소장처 학예 인력 강화가 성공적으로 안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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