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한류를 향한 뜨거운 관심

한·미얀마 수교 45주년을 기념해 주한미얀마대사관은 공식행사로 한국 사찰음식을 배우는 자리를 마련하게도 했다.

2020년도는 한·미얀마 수교 45주년이 되는 기념적인 해이다. 한국과 미얀마는 식민지 시기, 민주화시기와 같은 역사를 가졌다. 뿐만 아니라 6.25전쟁, 민주화운동시절과 같이 서로 어려울 때 도움을 줬던 ‘친구’와 같은 사이이다. 우리나라가 6.25전쟁으로 힘들 당시, 미얀마 정부는 5만달러 규모의 쌀을 보내줬다. 미얀마 민주화 인사들이 한국으로 망명했을 때, 한국의 민주화 세력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겪은 양 국인 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큰 협력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

올해는 한·미얀마 수교 45주년
미얀마, 한국 문화 관심 최 고조
드라마·음악 등 연령 불문 사랑
한·아세아 정상 회담 결과물로
미얀마 연예인들 한국에 연수도

미얀마에 유학을 가기 전, 한국에 있던 미얀마 유학생 친구들에게 “미얀마 국민들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국 사람인 나에게 기분이 좋으라고 해주는 일종의 립서비스라고 생각했다. 미얀마 유학생활을 하면서 미얀마 사람들은 불자(佛者)답게 진실을 담지 않은 말은 잘 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곤국제공항에 내려서 캐리어를 끌고 택시를 타러 가는데 “은서처럼 이쁘다! 택시 타러오세요!”라며 택시 기사 아저씨들 입에서 ‘은서’라는 가을동화 주인공인 송혜교의 이름이 나왔을 때 깜짝 놀랐던 경험은 현재까지도 잊을 수 없다.

미얀마 사람들과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첫 주제는 ‘한국 드라마’이다. “구준표(드라마 ‘꽃보다 남자’ 극중 이름) 알아요?” “송송(송중기-송혜교)커플이 헤어져서 마음이 아파요.” “도깨비 드라마 잊을 수 없어요” “송일국 주몽 멋있어요” 등등 미얀마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와 한국 배우들의 프로필을 한국인인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한국의 네이버, 다음과 같은 대형 포털 사이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각 미디어들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소식을 전달한다. 한국 연예계에서 큰 사건이 일어나면 한국 뉴스가 보도 된지 몇 시간 후면 미얀마 미디어 페이스북 페이지에 미얀마어로 서술된 기사가 뜰 정도이다.몇 년 전, 미얀마 양곤에 한국의 유명한 아이돌그룹이 와서 공연을 했을 때 VIP티켓은 몇 십만원이 웃도는 가격으로 암표가 팔리기도 했다. 미얀마 일반 근로자들의 월급이 20-30만원인 것을 생각하면 아이돌 그룹 콘서트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미얀마 국영방송서 제작한 한국드라마 홍보 포스터.

한·미얀마 외교서도 한류 언급

아웅산 수찌 국가고문은 미얀마가 민주화가 되기 전, 2013년도 평창 동계스폐셜 올림픽 참석차 한국에 방한한적이 있다. 한국·미얀마와 관계가 있는 연예인들이 아웅산 수찌 국가고문과 비공식 만찬을 가졌다. 한국 측 연예인 참석자로는 ‘채정안, 송일국, 김효진, 이영애, 안재욱’ 이었다. 채정안 배우는 ‘커피프린스 1호점’, 송일국 배우는 ‘주몽’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미얀마에서 인지도가 높았다. 또한 두 배우는 2010년과 2012년 ‘미얀마-한국 영화제’ 홍보대사로 미얀마에 방문했던 적이 있다.

송일국 배우가 출연했던 ‘주몽’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단히 인기가 좋았다. 2018년도에 제주특별자치도립 무용단의 만달레이 공연에서 주빈으로 참석했던 조민마웅 주지사는 ‘주몽 디플로머시(주몽 외교)’라는 표현을 통해 한국문화에 대한 미얀마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전할 정도였다. 김효진 배우는 결혼식 축의금 전액을 미얀마 아이들 학교 건립에 기부한 인연으로 초청되었다. 이영애 배우는 ‘대장금’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장금이’로 미얀마에서 송일국 배우와 같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아웅산 수찌 국가고문은 이영애 배우와 만찬에서 “‘대장금’이라는 드라마를 가장 관심 있게 봤다. 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별한 관심을 표현했다.

안재욱 배우는 아웅산 수찌 국가고문이 좋아하는 한국 배우여서 초청되었다. 아웅산 수찌 국가고문이 안재욱 배우의 팬이 된 것에는 슬픈 가족사가 기반한다. 아버지인 아웅산 장군은 2살 때 암살당했고, 둘째 오빠는 연못에 빠져 아웅산 수찌 국가고문이 7살 때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야 했다. 안재욱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다가 아버지와 오빠의 모습이 보여 좋아하게 되었다. 한국에 방문하면 안재욱 배우를 실제로 보고 자신의 아버지와 오빠와 닮았는지 확인해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팬이었다.

또한 주미얀마한국대사인 이상화 대사는 2018년도 1월에 부임한 이후 아웅산 수찌 국가고문, 윈 민 대통령을 비롯하여 연방장관들을 만나면 빠짐없이 미얀마 국민들의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 음식등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는 점을 자신의 기고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국 문화를 접한 미얀마 젊은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게 높아졌고, 한국 유학과 취업으로 그리고 한국 브랜드 소비 등으로 점점 한국과 자신의 삶이 밀접해지고 있다.
 
 

미얀마 인기 아이돌그룹 ‘프로젝트k’ 한국연수 모습.

한·아세안 정상회담 후 ‘Project-k’ 연수도

코로나가 터지기 일년 전, 한국과 미얀마의 정상들은 일 년에 두 번을 만날 만큼 돈독했다. 2019년 11월 부산에서 한·아세안정상회담이 열렸고 문재인 대통령은 아세안 국가의 정상들과 각각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한·미얀마의 정상회담에서 아웅산 수찌 국가고문은 K팝을 기반으로 미얀마에서 인기가 많은 ‘Project-k’ 그룹의 한국 연수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부탁했다. Project-k는 한국에서 열렸던 ‘세계거리문화축제’에서 2등을 수상한 후 미얀마 연예계에 역으로 데뷔한 그룹이다. K팝 형태의 음악과 춤에 미얀마 전통 춤을 가미하여 미얀마의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그룹이다.

작년 정상회담의 결과로 코로나19임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문화적 협력을 위해 ‘Project-k’의 한국연수가 지난 9월 한달 동안 진행되었다. ‘Project-k’는 한국의 기획사에서 노래와 춤과 같은 교육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한국의 문화 콘텐츠들을 경험하는 의미 있는 연수가 진행되었다. 이번 방문은 한·미얀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미얀마 현지 한국기업인 포스코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경제활동을 멈추게 한 코로나19 역병 도 한류라는 소프트파워의 영향력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와 음악만 미얀마에서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올 9월에는 한·미얀마 수교 45주년을 맞아 불교국가인 미얀마에 한국의 불교문화를 소개하는 ‘제1회 한국 사찰음식 소개전’이 페이스북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이 날 행사는 이상화 주미얀마한국대사, 뚜라우아웅꼬 미얀마 종교문화부 장관, 미얀마 고승 시따구 스님과 문화사업단장 원경 스님의 축사로 시작되었다. 주미얀마대사관에서 주최한 ‘한식 콘테스트’의 1~3등 우승자들이 여거 스님의 진행에 따라 사찰음식 만드는 것을 따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미얀마 일레븐 미디어의 페이스북 생방송에는 약 21만명의 시청자들이 접속하여 볼 정도로 한국 사찰음식에 대한 미얀마 사람들의 큰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미얀마에서 한류는 젊은 층 뿐만이 아니다. 연령과 성별과 직업을 뛰어넘어 미얀마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한류가 함께 하며 살아 숨 쉬고 있다. 아세안의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인 미얀마에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고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하는 핵심에는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있다. ‘문화’를 공유하면 같은 ‘정서’를 갖게 되며, ‘마음’을 함께 하게 된다. 한국의 드라마를 넘어 한국의 불교문화까지 우리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다른 나라가 존재할까? 한국의 정(情)과 같이 미얀마에는 딴요진이 있다. 문화를 통해 정(情)까지 통하는 미얀마와 한국의 눈부신 협력과 발전을 바란다.(양곤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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