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앵글에 비친 석굴암 ‘진면목’
대가의 앵글에 비친 석굴암 ‘진면목’
  • 신성민 기자
  • 승인 2020.09.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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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硏 ‘석굴암, 그 사진’ 
故한석홍 유족 기증사진들 공개
세 차례 걸쳐 필름 1172장 기증
주실·전실·비도 세세하게 담아
각 부문마다 전문가 해설 첨부도
故한석홍 작가가 촬영한 석굴암 내부 전경 사진.
故한석홍 작가가 촬영한 석굴암 내부 전경 사진.

천년고도 경주에 자리한 석굴암은1995년 불국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현재는 자랑스러운 세계유산이지만 석굴암은 조선시대를 거치며 잊혀 방치되다가 1909년 경주의 한 우체부가 토함산서 발견하며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석굴암의 존재를 알게 된 일본 정부는 현장 조사를 통해 많은 유리건판 사진들을 남겼다. 가장 이른 유리건판 사진은 1910년에 촬영한 서울대 박물관 소장 사진이다. 이는 발견 직후 석굴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26년부터 1945년까지 경성제국대학 교수로 재직했던 후지타 료사쿠(1892~1960)는 경주를 조사하며 많은 유리건판 사진을 남겼는데 이중 372장이 현재 성균관대 박물관에 있다. 이중 86장이 석굴암 사진으로, 1913년 일제가 진행한 석굴암 해체 복원 과정이 담겨 있어 역사적인 의미가 크다. 

이렇듯 1909년 재발견돼 지금에 이르기까지 석굴암을 기록한 사진들은 그 질곡의 역사를 담아낸 중요한 사료이다. 재발견 직후의 석굴암 사진은 대부분 일본 정부와 학자가 연구·조사를 위해 촬영했지만,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국가가 안정되면서 우리 정부가 주도로 석굴암을 보수하며 사진을 남기기 시작했다. 1961년부터 1964년까지 당시 정부는 석굴암을 수리했고, 정명호(1934~), 故김준식(1923~1992), 故 정영호(1934~2017) 교수에게 촬영을 맡겼다. 당시 촬영자들은 석굴암 수리의 전 과정을 35mm수동카메라에 장착한 셀룰로이드 롤필름으로 생생히 담았다. 

1980년대 이후 문화재 사진은 재현의 장치로서 전문적인 영역이 구축된다. 문화재 전문 사진촬영을 이끈 대표주자가 바로 故 한석홍(1940~2015) 작가다. 앞선 시기의 문화재 사진 촬영이 과정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면, 그의 사진은 문화재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재현의 장치이자 예술작품이다. 우리가 흔히 접했던 대부분의 석굴암 사진은 故 한석홍 작가의 작품이다. 

석굴암 촬영 중인 故한석홍 작가
석굴암 촬영 중인 故한석홍 작가

故 한석홍 작가가 석굴암을 접한 건 1981년으로 일본에서 출간한 <세계의 미술> 제2권 한국·동남아시아편의 석굴암 사진을 담당하면서부터다. 이후 1986년, 2000년 미술사학자 강우방 선생의 저서의 사진을 의뢰받아 다시 석굴암 촬영을 진행했다. 세 차례의 촬영을 통해 그는 석굴암 전실·비도·주실에 있는 팔부중·금강역·사천왕·호법신장·보살상·승려상·본존불 등의 면면을 필름 1172장에 담아냈다.

그는 석굴암 촬영 시 4×5인치 필름을 사용하는 아날로그 필름카메라를 활용했다. 커다란 필름카메라가 문화재의 왜곡을 최소화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이 “사실에 근거한 역사 서술에 가장 적합한 시각자료”(임영애)라고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故 한석홍 작가가 남긴 유산인 석굴암 사진 1172장은 이제 사진집 <석굴암, 그 사진>과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故 한석홍 작가의 유족들이 아무런 조건과 대가없이 세 차례에 걸쳐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석굴암 사진을 모두 기증했기 때문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기증받은 필름을 고화질의 디지털 자료로 변환했으며, 선별된 사진 100여 장과 배치도, 전문가 해설을 곁들여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사진집으로 꾸몄다. 

1970년대 석굴암의 보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유리벽이 설치돼 실제로 그 모습을 보기 어려운 까닭에 故 한석홍 작가가 남긴 유작들은 재현의 장치를 넘어선 예술로서 더 귀중하게 다가온다. 

사진집 해설의 참여한 임영애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한석홍 작가의 사진을 이렇게 평가한다.

“그는 누구보다도 석굴암 조각을 오차없이 사진으로 재현하려 애썼다. 그의 석굴암 사진은 엄연히 ‘예술’이다.”

故한석홍 작가가 생전에 촬영한 1172장의 사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사진집 '석굴암, 그 사진'의 모습. 작가의 유족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사진을 기증해 만들어질 수 있었다.
故한석홍 작가가 생전에 촬영한 1172장의 사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사진집 '석굴암, 그 사진'의 모습. 작가의 유족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사진을 기증해 만들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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