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닌나지, 총본산 스님들 주축
사찰·신사 등 오사카 시내
150km 거리를 도보로 순례
동영상으로 실시간 중계도

오사카 시내를 순례중인 요시다 스님. 사진출처=야후재팬 뉴스

찌는 듯 한 무더위 속, 가사장삼을 수하고 석장을 든 스님이 도보 순례를 시작했다. 교토의  스님들과 일본의 대형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 동화’가 함께 기획한 이번 순례에 연일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8월 14일 일본의 ‘마이도나 뉴스’ ‘야후재팬 뉴스’ 등은 오사카를 지나고 있는 순례팀의 모습을 보도했다.

순례를 시작한 것은 교토시에 소재한 ‘닌나지(仁和寺)’의 스님들이다. 닌나지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사찰로 진언종 오무로파(御室派)의 총본산. 일본 왕실의 원찰이었던 이곳은 100여 년전까지 일본의 왕족, 혹은 일왕이 양위 후 출가해 주지를 맡는 등 그 위세와 격이 높은 사찰로 알려져 있다.

이번 도보순례는 일본의 대형 동영상 사이트인 ‘니코니코 동화’가 매년 개최하는 온라인 축제인 ‘니코니코 인터넷회의’의 기획 중 하나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니코니코 동화에서는 ‘닌나지의 스님, 거의 150km 도보순례 생방송’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순례의 모습들이 생중계 되고 있다. 순례의 목적지는 인접한 효고현의 칸노지(神呪寺)로 도중 코보대사나 닌나지와 인연이 있는 사찰과 신사등을 참배할 예정이다.

닌나지 측은 “이번 도보순례에는 3가지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첫째는 순례하는 스님이 등에 종조(宗祖), 코보대사의 상을 짊어지고 걸음으로서 ‘코보대사와 사람들이 언제나 함께한다’는 ‘동행이인(同行二人)’의 정신을 많은 이들이 느끼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닌나지 경내 뒤에 있는 ‘오무로 88개소’의 부흥이다. 시코쿠 88개소를 본 따 200여년전에 만들어진 옛 순례길을 부흥시키고 홍보하려는 목적이 있다. 마지막 목적은 이 길을 정비하기 위한 보시를 받기 위한 권진(勸進)활동”이라고 닌나지는 밝혔다.
실제 현재 중계되고 있는 영상은 매일 약 5만여명이 시청, 스트리밍 채팅창에는 “무더위 속에 감사하다” “회향까지 힘내시라”는 등의 응원이 쏟아졌다. 심지어 스트리밍을 보고 진행루트에서 기다리다가 차가운 음료나 순례길 부흥에 써달라며 보시금을 전달하는 사람들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8월 9일 오전 8시 닌나지 금당 앞에서 출발한 닌나지의 스님들은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석장과 삿갓을 갖춘 전통적인 모습이었다. 순례팀을 이끄는 오이시 데츠겐 스님은 매일 10시간 가량을 이동, 8월 12일 밤에 목적지인 칸노지에 도착했다. 특히 순례 중 카메라맨과 중계되는 채팅에 반응해 대화를 이어가는 스님의 모습이 입소문을 타면서 “닌나지에 한번 가보고 싶다” “스님의 루트를 따라 걸어보고 싶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14일부터는 닌나지 종무총장인 요시다 마사히로 스님에게 코보대사상이 인계됐다. 요시다 스님 역시 매일 10시간 이상 도보로 이동할 예정. 순례팀은 16일 이른 오후에 닌나지에 도착해 오무로 88개소를 일주한 후 금당에서 회향법회를 봉행한다는 계획이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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