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전 촬영된 김제 금산사의 모습이 담긴 희귀 동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일제 강점기 불교관련 사진은 많이 발견됐지만 동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존하는 사찰 영상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일제 강점기인 1936년 촬영된 이 영상은 미국 남장로교 선교부에서 전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 선교사업 실적을 조사하기 위해 1936년과 1946년 2차례 방한해 촬영한 영상 중 1936년 봄 촬영한 영상에 금산사와 태인읍의 무극대도교가 포함되어 있다.

 군산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이 공개한 이 영상은 총 120분 분량의 흑백무성영상으로 1936년에는 금산사와 무극대도교 본당, 서울의 창경원 벚꽃 놀이, 전주근교의 선교 상황이 담겨 있으나 이번에는 53초 분량의 금산사와 무극대도교 관련 영상만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당시 금산사 주지 스님으로 추정되는 분과 대중 스님 2분이 미국의 선교사에게 금산사 5층석탑과 방등계단에서 안내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또 미륵전 현판은 현재 3개가 있으나 당시에는 ‘미륵전’ 1개만 있는 모습도 담겨있다.
 
 보물 제27호 금산사 6각다층석탑은 본래 위치가 미륵전 우측으로 확인되며, 현재와 다른 모습은 탑 하단의 복련 위에 중대가 있어 탑 전체를 지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영상중 금산사 부분말미에는 A Land of beauty(아름다운 나라), 무극대교 영상에는 A Land of Heathen Worshp (이교도 숭배의 나라)라는 자막이 추가되어 있다.

 이 영상을 최초로 공개한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은 “이 영상은 미국인 개인이 소장중인 영상으로 지인이 동국사 영상이라고 보내왔는데 확인해보니 금산사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며 “일제 강점기 불교관련 사진은 많이 남아 있지만 무성이지만 동영상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그동안 금강산의 사찰 영상이 10초정도 촬영된 영상은 본적이 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전각이나 탑의 모습을 촬영한 것은 최초가 아닌가 생각된다” 며 “84년전의 영상임으로 사료가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영상에서 금산사 미륵전과 대순진리회의 전신인 무극대도교의 영상만 촬영된 점과 자막에 이교도의 나라라는 자막이 추가된 것으로 볼 때 선교사업의 일환으로 영상을 촬영하면서 기독교는 최선의 종교이고 미륵사상은 이교도로 지칭하기 위해 촬영된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이 영상에 함께 촬영된 무극대도교는 대순진리회의 전신으로 1927년 4월 김현범(金賢範)이 창시한 천도교 계통의 민족종교로 출발하여 조철제가 증산교 계통의 '무극대도교(무극교)'라 개명했는데, 일제의 유사종교 철폐 정책으로 교단이 해체되면서 김제시 태인읍 태흥리 99칸 본당도 철거되었고 부산 감전동(현재 감전동 벽화마을)으로 교단을 옮긴 후에는 '태극도'라 개명하였다. 대순진리회(초기에는 태극진리회)는 태극도를 신앙하던 박한경이 조철제 사망 후 1969년에 서울 중곡동에 연 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