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억근 삼보회 이사장, 8월 16일
정혜결사 길을 찾아서’주제 법문
"창립 정신·화합으로 면모 일신"
삼보여름불교대학 7차 강의 일환

유억근 이사장

“한국불교사에 한 획을 그은 보조국사 지눌의 권수정혜결사는 정법으로의 복귀와 수행불교의 재건, 민간불교와 대중불교의 건설 운동이었다. 그로부터 700여년이 지난 1964년, 비구·대처간 분규의 혼돈 속에서 탄생한 삼보학회 역시 대중불교와 정법구현을 위한 지성불교의 산실이었다.”

유억근 삼보회 이사장이 8월 16일 서울 삼보정사에서 ‘재가자 중심의 불교수행과 권수정혜결사’ 주가 법문을 통해 지눌 스님의 권수정혜결사의 의미를 토대로, 재가불교단체인 삼보회 출범의 역사와 가치를 되짚었다. 특히 이를 통해 창립 60년을 앞둔 삼보회의 재도약을 추진하고 그 면모를 일신함으로써, 과거 삼보회의 위상과 정체성을 계승·회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눈길을 끈다.

유억근 이사장은 이날 강의를 통해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권수정혜결사 이후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근대까지 이어진 한국불교의 암흑기를 순차적으로 설명했다. 한반도의 아픈 역사들은 한국불교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숙명으로 작용해 위축과 혼돈으로 이어졌다.

유억근 이사장은 “조선시대 숭유배불(崇儒排佛)로 위축된 불교는 신안 임자도에 표류한 무역선을 통해 ‘화엄경소연의초’가 전래되면서 후기 불교를 다시 꽃피운 계기가 됐다”며 “그러나 곧이어 일제강점기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또다시 좌절과 혼돈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시 일본은 왜색불교화를 위해 청정비구의 결혼을 유도했고, 이에 응해 대처승이 된 결우 사찰 주지를 비롯한 요직을 주는 등 승단 양분화를 도모했으며 이는 민중의 분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해방 이후 전국승려대회가 열려 일본불교 잔재의 청산을 논의했지만 한계가 뚜렷했고, 이후 미군정의 개입으로 인한 친일불교의 득세, 6.25전쟁 이후 이승만 대통령의 담화, 5.16군사정권 당시 불교정화를 내세운 법난 등으로 인해 비구·대처간 갈등과 혼란은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유 이사장은 “1982년 사실상 비구종단의 승리로 혼란은 정리됐지만 이는 승리가 아닌 한국불교사의 큰 오점”이라며 “당시의 불교정화는 외부에 의한 정화였으며 비구대처간 오랜 싸움으로 인한 불신과 폭력의 씨앗이 지금까지도 불신과 갈등으로 남아있다. 더욱이 당시 비구측이 수적인 열세를 내세워 외부에서 끌어들인 폭력을 청산하지 못한 것도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탄생한 것이 삼보학회다. 삼보학회는 당시 사업가이자 재가불자로 불교현대화를 이끌었던 덕산 이한상 거사의 원력으로 1964년 봉은사에서 출범했다.

유 이사장은 “비구대처간 싸움으로 혼돈에 빠진 한국불교에서 드라마틱하게 등장한 삼보학회는 당시 스님 중심이던 불교에서 흔치 않은 재가불교단체로 신선한 충격을 전했다”고 삼보회 출범의 의미를 전했다. 이어 “당시 불교계는 재가불교단체의 출현에 대해 ‘찻잔 속의 미풍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삼보학회는 대중불교와 정법구현을 이끄는 지성불교의 산실로 성장했고 불법홍포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삼보장학회는 삼보회의 드높은 위상과 존재감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이었다. 근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학자로 손꼽히는 고익진 교수 역시 삼보장학금 1회 수혜자이며, 이밖에도 100여명 수혜자 상당수가 한국불교계의 석학이자 중심인물로 성장했다는 점은, 재가불교인재 양성의 상징적인 모델로 장보장학회를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유 이사장은 현재 삼보장학회의 명맥이 끊긴 것에 대해서는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유 이사장은 “창립자인 이한상 거사님의 위상과 업적을 기리기 위한 사업들이 시작되고는 있지만, 그 토대가 됐던 삼보장학회 재건이 없다면 창립자의 정신을 이어가는 단체라는 명칭이 무색할 것”이라며 “다행히 2018년 보덕심 법우가 장학금으로 지정기탁한 금액을 토대로, 지난해에는 총회에서 회기 잉여금 중 20%를 장학기금으로 적립키로 의결했다는 점에서 삼보장학회 역시 회생의 빛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삼보회는 삼보법회와 삼보선원, 삼보장학회와 삼보사이버불교대학, 삼보여름불교대학, 삼보연꽃어린이집, 삼보정사 등 7개 산하단체로 운영되고 있다. 유 이사장은 과거 삼보회의 드높았던 뜻과 위상을 되살리기 위해, 출범 당시 초심과 원력을 현재에 다시 펼치기 위한 노력에 임할 것을 재차 다짐했다.

이를 위해 삼보장학회 활성화는 물론, 당대 최고의 선지식들이 법석에 올랐던 삼보법회의 위상 회복과 삼보불교교양대학의 새로운 방향성 모색, 삼보선원 확대를 위한 회원들의 치열한 정진과 결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 이사장은 “삼보가 ‘고목(古木)’이 아닌 ‘거목(巨木)’이 되기 위해서는 완전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운영 미숙이나 ‘좋은게 좋은 것’이란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목이 스스로 몸을 산화해 새로운 싹을 만들 듯 과거의 명성에만 머물지 말고 새로운 기운으로 도약할 때”라고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날 법회는 제46회 삼보여름불교대학의 7번째 법석으로 진행됐으며, 코로나19와 관련한 서울시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열렸다. 다음 법문은 8월 23일 오전 11시 삼보정사에서 삼보회 지도법사이자 열린선원장 원순 스님이, 회향법문은 8월 30일 삼보여름불교대학장이자 중앙승가대 전 총장 종범 스님이 각각 법사로 나선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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