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니 명상

실라 띳사 스님 120년 전 소개한
미얀마 구전 수행법 ‘칸니 명상’
사마타·위빳사나 아우른 수행법
“자아실체·우주 속 자신 인지”

칸니 명상 / 수망갈라 지음 / 차은숙 옮김 / 운주사 / 3만원

 

철저하게 상좌부 불교의 정통 가르침과 주석서에 근거해 아나빠나삿띠와 위빳사나의 정수를 담은 수행 입문서이자 종합 안내서인 〈칸니 명상〉이 출간됐다.

칸니 명상은 미얀마에서 오랜 시간 스님들에게만 구전으로 전해온 수행법으로, 짧은 시간에 깨달음의 지혜를 성취할 수 있는 수행법이다. 수행방법을 세밀하고 자세하게 그리고 논리적이며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은 초보수행자뿐만 아니라 보다 깊은 명상을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칸니 명상은 실라 띳사 스님이 약 120년 전 미얀마에 처음 소개한 수행법이다. 그는 아라한으로 알려진 스승 찌딸라 마하테라 스님으로부터 이 명상법을 전수 받았다. 그 당시에는 명상이라는 것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레디 사야도 등 많은 유명 스님들이 실라 띳사 스님의 지도하에 함께 명상을 했다. 그때 함께한 수행이 집중명상(사마타)과 통찰명상(위빳사나)이 포함된 칸니 명상이었다. 저자인 수망갈라 스님은 그동안 수많은 수행자들에게 칸니 명상을 지도했으며, 현재 깊은 산속에서 계율을 철저히 지키면서 탁발로 연명하며 홀로 정진 중이다. 책은 구전으로 전해온 수행 비법과 저자 자신의 체험, 그리고 명상 지도 경험을 종합하여 체계화한 것이다.

불교의 명상은 크게 사마타 수행(고요명상)과 위빳사나 수행(통찰명상) 둘로 나눌 수 있다. 사마타는 어떤 한 대상에 마음을 집중하여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상태를 얻는 수행법이고, 위빳사나는 집중된 마음(사마타)을 기반으로 하여 대상의 본질을 통찰하는 수행법이다.

아나빠나삿띠는 호흡의 들숨과 날숨에 대한 알아차림을 하는 수행법으로, 사마타 수행의 한 종류이면서 모든 명상의 기본이 되는 수행법이다. 그리고 위빳사나는 열반에 이르는 도의 지혜를 얻는 수행법인 만큼 무상, 고, 무아라는 3가지 특성을 알아차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통 칸니 명상코스는 55일이 소요된다. 사마타 수행을 35일, 위빳사나 수행을 20일 동안 한다. 직장인들을 위해 10일 특별집중코스도 진행한다. 10일 코스에서는 하루에 최소한 8시간 동안 저녁 9시까지 계속해서 1시간 좌선, 30분 걷기 명상을 반복한다. 10일 중에 7일은 사마타 수행을, 3일 동안은 위빳사나 수행을 한다.

이처럼 칸니 명상은 먼저 아나빠나삿띠 수행을 통해 강한 집중을 얻고, 이를 기반으로 위빳사나 수행으로 전환하는 수행법이므로, 사마타와 위빳사나를 아우르는 수행법이다.

칸니 사마타 수행은 아나빠나삿띠를 통해 선정에 근접하는 집중을 얻기 위한 수행으로, 깊은 집중 상태에서 개념화된 빛의 심상을 얻으면 제3의 눈을 통해 멀리 떨어진 물체를 보는 초능력 체험도 가능하다. 또한 호흡관찰을 통해 불면증이나 허리 통증 등과 같은 만성질환이 치유되기도 한다. 용맹정진한다면 25일 이내에 깊은 집중의 상태를 경험함으로써 선정의 입구인 근접삼매에 이를 수 있다. 근접삼매에 이르면 위빳사나 수행을 시작한다.

위빳사나 수행에서는 매 순간 명상 대상인 아지랑이 같은 물질 미립자를 알아차림으로써 마음과 물질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철견(撤見)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보편적인 진리를 터득하여 삶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마침내 모든 괴로움을 완벽하게 소멸시킬 수 있다. 즉 위빳사나는 인간의 근본적인 어리석음과 고통에서 자유로워지고, 윤회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인 수망갈라는 “부처님은 고통을 끊는 유일한 길이 위빳사나라고 말씀하셨다. 위빳사나 수행을 통해 당신이 누구인지 이해할 수 있으며, 자아의 실체와 무한한 우주 속 당신의 현 위치를 알게 된다. 깨달음을 얻기만 한다면, 존재에 대한 집착은 더 이상 절망적인 마음의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위빳사나 수행을 함으로써 당신은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열반을 실현할 수 있는 길에 도달할 수 있다. 이 깨달음의 여정에 동참한 것을 환영하며, 영적인 수행이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신에게 최고의 안내를 약속한다.”고 말한다.

수망갈라는 미얀마 양곤 경영대학교에서 통계수학을 전공했으며, 국영 석유회사에서 재직 중 자진 퇴사한 후 계를 받고 미얀마 불교 승가의 일원이 되었다. 싯따구 국제 불교 아카데미에서 영어를 가르쳤으며, 만달레이 양킨 국제명상센터의 명상지도 스님으로 국내외 수행자들에게 칸니 명상을 지도했다. 2006년, 모든 행위를 끊고 24시간 철야명상을 마친 후, 인도의 4대 불교성지 순례를 했다. 2013년 다시 인도를 찾아 우루웰라 동굴에서 단독 집중수행했으며, 보리수나무 아래서 밤낮으로 용맹정진했다. 2019년 대만에서 〈The True Power of Kanni Meditation〉을 출간했다.

저자 수망갈라가 명상을 하며 숲속을 걷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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