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미얀마 고전 문학 원천
불교, 미얀마 고전 문학 원천
  • 최재희 양곤대 박사과정
  • 승인 2020.07.3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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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미얀마문학과 불교
바간시대, 불교문학 전성기
주요창작층은 왕족과 승가
미얀마 전역 불교설화 분포
지금까지도 구전으로 계승

 

 

불교에 바탕을 둔 미얀마 문학작품 상당수가 비문에 새겨져 있다.
불교에 바탕을 둔 미얀마 문학작품 상당수가 비문에 새겨져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찰나의 순간마다 수많은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낀다. 자신의 체험과 사유 그리고 감정을 오롯이 소설·시·수필·희곡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문학으로 승화시킨다. ‘책으로 한 나라의 상당 부분을 다닐 수 있다’고 유명한 영국의 문학가인 앤드루랭은 이야기했다. 문학은 한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담고 있을뿐더러 시대의 흐름과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불교문학을 통해 그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정서를 추론하고 이해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불교문학은 신라시대의 향가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월명사 스님의 〈제망매가〉는 죽은 누이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무상함이 불교적 세계관으로 담겨있다. 신라시대의 다른 불교 향가로는 〈도솔가〉〈원왕생가〉〈도천수관음가〉 등이 있다. 고려 시대 향가 연구의 소중한 자료가 되는 〈보현십원가〉는 백성들에 의해 많이 불렸었고 〈삼국유사〉에는 다양한 불교설화가 전해진다. 그 외에도 선사들이 깨달음의 기쁨을 선적 언어로 표현한 오도송과 수필 등이 전해진다. 과거에 비하면 현재의 불교문학은 창작 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만해 스님의 〈님의 침묵〉, 법정 스님의 〈무소유〉 최인호 작가의 〈길 없는 길〉과 같은 작품은 종교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21세기인 현재에도 불심(佛心)이 남다른 미얀마의 문학은 어떨까? 미얀마 문학은 크게 19세기 이전과 19세기 이후로 나뉜다. 미얀마는 19세기가 지난 이후에 불교적인 세계관 문학을 벗어나 다른 형식의 문학 장르를 받아들였다. 불교문학의 중심이자 시작은 미얀마 상좌부 불교의 융성함을 알린 바간(Bagan) 이었다. 바간 시대의 불교문학은 주로 짜웃싸(Kyokc, 비문)에 기록되었는데 창작층과 관련이 있다. 바간 시대의 불교문학의 주요 창작층은 왕족과 승가였다. 주로 비문 내용은 왕족의 불심·공덕에 관한 찬탄·부처님을 찬미하는 내용과 왕들이 불교교리에 의해 정한 법이 짜웃싸에 기록되어 있다.

라자꾸마라 비문
라자꾸마라 비문

미얀마 짜웃싸 중 가장 가치가 있는 짜웃싸는 라자꾸마라 짜웃싸(Razakuma Kyokc)이다. 네 기둥에 한 기둥 마다 빨리어(Pali), 몬어(Mon), 미얀마어(Myanmar), 쀼어(Pyu)로 서술되어 있다. 라자꾸마라는 바간 왕조의 짠싯타 왕의 아들이었지만 직접적으로 왕위 승계를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효심 가득한 마음을 부처님께 기도하는 형식으로 작성했다. 미얀마 문학의 또 다른 특징은 왕족들의 연대기를 기록한 역사서에 불교적 내용이 가미가 되었고 또 다른 형태의 미얀마 문학으로 발전했다. 미얀마의 시문학은 부처님의 전생담을 기록한 자타카(Jtaka)를 기반으로 창작되었다. 자타카에서 영감을 얻어 지은 시의 형식을 뾰(Pyo)라고 한다.

미얀마 문학의 또 다른 차별점은 불교설화가 전국에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얀마 사람들과 함께 미얀마 전역을 여행하다 보면 불교유적 전설 전문가라고 느껴질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다. 한국에서는 불자라도 한국의 절과 탑에 얽힌 전설에 대해서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이야기가 많지 않다. 같이 여행하던 어느 날, 미얀마 친구에게 ‘아니, 너는 어떻게 그렇게 파고다에 얽힌 이야기를 책도 보지 않고 다 알아?’라고 했더니 ‘우리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친척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며 자연스럽게 전해 들어!’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얀마에서는 아직도 불교 전설이 과거와 같이 구전(口傳) 되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미얀마 파안(Hpa An)에 갔을 때 친구 아버지께서 해준 싸단 동굴의 전설이 기억난다. 이 동굴은 부처님 전생담과 관련이 있다. ‘싸단 동굴(Sadan Cave)’은 부처님께서 전생에 코끼리였을 때 죽기 전 마지막으로 지냈던 동굴이다.

‘마을의 왕과 왕비는 동굴 속에 사는 코끼리 왕의 상아를 갖고 싶어 했다. 상아의 욕심이 난 왕과 왕비는 코끼리를 잡는 사냥꾼을 고용하였다. 사냥꾼은 코끼리를 잡기 위해 화살을 쏘았고, 코끼리는 자신을 지키는 친위대가 있었지만 사냥꾼의 화살에 기꺼이 맞아줬다. 상아를 뽑기 위해 사냥꾼은 안간힘을 썼지만 다음 생에 부처님이 될 코끼리여서 쉽게 상아가 뽑히지 않았다. 그때 코끼리가 사냥꾼에게 “왕의 부인이 갖고 싶다고 하면 내가 나의 상아를 주겠다”라는 말을 남기며 사냥꾼에게 상아를 내주고 죽었다.’

싸단 동굴(Sadan Cave)의 모습.
싸단 동굴(Sadan Cave)의 모습.

코끼리 왕의 전설이 내려오는 이 동굴에는 현재 불상과 탑이 건립되어 코끼리 왕의 전설을 기리고 있다. 부처님 전생담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가 미얀마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중에서 어린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유명한 미얀마 전래동화가 있다. 두 이야기 모두 부처님의 전생담에 기반을 하고 있다. 한 이야기는 부처님께서 전생에서 지혜롭지 못했던 이야기, 다른 이야기는 부처님께서 지혜로운 사람이었던 이야기가 전해진다.

전생에서 지혜롭지 못했던 이야기는 ‘위딴디야 민지(Waitandayar Mingyi, 위딴디야 왕)’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나라의 왕이었던 위딴디야는 숲에서 명상을 하며 남은 생을 지내고 싶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왕의 자리를 맡기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위딴디야 왕에게는 부인과 딸과 아들이 있었다. 가족들은 왕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같이 살고 싶어서 왕과 함께 산속으로 따라 들어갔다. 부인과 자식들은 숲속에서 자급자족을 해야 했기 때문에 자식들을 집에 두고 부인은 산으로 먹을 음식을 찾으러 나간 사이에 위딴디야 왕에게 한 남성이 찾아왔다. 그 남자는 어떤 것이든 괜찮으니 보시를 해달라고 했다. 위딴디야 왕은 줄 것이 없어 자기의 자식을 내주었다. 남자는 위딴디야 왕의 자식들을 데리고 가서 학대를 하며 앵벌이를 시켰다. 이를 본 위딴디야의 아버지는 자신들의 손주를 위기에서 구해주었고, 아이들을 데려갔던 남자는 죗값으로 급하게 밥을 먹다가 사망하게 되었다.’

위딴디야 왕의 지혜롭지 못했던 보시이야기를 통해 미얀마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보시는 중요하지만, 지혜롭게 보시해야 한다’며 지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하나는 부처님께서 지혜로웠던 시기의 마허다따(Mahawdatar) 이야기다.

‘어느 마을의 마허다따라는 이름을 가진 젊은 남자가 있었는데, 지혜롭고 총명해서 다음 생에는 부처님으로 될 것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칭찬했다. 마을에서 누군가가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서로가 물건을 갖고 싸우거나,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을 때 마허다따가 지혜롭게 해결을 해서 모든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줬다.’

마허다따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지혜롭고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해결해 줘야 한다는 교훈을 어릴 때부터 가르친다. 미얀마 문학은 영국 식민지 시기의 지배를 받았을 때부터 다른 주제를 가지고 문학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부처님의 전생담,  부처님의 교리, 파고다 건립 이유, 부처님에 대한 찬탄과 공경 등 불교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소설, 시, 전설, 동화 등이 창작되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 들었던 전래동화, 학교에서 배운 문학작품은 우리의 세계관과 가치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정서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집에서 듣고, 여행을 가며 전설 속의 유적지를 실제로 보며 자란 미얀마 사람들의 세계관은 어떨까? 미얀마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미얀마 불교 문학을 읽고 한 번 떠나보자. 상상하던 그 이상의 불국토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양곤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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