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바둑이가 늑대와 싸운다

날렵한 바둑이가 늑대 눈탱이를
먼저 물었다
늑대는 발톱도 크고 이빨도 무섭다

그래도, 바둑이 꼬리를 봐라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싸움은 안 봐도 알겠다
늑대가 꼬리 내리고
내빼고 말았을 거다

까잘만, 싸이말루이 따쉬

암각화는 돌이나 금속의 뾰족한 끝을 이용하여 긋거나 쪼아서 외곽선을 만들고, 갈거나 쪼아 파내거나 하는 몇 가지 방법으로 완성한다. 청동기가 나오기 이전에는 주로 돌을 이용하여 암각화를 새겼기 때문에 윤곽선이 굵고 투박하다. 그러나 투박한 가운데에서도 각 사물이 지니는 성격과 특징을 정확하게 표현하였다. 이것은 사물에 대한 관찰이 예리하고 수많은 반복과 경험이 풍부한, 숙련된 장인이 있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이 그림에서도 늑대의 발톱과 주둥이 그리고 개의 꼬리가 치켜 올려진 각각의 특징을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숙련된 솜씨로 표현하였다.

이 그림은 늑대와 개가 싸움을 하는 단순한 그림일까? 아니면 다른 뜻도 있을까? 혹시, 그 집에 늑대가 자주 출몰하니 개가 늑대를 이기는 그림을 그려 놓아서 늑대가 오지 못하도록 하는 부적(符籍)과 같은 성격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늑대가 나타나도 물러서지 않고 늑대와 맞서는 용감한 개가 있었는데, 주인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다가 장렬히 저세상으로 떠난 용감한 바둑이를 기념하는 기념비일까?

용감한 바둑아! 요새 우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코로나 귀신을 만나서 온 세상이 고통 속에 괴로워하고 있단다. 제발! 코로나 좀 물어 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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