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국사, 5월 8~10일
‘상월묵언 TS’ 1기 회향
천막정진?묵언 청규 반영
걷기명상 등 힐링 접목도

수국사 상월묵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주지 호산 스님 등과 삼성각 처마 아래에서 좌선하는 모습.

혹한기 추위 속 한국불교 중흥을 발원한 아홉 스님이 천막 무문관에 들어 용맹정진했던 상월선언 결사정신이 회향 3개월이 지나 서울 수국사로 이어졌다. 5월 8일부터 10일까지 수국사(주지 호산)가 진행한 ‘상월묵언 템플스테이’에서다.

상월선원 결사가 철저한 수행이었다면 수국사 상월묵언 템플스테이는 결사 정신을 토대로 수행과 힐링을 접목시켜, 일반 불자들도 부담 없이 동참해 정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상월선원 결사를 회향한 9인의 스님 가운데 한명 이었던 주지 호산 스님이 결사 정신을 대중과 함께하기 위해 고안했다.

상월묵언 템플스테이 첫 참가자들은 동국대 윤성이 총장과 학교법인 조성환 기획관리부장, 김성우 사업부장 등 종립학교를 이끄는 불자들. 여기에 호산 스님이 입방해 직접 프로그램을 지도했으며, 망경산사 하원 스님과 수국사 인공 스님 등도 함께했다.

프로그램은 묵언과 휴대폰 반납, 사찰 밖 외출 금지, 수국사에서 제공하는 음식만을 섭취한다는 4가지 청규에 대한 서약식을 기점으로 2박3일간 이어졌다. 이 같은 청규는 상월선원의 씻거나 이발하지 않고 하루 한끼 공양, 묵언하는 가운데 하루 14시간 정진하는 등의 청규를 템플스테이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8일 저녁 입방해 입재식을 한 참가자들은 다음날 오전 4시30분 기상해 5시 새벽예불에 참석, 좌선과 108배, 송담 스님의 좌선 지도, 걷기명상, 저녁예불 등으로 하루를 채웠다. 일정 중 점심 단 한끼만을 공양했다. 단 오전 7시경에는 우유죽을 제공해 자율적으로 공양할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의 정진은 삼성각 앞에 설치한 1인용 천막(텐트)에서 이뤄졌지만 오전과 오후 예불에 이은 좌선과 108배는 큰법당에서 참가대중 모두가 함께했다. 수행이 익숙치 않은 이들을 배려해 도반과 함께 정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루 한번 겯기 명상으로 몸을 움직이고 자율적으로 원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차담할 수 있도록 했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대단히 좋았다. 치열한 수행이라기보다 복잡한 도심 속 삶을 잠시 멈추고 고즈넉한 산사에서 자신에게 몰두하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2박3일 내내 비가 내린 덕에 천막 속 습기와 한기로 조금의 불편을 감수해야 했지만, 시원한 빗소리를 배경삼아 삼성각 처마에 앉아 좌선한 기억도 남달랐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 가운데 윤성이 동국대 총장은 이미 상원선원 결사가 진행되는 동안 하루 꼬박 수행에 매진하는 정진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그는 “비록 하루에 불과했지만 정진하면서 이러한 수행이 정말 한국불교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느껴졌다”며 “동국대를 이끄는 사람으로 무거운 책임감과 미래를 향한 고민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수국사에 상월선원 결사정신을 계승하는 자리가 마련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민할 필요도 없이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은 “개인적으로는 묵언과 정진을 통해 외부로 향하는 마음을 내면으로 돌려 나를 맑히는 힐링의 시간이 됐다”며 “앞으로도 결사정신을 잇는 이런 법석이 대중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산 스님은 마지막날 회향식에서 2박3일간 정진한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이번 경험이 앞으로 삶을 지탱하는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박3일간의 일정을 회향한 참가자들이 회향식에서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스님은 “템플스테이로 보기엔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상월선원 결사정진의 핵심이 곧 수행정진에 있고, 이 같은 정진이 스스로를 비우고 성장시키는 전환점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며 “휴대폰 없이 묵언하며 나 자신에게 몰두했던 모든 시간들이 곧 공부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님은 “동국대를 이끄는 1기 참가자들이 이번 경험을 토대로 4대 결사의 정신을 잊지 않고 삶의 지표로 삼아, 어디에 있든 외연보다는 내면의 가치에 무게를 두는 삶을 살길 바란다”며 “모든 불자들이 4대 결사의 정신을 가슴에 품고 삶을 변화시켜 나간다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수국사는 6월부터 매주 토요일 ‘묵언명상 day’를 운영할 방침이다. 2차 상월묵언 템플스테이는 5월15~5월 17일 스키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수국사=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삼성각 앞 정진을 위해 설치된 개인용 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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