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다 왕의 물음 / 서정형 역해/ 공감과 소통 펴냄/ 1만4천6백원

 

그리스 왕 밀린다와 인도 고승 나가세나의 주옥같은 대화를 모아놓은 〈밀린다팡하〉가 새로운 번역과 해설로 출간됐다. 신간 〈밀린다 왕의 물음〉은 〈밀린다팡하〉의 여러 번역본을 대조하여 한국어로 옮기고, 원 텍스트의 참뜻을 쉽게 풀어 쓴 해설을 붙였다.

기원전 2세기경에 완성된 〈밀린다팡하〉는 문학적 향기가 짙은 불교 고전 중의 하나이며 인도 산문의 걸작 중 하나다. 〈밀린다팡하〉는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그 원본의 산실과 재편집. 훼손과 첨삭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원형을 복원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역해자)는 리스 데이비즈(T.W. Rhys Davids)가 빨리어 원본에서 영역한 〈The Debate of King Milinda〉를 기본 텍스트로 삼았고, 이를 요약 편집한 비구 페살라(Bhikhu Pesala)의 〈An Abridgement of the Milindapanha〉를 참조했다.

의미가 명확하지 않거나 모호한 부분은 한역본 〈자선비구경〉을 교차 검증했으며, 우리말 번역본의 내용을 대조했다. 특히 페살라의 영역본을 접하고 축약의 필요성과 편의성에 공감했기 때문에 중복되는 비유나 부연설명을 간소하게 줄였다. 주제별로 재편해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밀린다팡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원 텍스트의 뼈대와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주제별로 묶어 새롭게 편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화된 시각과 접근법은 기존에 출간됐던 동서양의 여러 〈밀린다팡하〉 번역본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책은 크게 ‘1부 대론(對論)’, ‘2부 딜레마’로 구성됐으며 권말에는 ‘해설’과 ‘부록’을 첨부했다.

‘1부 대론’은 밀린다 왕과 나가세나의 대론이 있은 후 100년 후에 기록된 구본의 내용이다. 1. 무아, 2. 윤회, 3. 업, 4. 마음, 5. 수행, 6. 열반, 7. 붓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일곱 개의 범주는 모두 〈밀린다팡하〉와 불교 교학을 관통하는 주요 교리이다.

‘2부 딜레마’는 후세에 덧붙여진 신본이다. 서로 충돌하는 교설에 대한 해명을 추구하는 대화법인 ‘양도논법(딜레마)’ 중 핵심 논지만 정리하여 번역했다.

‘해설’에서는 밀린다 왕과 나가세나의 대화 가운데 철학적으로 중요한 주제들(무아, 업, 윤회, 열반)에 대해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부록’에는 저자가 오래전에 쓴 소논문을 실었다. 이 논문은 이 책의 주요 주제인 무아, 윤회, 열반 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유와 통찰의 글로서 독자들에게 보다 심층적인 사유의 틀을 제시한다. 본문과 연계시켜 읽으면 보다 깊은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밀린다팡하〉는 밀린다 왕이 질문하고 나가세나가 그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한 주제에 대한 체계적인 물음의 연속이 아니라 단답형의 질문과 답변으로 짜여있다는 특성이 있다. 응집된 답변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많고, 때문에 오독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책은 원 텍스트의 흐름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도움말과 보충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대목마다 ‘요주(腰註)’를 첨부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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