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역사문화硏 ‘내포불교이야기’ 발간

서산·당진·예산 내포지역 內
불교문화·역사·고승 등 망라
전문 작가·학자들 집필 참여
미륵도래 기원 ‘매향’ 조명도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의 모습. 백제 장인의 섬세한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서산 마애불은 내포지역 불교의 정수를 보여주는 성보이다.

내포(內浦)의 사전적 의미는 ‘바다나 호수가 육지 안으로 휘어 들어간 곳’을 의미하지만, 한국에서는 특정지역을 뜻한다. 바로 충청남도 서쪽 지역 일대로, 행정구역으로는 서산시·당진군·예산군·홍성군 등이 해당된다. 이들 지역은 삽교천과 가야산 주위에 형성돼 있다. 

바닷길과 물길이 만나는 곳, 내포. 이 지역은 삼국시대부터 외국과의 문화교류가 발달했다. 그러다 보니 불교문화 역시 융성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이견들이 존재하지만, 원효 스님의 해골물 오도처 후보지 중 하나가 내포지역이라는 점은 예로부터 교류·교역의 중심지였음을 의미한다. 

내포지역에 형성된 불교문화를 망라한 대중 총서가 발간됐다. (재)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은 가야산·삽교천 문화권 종합조사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삽교천이 낳고, 가야산이 품은 찬란한 내포불교이야기〉(이하 내포불교이야기)를 최근 발간했다. 

가야산·삽교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내포지역의 불교 역사와 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내포불교이야기〉는 충남도역사문화연구원과 내포문화사업단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불교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소설가이자 〈불교와 문학〉 주간인 유응오 작가(직지사 종무실장)를 대표 집필자로 선정해 불교문화에 대한 폭넓은 전문성을 더했다. 

〈내포불교이야기〉는 △고대에서 근대까지 내포불교의 장구한 흐름 △백제의 미소 머금은 내포의 마애불 △불교문화재의 보고 내포의 전통가람 △수많은 설화와 전설을 간직한 내포의 옛 절터 △용화세계 염원한 내포의 미륵 △미륵불 도래 염원한 침향 공양 내포의 매향비 △한국 불교를 이끌어 온 내포의 고승 등 7개의 주제로 스토리텔링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책에서 주목하는 내포지역 불교의 특성은 선진성과 서민적 정서다. 교류가 왕성했던 지역에 자리잡은 불교는 백제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대표적인 것이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우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국보 제84호)’이다. 삼존상은 흔하지 않게 눈을 뜬 모습으로 조성됐지만 눈동자를 새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눈동자가 없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워서 마애불을 조성한 백제 장인들의 손길이 얼마나 섬세했는지 알 수 있다. 나말여초 선종이 중흥을 맞이할 때도 구산선문 중 사세가 가장 컸던 도량이 성주사다. 

내포불교는 민초들의 삶을 위무한 서민적 특징도 가진다. 이는 내포지역에 유행했던 미륵신앙을 보면 알 수 있다. 옛 민초들은 용화세계를 염원하며 마을 곳곳에 미륵불들을 세웠고, 서산·예산·당진·홍성 지역에만 28개의 미륵불이 있다. 내포지역을 ‘미륵불의 본향’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고려 말부터 조선 후기까지 이어진 내포지역의 매향(埋香)문화 역시 미륵신앙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는 매향의 의미와 참여자 등을 기록한 매향비를 보면 할 수 있는데 내포지역에는 4개의 매향비가 있다. 

향나무, 소나무, 참나무 등을 갯벌에 묻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침향이 된다고 믿었고, 민초들은 미래에 하생할 미륵불의 용화회에 참여해 침향을 공양하고 구원받기를 기원했다. 전국에 매향비가 왜구가 출몰하고 국난이 겹치는 여말선초에 집중된 것으로 보아 내세 구복을 기원한 민중들의 염원을 알 수 있다. 

충남도역사문화연구원은 “내포문화권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대표할 수 있는 주제의 대중서를 지속적으로 발간할 계획”이라며 “내포문화권 개발의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가치 있는 연구사업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내포불교이야기〉는 충남도서관을 비롯한 도내 주요 도서관에 배포됐으며, 충남도역사문화연구원 홈페이지(www.cihc.or.kr)에서 전자책(E-book)으로도 열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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