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관심일법(觀心一法)

달마대사의 저서 모음으로 알려진 〈소실육문(少室六門)〉은 보리달마선사 선(禪)의 요점을 드러낸 글로서, 제1문(第一門) 심경송(心經頌)ㆍ제2문 파상론(破相論)ㆍ제3문 이종입(二種入)ㆍ제4문 안심법문(安心法門)ㆍ제5문 오성론(悟性論)ㆍ제6문 혈맥론(血脈論)의 육문(六門)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실육문〉의 소실(少室)은 달마대사가 머물렀던 숭산(嵩山)의 소실산(山) 또는 소실봉(峰)에서 유래한 것으로 달마를 지칭하는 별칭이다. 중국 허난성[河南省] 덩펑시[登封市] 북쪽에 있는 숭산(嵩山)은 중국 5대 명산[5악(岳)]의 하나이다. 숭산에 세 첨봉(尖峯)이 있는데 중간을 쥔지봉[준극봉(峻極峰)], 동쪽을 타이스봉[태실봉(太室峰)], 서쪽을 샤오스봉[소실봉(少室峰)]이라고 한다. 샤오스봉[少室峰] 북쪽 기슭에 있는 샤오린사[소림사(少林寺)]는 중국 선종(禪宗)의 초조 달마대사(達磨大師)가 9년간 면벽 좌선을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소실육문〉에 실린 여섯 개의 저서는 당나라의 비교적 초기에 저술된 것들로, 전부 보리달마 친찬(親撰)이라는 증거는 없다. 다만 ‘제3문 이종입’과 ‘제4문 안심법문’의 수기본(手記本)이 돈황(敦煌)에서 발견되어 대영박물관과 북경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이종입’은 도선(道宣)이 지은 〈속고승전(續高僧傳)〉의 보리달마 전기에 제목 없이 같은 내용이 실려 있고, 정각(淨覺)이 지은 〈능가사자기(楞伽師資記)〉에도 소실육문본과 동일한 것이 실려 있다. 또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30에 담림(曇林)의 서문과 함께 보리달마약변대승입도사행(菩提達磨略辨大乘入道四行)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따라서 이종입과 안심법문은 달마대사의 친찬일 것으로 여겨진다.

제2문 파상론(破相論)은 관심론(觀心論)이라고도 불리며, 북종선의 개조인 신수(神秀, ?∼706)의 저술 ‘파상론(破相論)’과 일치되는 부분이 다수 발견되어 신수가 속찬(續撰)한 것으로 추정된다. 2조 혜가(惠可, 481~593)가 달마대사와 주고받은 문답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상론에서 “나무의 근원이 뿌리이듯이, 모든 것의 근원은 마음이므로, 깨닫고자 하면 오직 모든 것의 근원인 마음을 살피고, 마음을 알고 수행하고, 마음 밖에서 구하지 말라”고 하였다. 존재를 깊이 통찰하면, 세상을 구성한 요소인 4대(大)와 나를 구성한 요소인 오온(五蘊)이 실체가 없다. 마음작용에 착한 일을 즐기는 정심[淨心, 맑은 마음]과 나쁜 일을 생각하는 염심[染心, 흐린 마음)이 조건 따라 번갈아 나타난다. 염심(흐린 마음)에 물들지 않으면 성인으로, 이고득락[離苦得樂, 고를 여의고 즐거움을 얻음]하게 되지만 염심(흐린 마음)으로 살면 범부중생이니 참나가 묻혀버린 삼계고해(三界苦海)에서 표류하게 된다.

중생 몸속의 금강불성(金剛佛性)이 태양 같이 밝으나 오온 번뇌에 덮여 병 속의 등불처럼 드러나지 못한다. 중생이 모두 불성[佛性, 각성(覺性)]을 갖추었으니 스스로 깨닫고 남을 깨우쳐[自覺覺他] 깨달음의 지혜가 분명해 자유로워야 한다. 염심의 무명운[無明雲. 무명의 구름]을 걷어내고 정심의 불성일[佛性日, 불성의 태양]을 드러내면 깨달음을 근본으로 모든 공덕이 이루어지고 열반을 얻게 됨을 알아야한다.

모든 선한 일은 깨달음이 근본이니 깨달음의 뿌리에서 모든 공덕의 나무가 자라고 열반의 과실을 얻게 된다. 이와 같이 마음을 살피면 가히 마음을 꿰뚫어 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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