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시행착오
붓다의 시행착오
  • 현불뉴스
  • 승인 2020.04.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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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닦음의 길 1

한국불교는 유식이나 화엄과 같은 교학(敎學)보다는 선(禪)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수행체계도 화두를 참구(參究)하는 간화선(看話禪)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80년대 이후 남방불교의 수행법들이 소개되면서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중생 싯다르타를 깨달음으로 이끈 위빠사나(Vipassana)의 소개는 간화선 중심의 수행 풍토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뿐만 아니라 아나파나사티(Anapanasati), 아바타(Avatar) 등의 수행법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붓다 당시에는 어떤 수행이 유행했을까? 당시 출가한 사문(沙門)들은 주로 선정(禪定)을 닦거나 자신의 몸을 괴롭히는 고행(苦行)의 삶을 이어나갔다. 싯다르타가 출가 후 처음 접한 수행 역시 선정이었다. 그는 두 스승으로부터 선정을 배운다. 먼저 알라라 깔라마(Alara-Kalama)로부터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을 배우는데, 이는 마음이 그 어느 곳에도 걸리지 않는 선정을 가리킨다. 수행자들 사이에서는 꽤 높은 경지였지만, 싯다르타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였다.

그는 또 다른 스승인 웃다카 라마풋다(Uddaka Ramaputta)를 찾아갔다. 여기서는 한 단계 높은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이란 선정을 배웠다. 이 경지는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마저 끊어진 깊은 선정을 의미한다. 싯다르타는 이 선정에 들었을 때는 몸과 마음이 하나 되고 매우 고요했으나, 선정에서 깨어나면 마음의 평화가 깨지곤 했다. 이전에 배운 것보다 나은 듯 했지만, ‘몸 따로 마음 따로’ 노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전히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스승을 떠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데, 그것이 바로 몸을 괴롭히는 고행이었다. 당시 사문들은 몸을 극도로 괴롭히면 절대적 자유, 즉 해탈에 이른다고 믿었다. 싯다르타 역시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극심한 고행을 했다. 아주 적은 양의 쌀로 하루를 버텼으며, 며칠씩 금식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심지어 한 달 이상 곡기를 끊은 적도 있었다. 가시덤불이나 시체들이 즐비한 무덤가에서 잠을 자는 일은 일상이었다. 목욕을 하거나 수염을 깎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행위 자체가 사문들에게는 곧 타락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싯다르타의 몸은 뼈와 살이 서로 붙을 정도로 앙상하게 변해있었다. 파키스탄 라호르 박물관에 모셔진 붓다의 고행상은 그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6년 동안의 극심한 고행을 우리가 어찌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는 깨달음을 얻은 후에 지난 일을 돌이키면서 이런 고백을 한다. 자기보다 심하게 고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진리를 깨치려는 그의 간절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고행을 통해서도 그는 원하는 해답을 얻지 못했다. 몸을 극도로 괴롭히면 마음만은 자유롭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남은 것이라곤 망가진 육체와 여전히 괴로운 마음뿐이었다. 번뇌는 오히려 더욱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싯다르타는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고행을 그만 두고 새로운 길을 모색한 것이다. 함께 고행하던 다섯 사문은 싯다르타가 타락했다고 욕을 하면서 침을 뱉고 떠나버린다.

싯다르타는 지난 6년간의 고행을 냉철하게 분석하였다. 그 결과 자신이 처절하게 매달렸던 고행이 이전의 선정 수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행 역시 ‘몸 따로 마음 따로’인 수행이었던 것이다. 결국 선정이나 고행 모두 몸과 마음이 하나 되지 못하고 둘로 분리된 물심이원론(物心二元論)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따로 따로 노는 한 진리를 깨치는 일은 요원할 뿐이었다.

어찌 보면 붓다는 당시 유행하던 고행을 체험하면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범했다. 그러나 그 시간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몸을 괴롭힌다고 마음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으니 말이다. 수레가 가지 않는다고 바퀴에다 채찍질하는 어리석음은 모두 끝났다. 드디어 어둠을 환히 밝혀줄 지혜의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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