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寫經)’은 불교 경전을 필사해 널리 전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 기원도 오래돼 우리나라 사경의 역사는 불교가 전래된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8세기 이후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사경은 공덕을 쌓는 수행이 됐다. 특히 불교가 국교로 공인된 고려시대에는 국가 차원에서 사경 전문 기관을 운영하며 사경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등 금자(金字)·은자(銀字) 형식의 사경이 많이 제작됐고, 충렬왕 대에 중국에 수백 명의 사경승(寫經僧)을 파견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들어서며 사경 문화는 쇠퇴하게 됐다.

단절됐던 고려 사경을 복원한 사람이 김경호 한국전통사경연구원장이다. 그는 40여 년 동안 사경의 재료, 형식, 내용을 연구하고 이를 기술로 승화시켰다.

사경 제작은 쉬운 일이 아니다. 10여 가지의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다. 서예·한문·불교 교리·회화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기술도 필수다. 사경이 수행과 예술이 접목된 종합예술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화재청이 4월 1일 불경을 쓰는 기술을 가진 장인인 ‘사경장(寫經匠)’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하고, 김경호 원장을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700년 간 단절됐던 사경을 복원·전승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 달여 예고기간을 거친 후 심의를 통과하면 ‘사경장’은 정식으로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사경장’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이 이뤄지길 기원하며, 이를 통해 한국 사경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토대가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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