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풍경들] 6. 동티베트- 오명불학원
[길 위의 풍경들] 6. 동티베트- 오명불학원
  • 진광 스님/ 조계종 교육부장
  • 승인 2020.03.20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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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스님 원력 만들어낸 ‘현세불국’

세계 최대 규모 불교학원 도시
3만 명 수학 중… 6~13년 연찬
中정부 2016년 철거, 출입 통제
세계 최대 승가대학인 오명불학원과 깐즈에 입성해 백옥탑에서 바라본 설산의 모습.
세계 최대 승가대학인 오명불학원과 깐즈에 입성해 백옥탑에서 바라본 설산의 모습.

천신만고 끝에 오명불학원이 있는 쓰촨성 써다(色達) 티베트 자치주에 도착했다. 입구를 지나 오명불학원에 오르는 오르막길은 종교가 이룩한 인간승리의 현장이다. 산비탈마다 성냥갑같은 작은 건물들이 층층이 신기루처럼 펼쳐진다. 오직 불교학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으로 이곳에 모인 티베트 스님들의 신심과 원력이 만들어 낸 불가사의하고 신비한 우담바라가 피어난 듯 하다.

1980년에 닝마파의 고승이었던 직메 푼촉(晉美彭措)이 32명의 제자들을 데리고 이곳에 와서 작은 사원을 세우고 불학원을 열었다. 그런데 직메 푼촉의 명망을 듣고 주위의 티베트인들 뿐만 아니라 한족 수행자까지 대거 몰려들면서 1990년대에는 1만 명이 넘는 사실상의 도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3만 명이 넘는 스님들이 모여 6년 혹은 13년간 불학을 연찬하는 대규모 불학원이 되었다. 한 사람의 수행자와 불법이 능히 세상을 변혁케 함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인 셈이다. 필자와 모든 스님들이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고 믿는다.

해발 4000m의 오지에 자리한 티베트 불교 최대의 오명불학원은 그 자체로 위압감과 함께 성스럽고 때론 치열한 비장감을 선사한다. 누구나 난생 처음 보는 놀랍고 신비한 풍광, 산 전체가 붉은 집으로 층층이 가득한 모습과 그들의 치열한 삶과 수행의 모습들, 천장(天葬)과 오체투지하는 사람들…. 오명불학원이 한눈에 내려 보이는 언덕위에 올라 이 모든 것들을 바라보노라면, 알 수 없는 눈물과 함께 한 줄기 바람에도 문득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사무친다.

오명불학원에 올라 중앙광장 근처의 접견실에서 환영행사와 함께 교류협력을 논의 했다. 지도법사인 정우 스님이 감격에 겨워 감동적인 법문을 해 주셨다. 우리는 대중 스님들이 십시일반 보시금을 모아 “이왕이면 비구니 학인스님을 위해 써 주셨으면 한다”며 전해 드렸다. 이곳은 일정한 보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학비는 물론 집과 음식 등 일체의 숙식을 개인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십 수년을 공부하는 모습은 감동이다.

환영행사 후에 불학원 견학에 나섰다. 가는 길에 마주치는 티베트 스님들의 얼굴에는 자비와 행복이 가득하기만 하다. 그 맑은 눈동자와 가식없는 미소만으로도 맑고 향기로운 세상으로 화하는 느낌이다. 어찌 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저리 살아갈 수 있는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오명불학원을 둘러보고는 작은 광장에서 기념촬영도 하고, 사방으로 펼쳐진 현세불국의 장엄한 모습들을 저마다의 가슴에 담아본다. 온통 붉고 흰 집들이 사방으로 사천왕인양 병풍처럼 빙둘러 자리한다. 중앙광장의 법당과 전각은 한 송이 거대한 연꽃이나 우담바라를 보는 듯 하다. 아니 이곳 전체가 수천수만의 연꽃마다 수천수만의 불보살이 시현하는 화장찰해 같았다.

오명불학원에 저녁 노을이 지는 모습에서 마치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아니 이미 이곳은 현실정토이자 현세불국이며 화장찰해의 부처님 마을이자 부처님의 나라인 것이다. 해가 지고나면 이곳은 밤하늘의 별이 지상으로 내려온 것처럼 휘황한 채로 불야성을 이루며 장명등처럼 찬란한 법열과 함께 알 수 없는 적막과 슬픔에 잠긴 채 세상의 빛이 될 것이다.

누구는 천장터를 가 보자고 하고, 또 누군가는 오체투지를 하는 곳에 가 보자고 하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다. 지금 출발해도 숙소에 밤 10시가 넘어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명불학원을 내려가는 길에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마치 내 님을 남기운채 다시 못 올 곳으로 떠나가는 느낌이다. 언제고 꼭 다시 찾아가겠다는 허튼 맹세를 해 보건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

아니나 다를까 2016년 7월 20일부터 대대적인 오명불학원 철거작업이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출입도 통제되고 있다. 그곳의 어느 스님이 올린 트위터에는 철거 사진과 함께 “오늘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특수한 날이다. 바로 오명불학원이 훼멸된 날이다. 우리는 영원히 2016년 7월 20일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피눈물로 증언하고 있다. 다시 오명불학원이 수복되어 중흥을 이루고 이로 인해 부처님의 진리의 태양이 날로 휘황하고(佛日增輝), 불법의 수레바퀴가 항상 굴렀으면(法輪常轉)하는 바람이다.

저녁 무렵 오명불학원을 출발한 버스는 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에 해발 4000m가 넘는 고원을 힘겹게 달린다. 그러다 급기야 바로 앞에서 유조차가 진흙 구덩이에 바퀴가 빠지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교통편도 구할 수가 없어 새벽까지 전전긍긍하다 스님들이 나서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새벽 5시가 넘어 잠시 눈을 붙이고는 이내 다시금 길을 나섰다. 이것도 지나고 나면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만 실로 아찔하고도 황망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점심 무렵 드디어 동티베트의 거의 마지막 교통 요충지이자 야칭스(亞靑寺)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간쯔(甘措)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는 백옥탑으로 향했다. 눈이 부시게 햐얀 티베트식 백옥탑이 주위의 설산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다. 바람에 휘날리며 타르쵸와 룽다의 물결이 푸른 하늘을 오색으로 물들이며 휘날린다. 

백옥탑을 나와 시내에 있는 한인사(漢人寺)를 참배했다. 티베트인과 한족이 함께 평화와 공존을 이루며 화해하는 듯한 절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달라이라마의 법문 VCD가 상영되고 있어 놀라웠다. 저녁 시간에는 시내에서 선물 등을 쇼핑하며 보냈다. 필자는 멋진 티베트식 모자를 사서 쓰고 다니니 모두들 현지인 같다고 놀려댄다. 현지인과 마주앉아 수요우 차를 마시는데 나를 알아보는 이가 아무도 없다. 그냥 이곳에 눌러 살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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