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불논단] 코로나19 공포, 그 극복의 길
[현불논단] 코로나19 공포, 그 극복의 길
  •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
  • 승인 2020.03.09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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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죽음의 공포에 대한 저항 그려
코로나19 한국·오랑 상황 겹쳐
확진자 급증엔 신천지 영향 커

전염병 창궐 베실리 찾은 붓다
500여 제자와 도시 청소 나서
공포 이긴 주민들 동참해 극복
보건수칙 지키며 공포와 싸우자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죽음의 공포 앞에 인간이 어떻게 저항하는가를 보여주는 명작이다. 알제의 해안도시 오랑이 페스트균에 감염되자 정부가 이 도시를 봉쇄했다는 가정을 전제로 펼쳐지는 소설은 죽음과 공포, 이별과 절망 같은 비극적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모습을 숨 막히게 그려낸다.

소설은 4월 어느 날 아침 주인공인 의사 리유가 진찰실을 나서다가 층계참 한복판에 죽어있는 쥐 한 마리를 목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구 20만명의 조용한 도시 오랑에 페스트가 퍼진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대혼란에 빠진다. 장례를 치르기는커녕 쓰레기 소각하듯 시체를 처리해야 하는 극한에 처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은 도피, 체념, 반항 등 세 가지다.

기자 랑베르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면서 도망치려고 한다. 신부 파눌루는 신이 내린 형벌이라면서 신의 뜻에 따르자고 설교한다. 반면 리유를 비롯한 사람들은 침묵하는 신만 쳐다보는대신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보건대를 조직하고 있는 힘을 다해 반항하며 페스트와 싸운다.

카뮈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운명에 대한 윤리적 선택인 반항이다. 극한의 공포와 불안일수록 저항으로 극복해나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페스트를 읽다보면 코로나19로 공포의 도가니가 된 우리나라 상황이 겹쳐진다. 최초 감염자가 생긴 이후 두 달이 채 못돼 감염자수는 5천명이 넘어섰다. 많은 국가들이 감염을 우려해 한국에서 온 여행자들의 입국을 막고 있다. 나라 전체가 소설 속 오랑시처럼 봉쇄되는 느낌이다. 이렇게 확진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기독교의 신흥교파인 신천지교회의 밀착접촉 예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세시대 흑사병 창궐을 막기 위해 성당에 모여 기도하다가 전염이 확산되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불교의 한 경전(증일아함32권 역품)은 상업도시 베살리에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불교가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보여준다. 경전은 이 도시가 귀신이 병을 일으켜 죽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사람들은 얼굴과 눈이 누렇게 되어 3, 4일 만에 죽는 자도 있었다고 적고 있다. 소식을 들은 부처님은 안거 중임에도 500명의 제자들과 왕사성을 떠나 재난지역으로 들어갔다. 베살리에서 부처님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이었다.

삼보는 우리를 열반의 세계로 인도하시니 삼보에 진심으로 귀의하면 성 안의 모든 재앙이 없어지리라. 두발 가진 사람도 안온을 얻고 네발 가진 짐승도 그러하고, 길을 가는 이도 행복하고 길을 오는 이도 또한 그러하리라.”

빠알리 경전 소부 보배경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전한다. 부처님과 제자들을 발우에 물을 담아 뿌리고 청소를 했다. 마침 비가 내려 더러운 것들이 씻겨나갔다. 공포에 떨던 사람들도 나와서 거리를 청소하고 부처님을 모셨다. 그리하여 공포의 도시 베살리는 평화를 되찾았다.

수많은 의료진이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감염병과 싸우는 모습은 베살리로 향하던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이런 행동에서 억누를 수 없는 희망의 의지를 본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회피하거나 체념할 것이 아니라 보건 수칙을 지키며 적극적 방역에 동참하는 것이다. 일상의 평화는 바이러스 공포와 싸워 이겨야만 누릴 수 있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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