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따마 붓다의 정관명상 혜담 지음/
민족사 펴냄 / 1만3천800원

 

그간 대승경전서 볼 수 없었던
‘반야바라밀’ <니까야>서 찾아

붓다가 찾아낸 명상 본래 모습
사마타(定)와 위빠사나(觀) 세계
붓다 유년시절 명상 체험 주목
힘든 현대인 위한 행복 처방전

 

 

 

 

 

 

명상이란 무엇인가. 명상의 뿌리를 찾는 신간이 출간됐다. 고따마 붓다의 명상을 다룬 〈고따마 붓다의 정관명상〉이다.

책은 고따마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명상법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준다. 저자 혜담 스님은 〈아함경〉과 〈니까야〉 등 초기경전과 대승경전을 토대로 50년 수행체험과 깊은 사유를 통해 붓다가 최초로 발견한 명상의 본래 모습, 사마타(定)와 위빠사나(觀)의 세계를 밝히고 있다. 혜담 스님은 그 동안 대승경전에서 볼 수 없었던 ‘반야바라밀’을 〈니까야〉에서 찾아냈다.

저자 혜담 스님은 일찍이 일본으로 유학하여 오래도록 ‘공사상(空思想)’과 ‘반야사상’을 연구해 왔다. 귀국 후에는 수십 년 동안 선수행을 하면서 도심포교 도량으로 유명한 불광사에서 대중들에게 법을 설하고 지도해 왔다.

스님은 요즘 명상이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본말이 전도되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동기다.

책은 세속적인 욕망에 기인한 건강이나 성공 등이 아닌, 인간 존재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수행으로서의 명상, 고따마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수행법인 명상의 본래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아함경〉과 〈남전대장경〉을 통해 연구하던 중 다행히 〈니까야〉를 연구하고, 각묵 스님과 전재성 박사 등 선학(先學)들 덕택에 그 동안 미진했던 부분을 메울 수 있었다”는 혜담 스님은 우리 모두가 삶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처방전을 받아 나누어 주기 위해 고따마 붓다의 명상법에 대해 집필하게 되었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명상을 통해 오욕락(五欲樂ㆍ식욕, 수면욕, 성욕, 재물욕, 명예욕)을 제어한다면 욕망이 자타(自他)를 함께 이롭게 하는 기쁨과 보람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아아! 세간의 중생들은 극심한 괴로움을 받나니 곧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이며, 또한 가지가지 고뇌를 받으면서 그 가운데 전전하여 떠나지 못하는구나. 어찌하여 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지 않고, 어찌해서 괴로움을 싫어하고 고요한 지혜를 구하지 않으며, 어찌해서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생각지 않는가.”(불본행집경)

혜담 스님은 고따마 붓다의 어린 시절의 명상 체험에 주목했다. 위 경전의 내용처럼 고따마 싯다르타는 중생들의 삶에 대하여 고뇌하면서 명상에 들었다. 선정을 닦는다는 생각조차 없었고, 단지 고통스러운 보통 사람들의 현실을 생각하며 골똘히 깊은 사유의 세계로 들어가다 보니 현상세계를 벗어난 고요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날 명상에서 얻은 신비한 체험은 뒷날 고행과 선정수행 때 짧은 시간 안에 두 번째 선정을 얻게 하는 디딤돌이 되었다.

고따마 붓다는 첫 번째 명상 스승인 아라다 깔라마와 두 번째 명상 스승인 우드라까 라마뿌뜨라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스승들의 능력을 뛰어넘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선정과 고행으로는 해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혜담 스님은 고따마 붓다가 어릴 적의 명상 체험을 떠올림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역설한다.

고따마 붓다 이전에는 아무도 행하지 않았던 고따마 붓다의 수행법은 대승불교권에서는 지관겸수명상으로 불렸다.

지관은 어지럽고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멈추게 한다는 의미의 지[止, 사마타]와 자신의 본래 청정한 본성을 끊임없이 지켜본다는 의미의 관[觀, 위빠사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나라 보조국사 지눌이 주창한 정혜쌍수 역시 정(定)은 사마타의 다른 번역이고, 혜(慧)란 반야(般若, praj) 즉 ‘최고의 지혜’ 혹은 ‘깨달음의 지혜’로 마음의 본래 성품을 본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정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본래 청정한 성품을 끊임없이 비추어 살펴보는[觀照]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따마 붓다는 어떻게 깨달았을까? 혜담 스님은 “고따마 붓다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던 수행은 당시에는 없었던, 독자적인 방법을 계발하여 네 번째 선정을 증득한 것으로, 어릴 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지관겸수명상’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혜담 스님은 한글세대가 알기 쉽고 위빠사나의 본래 의미인 ‘관찰’이나 ‘분석’의 뜻을 살리기 위해 지금까지 불교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 왔던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번역한 ‘지관명상’이나 ‘정혜명상’이 아닌 ‘정관명상’이라고 명명했다.

혜담 스님은 “고따마의 어릴 적 체험인 ‘정관겸수명상’의 경우 정(定ㆍ사마타)과 관(觀ㆍ위빠사나)은 서로가 동시적으로 밑받침이 되는, 상호(相互) 간에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정명상(定冥想)을 의지하여 관명상(觀冥想)에 도달하고, 정명상을 통해서 얻어진 선정[三昧]을 바탕으로 관명상에 의한 지혜가 발현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간이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번뇌와 망상, 근심 걱정 등 온갖 번민을 없애고 편안하고 활기찬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정관명상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인지가 발달할수록 고따마 붓다의 명상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정(定)이라는 약으로 생사의 병을 치료하고, 관(觀)이라는 약으로 번뇌의 병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고따마 붓다의 정관명상을 규명하기 위하여 경전에 의거 사성제와 팔정도뿐만 아니라 연기법 등 불교의 기본 교리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불교 교리와 수행에 대해 어렴풋하게 알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편 혜담 스님은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깨닫지 못하고 범부로 자처하며 미혹으로 인해 현상 저 너머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현상과 생각 저 너머’를 중도, 바라밀이라고 하면서 명상을 하던 참선을 하던 염불을 하던 생각하고 생각해서 생각할 것이 없는 데까지 가버리면 그곳이 바로 ‘현상과 생각 저 너머’라고 강조했다.

“첫째는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본성(本性)이 불성(佛性)이며, 불성은 형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일체의 지혜, 일체의 공덕이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며, 일체가 자신의 본래성품이 지닌 공덕이고 일체가 형상이 없는 본무상(本無相) 가운데서 나타나는 빛이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오직 본성·불성진리만 있고 그밖에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뿌리에 들어가면 그 진리 본성뿐이요, 대립된 자가 없다는 것입니다.”(본문 113쪽~114쪽)

혜담 스님은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정법은 우리 모두가 동일 법성을 가진 동일자라고 아는 것, 동일자인 까닭에 서로 위해주고 섬기고 받들어 주고 자비로써 대하는 것이 올바른 진리이고, 불교의 수행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힘주어 말했다.

책의 백미는 정관 명상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바로 나와 남이 둘이 아닌 이치라는 것이다. 스님은 “다른 사람이 행복하고 다른 사람이 복되게 해 달라고 해야 내가 복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건강해야 내 손과 발이 건강한 것이고, 손과 발이 건강해야 내가 행복해지는 것입니다.”고 말한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