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쓰고 먹고 말하는 三少행
1일 체험으로 귀중한 깨달음
비우고 걸러내야 새것 들어차

지난 2020131일 이전과 현재(226)의 나에게는 분명 다른 것이 있었다. 131일은 상월선원 하루 체험이 있는 시공간이었고, 지금은 그 업이 남아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131일 하루 체험의 조건은 22시간 음식과 난방, 그리고 말 없는 三無의 시공간이었다. 지난 주말은 평소와 다르게 한 끼 덜 먹고, 난방 덜 하고, 그리고 말도 덜 하고 지냈다. 굳이 표현하자면 三少의 하루였다.

상월선원 수행 체험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추위였다. 우리 몸의 체온이 하루 중 가장 낮은 시간이 새벽 4시서 6시 사이라고 한다. 동트는 여명에 가장 추운데 인체도 지구의 한 부분이라 그런지 같나보다. 체험 공간은 저녁 7시경 0도로 떨어지더니 다음 날 아침 6시경에는 영하 2도로 곤두박질 쳤다. 냉기가 온 몸에 스며들어 정말 추웠다. 체온 유지를 위해서라도 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절로서 체온을 유지했고 절로서 몸과 마음을 참회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추위 속 묵언 수행이 내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물었다.

순간 습관적으로 탄소 배출하는 생활 습관과 부정적 언사에 대한 부끄러움이 일어났다. 앞으로 겨울에는 1주일에 하루라도 내가 머무르는 공간을 덜 난방하기로 했다. 내 삶이, 우리 인간의 삶의 방식이 지구 온난화를 불러온 것에 대해 반성하며 가난과 추위에 떨고 더위에 지친 이웃의 처지를 헤아려 본다. 이것이 추위 속 좌선이 내게 가져온 생각과 생활의 변화다.

상월선원 체험서 추위와 함께 힘들었던 것이 또 있다. 천막 밖서 들려오는 독경, 발원, 법회, 응원, 공연 등의 지속되는 소리 때문에 마음 집중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잡념이 들지 않게 하느라고 엄청 애를 썼다. 그래서인지 호흡과 몸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럴수록 몸과 많이 친해짐도 느꼈다. 묵언 규율만 아니었으면 방 정리 정돈 울력 시간에 함께 한 도반에게 체험 공간 옆 법당의 큰 소음에 부정적인 짜증을 퍼부었을 것이다. 묵언은 외부 소리를 소음으로 명색하려던 내 안의 부정적 움직임을 사라지게 했다. 덜 먹으면 식재료나 음식 대상에 대한 행위를 줄일 수 있듯이, 덜 말하는 것은 분명 습에 이끌린 생각을 차단시켜 준다.

22시간의 금식 수행으로 나에게는 분명 평소보다 덜 먹는 삶의 변화가 생겼다. 언제부턴가 먹방 문화가 소확행 가면을 쓰고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주말 하루 한 끼라도 안 먹고 내 몸도 쉬게 하고 내 주변도 쉬게 해보자. 1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 불자들이 정해놓고 덜 쓰고 덜 먹고 덜 말하는 삼소의 생활을 해본다면 훨씬 충만해짐을 느낄 수 있다. 비워내야 새것이 들어 찰 수 있다는 진리도 새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종교인의 소확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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