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신쀼(Shin Pyu) 의식

남자아이 누구나 경험하는 신쀼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동안
사원에서 지내며 수행생활 경험
화려한 의식은 출가에 대한 존경

미얀마의 삭발식을 뜻하는 싼차(San Cha). 신쀼 행렬이 파고다를 지나 사원에 들어서면 남자아이들은 화려한 장신구를 내려놓고 무명초를 잘라낸다.

불자(佛者)라면 한 번쯤 출가(出家)’하는 것을 꿈꾼다. 신심이 깊은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동자승이 되어 보는 것을 큰 공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사찰에서 혹은 특정종단에서 동자승 단기출가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동국대학교 불교학부 시절 동기였던 친구가 어렸을 때 동자승출신이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때 내심 부러운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미얀마에 와서 모든 미얀마 남자아이들을 부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미얀마 남자라면 누구든 한 번씩 신쀼(Shin Pyu)’ 의식을 통해 출가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신쀼(Shin Pyu)’에서 (Shin)’스님을 뜻하고 (Pyu)’만들다를 뜻한다.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풀어보면 스님이 되다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신쀼 의식은 보통 5~10세 사이의 남자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정해진 날짜는 없지만 보통 띤잔(Thingyan, 4월 중순인 미얀마 새해)을 기준으로 3월과 5월 사이에 많이 열린다. 신쀼 의식은 남자아이들만 치를 수 있다. 신쀼 의식을 치르는 남자아이에게 여자 형제가 있다면 여자 형제에게는 나따(Na Tha)’의식을 행한다.

(Na)’, ‘(Tha)’더 좋아지게 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나따 의식은 불교의 전통에서 유래한 신쀼와는 달리 미얀마 왕실 전통에서 기원한다. 나따는 왕실에서 왕의 딸에게 금 귀걸이를 걸어주기 위해 귀를 뚫었던 의식을 뜻한다. ‘귀를 더 좋아지게 하다귀에 장신구를 걸어 기존의 귀와 다르게 화려하게 하고, 더 좋아지게 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남매가 있는 집에서는 신쀼 나따(Shin Pyu Na Tha) 행사를 한다.

미얀마 여자아이들이 신쀼 의식을 행할 수 없는 것은 미얀마 불교와 관련이 깊다. 미얀마에는 아직까지 비구승단만 있고 비구니승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구니승단 대신 미얀마에는 아직까지 띨라신(Thilashin, 수행하는 여성)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신쀼 의식은 율장(Vinaya Pitaka)에 있는 율장 대품(Mahavagga)에 속한 부처님의 아들인 라훌라 이야기를 근원으로 삼는다. 이처럼 여러 가지 문화적인 상황으로 남자아이만 신쀼 의식을 할 수 있다.

신쀼 행렬에서 선봉에 서는 차. 불상을 싣고, 여러 악기가 신쀼 의식의 장엄함을 연출한다.

미얀마 신쀼 의식의 전설은 다음과 같이 전해지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석가족 왕국의 수도인 까빌라왓투(Kapilavatthu)에서 정반왕과 마야부인의 아들인 고타마 싯타르타로 태어났다. 야소다라 공주와 결혼해서 라훌라라는 아들을 낳았다. 그 이후 29세가 되던 해에 왕궁에서 왕자와 왕으로 누를 수 있었던 모든 세속적인 부의 가치를 포기하고 삶의 진리를 찾기 위해 왕궁을 떠났다. 부처님께서는 수행을 통해 법의 진리를 깨달았다. 그 이후 정반왕의 초청으로 까빌라왓투를 방문했다. 이 소식을 들은 야소다라 공주는 자신의 아들인 라훌라에게 아버지를 찾아가 유산을 달라고 할 것을 이야기한다. 라훌라는 어머니의 말대로 자신의 아버지인 부처님을 찾아가 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부처님께서는 물질적인 유산 대신 (Dhamma)’을 자신의 아들인 라훌라에게 주었다. 그 자리에서 라훌라는 바로 스님으로 인정받았다.”

이러한 전설을 바탕으로 미얀마 고대 왕실부터 현재까지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신쀼 의식을 행한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고 중요하게 여기는 미얀마 사람들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신쀼 의식은 개인의 출가이자 동네 사람들 모두의 축제로 진행된다.

신쀼 예식의 기원은 고대 미얀마 왕실의 전통이다. 고대 미얀마 왕조시대에는 왕의 아들만이 신쀼 의식을 행했다. 왕조가 차츰 무너진 후에도 신쀼 의식은 후대의 미얀마 사람들에게도 전통이 되어 전해졌고, 현대에 와서도 왕실에서 행해지던 왕자의 신쀼 행렬과 같은 모습으로 진행된다.

어느 마을의 신쀼 행렬.

신쀼 의식은 대단히 화려하게 시작한다. 신라웅(Shin Laung, 신쀼 의식을 하는 남자아이들을 칭하는 말)들은 얼굴에 다양한 색깔로 화장을 하고, 황금색으로 된 미얀마 왕실의 왕자 옷을 입고 꽃과 보석을 온 몸에 두른 후 왕관을 쓴다. 미얀마 전통 북인 비여(Byaw)가 울리면 신라웅들은 마차(馬車) 혹은 우차(牛車)에 올라탄다. ‘신라웅레뿌웨(Shin Laung Hle Pwe, 신쀼 행렬)’는 신쀼 가 개최되는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파고다(Pagoda)로 향한다. 집이 부유할 경우 마차와 우차 대신에 코끼리를 타고 파고다로 향한다.

이 행렬 앞에는 불상(佛像)을 모신 차()가 먼저 가고, 그 차 앞에는 불상이 오는 길을 귀하게 하기 위해 꽃을 뿌리는 사람들이 선봉에 선다. 또한 다양한 악기를 든 밴드가 행렬의 신성함을 알린다. 그리고 이 행렬에서는 가족과 친척 그리도 동네사람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남자 친척과 동네 남자들은 신라웅들에게 큰 우산을 씌어주는 역할을 하거나, 불상을 모시는 차를 운전하거나, 마차와 우차를 운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신라웅의 누나와 여동생 그리고 동네 여자들은 꿍다웅가잉(Kun Daung Gaing)과 빤다웅가잉(Pan Daung Gaing)을 들고 행렬한다. ‘(Kun, 씹는담배)’(Pan, )’은 미얀마 낫(Nat)신들과 부처님께 드리는 공양물이다. ‘(Kun)’은 미얀마의 토속신앙인 낫(Nat)들에게 하는 공양물이고, ‘(Pan)’은 부처님께 공양하는 의미다. 한국불교도 한국의 토속신앙과 결합된 것처럼 미얀마 불교도 미얀마의 토속신앙과 불교가 어우러져 있다.

과거의 신쀼를 표현한 그림.

신라웅의 부모들은 빠레릭카야 싯빠(Pareikkhara Shippa, 스님이 되려면 필요한 8가지 물건)’를 챙겨서 행렬에 합류한다. 빠레릭카야 싯빠에는 두깟(Du Ka, 두 겹 승복) 에까띠(A Ka Thi, 윗승복) 띵빠잉(Thin Pain, 아랫 승복) 카빵쬬(Kha Bang Kyo, 허리띠) 다베익(Tha Beik, 발우) 띵동다(Thin Done Dha, 면도칼) 예이짓(Ye Zit, 옛날식 물 여과기) (Att, 바늘)이 포함된다.

이 중 어머니는 두겹 승복을 비롯해 윗승복, 아랫승복 3가지를 머리에 이고, 아버지는 발우와 허리띠, 면도칼, 옛날식 물 여과기, 바늘을 들고 파고다로 향한다. 8가지 물건들은 신라웅들이 절에서 지내며 사용할 물건들이다.

신쀼 행렬이 파고다를 들러 사원에 도착하면 신라웅들은 화려한 화장을 지우고, 왕자의 옷과 장신구를 벗는다. 그리고 싼차(San Cha)’ 의식을 행한다. ‘(San)’은 머리카락, ‘(Cha)’놓는다라는 의미로 삭발식을 뜻한다. ‘싼차를 하고 난 후에는 붉은 색 가사를 입는다. 비로소 꼬린(Koyin, 동자승)’이 된다. 그리고 큰스님과 함께 빨리어 경전을 암송하며 절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동안 절에서 지낸다. 이 때에는 스님들과 같이 경전을 공부하고 명상을 한다. 그리고 낮 12시 이후에 음식을 먹지 않는 오후불식(午後不食)도 한다.

미얀마 남자들의 성인식이라고 불리는 신쀼 의식을 통해 미얀마 남자들은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출가(出家)를 한다. 특별한 날인만큼 사회적인 계층을 막론하고 모두가 평등하게 왕의 아들처럼 의복을 입는다. 그리고 말과 소 혹은 코끼리를 타고 가족과 친척, 동네 사람들의 진귀한 대접을 받으면서 파고다와 절로 향한다.

신쀼 의식에 간접적으로 참여를 하는 여자 아이들 또한 동네 남자아이들의 신쀼 의식 행렬에 동참하면서 출가에 대한 수승함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는 미얀마 동자승들의 출가의식이 화려하다고 비난할 수 있지만, 그건 미얀마 사람들이 생각하는 출가에 대한 신성함과 존경심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다음 생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미얀마 남자아이로 태어나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신쀼 의식을 경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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