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法, 인류가 지닌 마지막 寶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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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일 기자
  • 승인 2020.02.0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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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논쟁 사회에 던지는 붓다의 말
빅쿠 보디 편역/전순환 옮김/불광 펴냄/1만 8천원

왜 인류는 그토록 평화를 원하면서도 항상 다투고 싸우며 역사를 피로 물들여왔을까?

2,500여 년 전 붓다가 살던 시대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공동체의 갈등과 폭력, 분열을 일으킨 근본 원인을 인간 내면의 분노와 증오서 찾은 붓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Dhamma)’을 세우고, 자기 내면을 바로 보는 통찰력으로 분노를 없애는 수행법을 제시했다.

갈등과 불화로 가득한 현대사회에
붓다가 던지는 단순 명쾌한 지혜들
분노와 소모적인 논쟁에 가려진 진리,

진정한 평화 위한 도덕률은 무엇인가
한 개인부터 군주까지 지켜야 할 덕목,
공정 공동체 위한 현실적인 가르침 10

이 책은 초기경전 속에서 이런 붓다의 가르침만을 모아 엮은 것으로, 현대사회에도 여전히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한 공동체의 시작, 정견(正見)’ ‘공동체 속 개인의 언어와 행동에 관한 지침’ ‘분쟁을 대하는 이상적인 태도’ ‘지혜로운 논쟁법’ 등, 공동체의 평화를 유지하고, 개인 간의 조화로운 화합을 위한 원칙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사회구성원 간의 첨예한 갈등과 분노로 공멸 위기에 처한 현대사회에 더 없는 영감과 혜안을 제시한다.

흔히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시키는 특성을 ‘이성’이라고 말한다. 이는 ‘감정을 억누르고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하지만 인간 역사를 돌이켜보면 과연 이 말의 타당성에 의문이 든다. 합리적인 제도와 뛰어난 문명을 자랑하던 여러 사회가 분노와 증오로 한순간에 파괴돼 사라져 버린 역사적 사건이 많다. 이러한 폭력과 갈등, 분열의 조짐은 현시대에도 계속된다. 이 책은 반복되는 이러한 인류의 악업을 끊고, 조화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한 붓다의 지혜를 모색한다.

붓다 생전의 인도 사회 역시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전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붓다 자신도 침략 전쟁으로 일족이 멸망하는 비극을 겪을 만큼 참혹한 시대였다. 누구보다도 평화를 원했던 붓다는 비참한 결과만을 초래하는 분쟁을 없애는 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다. 자신은 깨달음을 증득해 감정을 제어하고 항상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타인을 그와 같은 경지로 끌어올리는 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붓다의 가르침에 감명 받아 출가하거나 재가 신자가 된 이들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분노와 증오, 탐욕, 독선의 감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게다가 인도는 카스트라는 신분제도가 엄격했기 때문에, 붓다가 계급 차별은 없노라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교단 내에는 항상 분쟁의 조짐이 나타났다.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겠다고 맹세한 제자들과 신자들이 늘어날수록 필연적으로 불교 교단은 분쟁에 쉽게 노출됐고, 분열해 사라져 버릴 위기도 여러 차례 겪을 수밖에 없었다. 붓다는 이를 막기 위해 철저하게 ‘조직을 우선시 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붓다가 오른 정신적 이상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불교 수행 공동체인 승가(僧伽)의 화합을 보장하기에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원활한 수행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세부적 규범을 확립하고, 분열 조짐을 차단할 일련의 규칙을 세웠다. 이것이 율장(律藏)의 탄생 배경이다.

이 규칙은 곧 수행 규칙이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빅쿠 보디(Bhikkhu Bodhi) 스님은 붓다가 제시한 많은 방법과 수행 이론을 단지 옛 시대의 유물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초기경전에 담긴 이 규범과 수행 방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용한 지침이 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신분과 극단에 치닫는 생각을 지닌 사람들, 그로 인해 벌어지는 다툼과 미움, 욕망에 기인한 분노가 항상 불교 교단을 위협했기에 붓다는 그 근원을 뿌리 뽑으려 했다.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전쟁과 분쟁의 원인도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2,500여 년 전 붓다가 제시한 해결책을 가볍게 넘겨선 안 될 것이다. 붓다가 염원하고 꿈꾼 이상 사회는 아직 요원하다. 그러나 붓다의 해결책이 여전히 빛나고 있음은 어쩌면 인류가 가진 마지막 보고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사회와 공동체 화합에 관한 붓다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책에 실린 내용은 모두 동남아시아에 널리 퍼져 있는 상좌부 불교도들이 경전의 본체로 여기는 빨리어 대장경서 가져왔다. 빨리어 대장경이 상좌부 불교의 공인된 경집(經集)이지만, 이 모음집에 실린 내용들이 특정 불교 학파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불교 최초기에 형성된 담화 모음집서 유래한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종교적 믿음이나 체계와 결부돼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 본성에 관한 명확성, 타당성, 깊은 이해력의 측면서 이 가르침들은 종교와 상관없는 보편적인 내용임을 인지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사람들 간의 우호적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보편적 메시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갈등의 근본 원인을 자각하는 방법과 논쟁을 해결하고 화합을 위한 실질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모음집은 각 장을 해설로 시작하는데, 이는 해당 장에 나오는 내용들을 한데 묶어주고, 주제와의 연관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이다.

1장은 정견(正見), ‘바른 견해’에 관한 내용이다. 붓다는 정견을 성스러운 8정도의 첫 번째로 꼽으며,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삶의 지침임을 강조했다. 개인의 윤리적 행동이 공동체 화합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볼 때, 바른 견해가 그 바탕이 되어야 함을 낱낱이 밝힌다. 2장에서는 ‘자애심을 키우는 수행’이라는 주제로 바른 견해가 개개인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초기불교에서는 개인의 변화를 사회변화의 열쇠로 본다. 공동체의 화합을 고취시키기 위한 시작이 ‘개인의 변화’에 있음을 강조하며, 그 실천법을 소개한다.

3장은 ‘분노 다스리기’. 사회적 화합에 가장 큰 걸림돌은 분노이다. 분노는 적의가 자라나는 씨앗이기 때문에 붓다는 수행 과정에서 분노를 통제하고 제거하는 데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분노가 발생하는 근원, 분노에 굴복하는 데 따르는 단점과 위험, 분노를 제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 등을 담았다. 4장은 ‘말’에 중점을 두었다. 붓다가 8정도에 ‘올바른 말(正語)’을 항목으로 포함했을 만큼 말은 조화로운 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간 행동의 한 형태이다. 여기에는 올바른 말뿐만 아니라 토론에 참여하는 적절한 방법, 다른 이들을 칭찬하고 비판할 시점, 소모적인 논쟁을 다스리는 법, 논쟁서 그릇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교정시키는 방법 등을 다룬다.

또한 7장은 ‘의도적 공동체’를 세우는 원칙을 자세하게 다룬다. 붓다는 때때로 세속의 지도자들로부터 사회 전반의 화합을 유지하기 위한 조언을 부탁받았고, 그들에게 발전적이고 조화로운 공동체를 유지하는 지침을 나눠 주었다.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파괴하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없애기 위해 붓다는 ‘상호 친절’ ‘선한 행동’ ‘이득의 공유’ 등의 처방전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10장은 승가 공동체에서 더 큰 사회적 범위로 확대하는 데 필요한 여러 지침을 다룬다. 핵심은 ‘공정사회’ 수립에 있다. 사회의 기본 구조가 되는 가장 작은 단위의 관계들을 탐구하는 붓다의 말을 소개한다. 즉 가정생활, 즉 부모와 자녀, 부부 사이 등 가정의 평화로운 유지에 관한 붓다의 가르침이다.

▲저자 빅쿠 보디는?

1944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서 태어난 유대계 승려이다. 브루클린대에서 철학과를 졸업하고, 클레어몬트대학원서 철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공부를 마친 후 스리랑카로 건너가 유명한 학승 발랑고다 아난다 마이트레야 스님을 은사로 1973년 비구계를 받고 정식 승려가 됐다. 2002년 미국으로 귀국 후 작가와 번역가로 활동하며 많은 불교 서적을 펴냈다. 또한 2008년 가난과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나라들을 지원하는 ‘불교도 지구촌 구제회’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했다. 현재 뉴욕 카멜에 있는 장엄사(莊嚴寺) 서 머무르며 불법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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