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평론 열린논단

계간지 불교평론과 경희대 비폭력연구소가 공동주관하는 제106회 열린논단이 ‘안녕? 동남아 해양부 불교문화’를 주제로 1월 16일 불교평론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논단은 양승윤 한국외대 명예교수가 발제자로 한국불교 최초로 동남아 해양부 불교에 대한 현황과 전래과정 등에 대해 밝혔다. 이날의 강연 내용을 독자들에게 요약 발췌해 지상 중계한다. 정리=노덕현 기자

세계 최대 불교사원인 보로부두르 사원의 모습. 찬란했던 동남아 해양불교문화의 흔적이 남아있다.

 


주제 : 동남아 해양부 불교문화

양승윤 한국외대 명예교수

해양불교 중심 ‘말레이 반도’

오늘날 대륙부 동남아는 불교 문화권으로 자리 잡았고, 해양부는 이슬람과 가톨릭 문화권으로 크게 양분되어 있다. 해양부 동남아에서 불교문화를 다룰 국가는 스리비자야 왕국 시대 이래로 ‘믈라유’ 문화권의 큰 물결을 이룬다.

‘믈라유’는 오늘날의 말레이 반도를 말한다. 현재 해양부 동남아 불교문화가 잔존해 있는 나라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4개국으로 한정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필리핀을 포함해 5개국으로 외연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중심은 말레이 반도다.

고대 말레이 평정한 ‘스리비자야’

해양부 동남아 최초 불교왕국인 스리비자야왕국(650-1377)은 일찍이 수마트라와 말레이 반도 사이의 말라카 해협의 양안(兩岸)에 산재됐던 수많은 군소 무역왕국을 평정했다. 수마트라와 말레이 반도뿐만 아니라, 미얀마와 태국 남부로부터 쟈바와 칼리만딴(보르네오)을 거쳐 술루(Sulu) 해와 필리핀 군도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

해양 무역국가 사상 제공
세계최대 사원 탄생 배경
남亞 불교교세 신장 가능

무역왕국 스리비자야는 영토 확장을 통해서 왕국의 통치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었다. 교역 행위를 통한 상호 이익제고에 초점을 맞추었으므로, 해안 요지의 군소 무역왕국들은 큰 부담 없이 스리비자야왕국의 영향권으로 들어왔다.

唐이징 스님의 〈대당서역구법고승전〉

당(唐)나라 이징(義淨) 스님은 이러한 스리비자야 왕국으로 구법행을 떠났다. 스리비자야왕국 여행기 〈대당서역구법고승전(大唐西域求法高僧傳)〉과 〈남해기귀내법전(南海寄歸內法傳)〉이 이징 스님이 남긴 기록이다.

이징 스님은 스리비자야왕국에서 1000명이 넘는 승려를 발견했으며, 여러 나라에서 온 무역 상인들과 어울리고 있음을 전했다. 이징 스님은 이어 인도로 가는 학승(學僧)들은 한두 해쯤 스리비자야에 머무르며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추천까지 했다. 그는 12년에 걸친 당나라와 인도 간의 바닷길에서 만난 여행기를 통해서 인도와 스리비자야왕국 등 여러 나라의 불교 상황과 승려들의 생활상, 그리고 일반 서민들의 사회와 풍물에 관한 기록을 남겼다.

찬란한 해양불교 유산 ‘보로부두르’

스리비자야왕국의 발흥과 거의 같은 시대에 좁은 순다(Sunda) 해협을 사이에 두고 쟈바에서는 산자야(Sanjaya) 힌두왕국과 사일렌드라(Sailendra) 불교왕국이 등장하였다.

같은 경쟁국가를 둔 수마트라의 스리비자야왕국과 쟈바의 사일렌드라왕국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인도네시아 군도의 불교문화는 이 때 교류의 중심 사상으로 본격적으로 만개한다. 사일렌드라왕국이 산자야왕국을 대신하여 스리비자야왕국의 새로운 식량 공급원이 되며 현존하는 세계 최대 불교유적인 보로부두르(Borobudur) 사원도 축조됐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9세기 초에 축조를 시작하여 825년경에 완공된 것으로 전해진다.

보로부두르는 ‘바라(bara)’와 ‘부두르(budur)’ 등 두 단어의 합성어로 이루어졌다. 바라는 산스크리트어의 비하라(vihara)에서 차용하였는데, ‘사원이 있는 공간’을 뜻하는 비하라(bihara 또는 Wihara)로 쓰이고 있다. 부두르는 발리(Bali)어의브두후르(beduhur)에서 차용하여 부두르로 변형되었으며, ‘위 쪽’이라는 뜻이다. 보로부두르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위쪽의 절’ 또는 ‘윗동네의 절’이 된다.

화산 폭발로 타격입은 해양불교문화

산자야 힌두왕국과 결혼동맹으로 쟈바의 주도권이 산쟈야왕국으로 넘어 가면서 보로부두르 사원은 점차 관심에서 멀어졌다. 결정적인 변화의 계기는 1006년에 일어났다.

인근 머라삐(Merapi) 화산의 대폭발로 두 쟈바 왕국의 터전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보로부두르 사원도 이 때 화산재에 묻히게 됐다. 800년 넘게 흙더미에 묻혀 있던 보로부두르 사원이 적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토마스 스탐포드 래플즈(Thomas Stamford Raffles) 덕분이었다. 네덜란드의 식민통치를 받던 인도네시아 군도가 유럽 정세의 변화로 잠시 영국의 통치(1811-1816) 하에 놓이게 되었는데, 이 때 영국 총독으로 바타비아(쟈카르타)에 등장한 인물이 래플즈였다.

말레이어에 통달하고 말레이 문화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었던 그는 쟈바의 각종 고문서와 자료를 통해서 보로부두르 사원의 존재를 확신하고, 1814년 탐사에 착수하여 수개월 만에 발굴해 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보로부두르 사원은 다시 네덜란드의 수중에 놓이면서 고초를 겪었다. 여러 차례 대륙부 동남아로 진출을 시도했던 네덜란드는 다수의 보로부두르 불상의 두상 부분을 절취하여 태국 왕에게 진상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총 504기의 부처님이 모셔진 보로부두르 사원의 불상 중 약 35%는 두상 부분이 없다.

보로부두르 사원에는 총 2,500면의 부조(浮彫)가 있다. 이 부조에는 항해 중인 대형 선박들이 많이 나온다. 사일렌드라 왕조시대에 이미 인도네시아 군도는 해상 실크로드와 연결되어 있었음을 뜻한다.

현재 동남아 해양불교 위치는?

그렇다면 현재 동남아 해양부 불교문화의 현주소는 어떨까. 먼저 주요국가인 인도네시아를 살펴보자. 인도네시아는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대 인구대국으로 전체 인구 2억 7000만 명(2019년)의 87%가 무슬림인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이다.

인도네시아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더 나아가서 ‘모든 인간은 신의 피조물’이라는 등식이 적용되어 모든 국민은 국가가 보장하는 종교를 가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국가 종교로 이슬람 이외에 힌두교와 불교,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나아가서 유교까지 보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통계청의 2000년 인구센서스에 의하면, 전체 국민의 0.8%인 170만 명이 불교도다. 그러나 잠재적인 불교도는 이 수치 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2006년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서 태국 다음으로 전체 인구 대비 중국계 국민이 많다. 2019년 인구통계로 전체인구 3260만 명 중 23%인 760만 명이 중국계이다. 이 나라는 믈라유계가 69%로 가장 많고, 중국계 다음으로 인도계(7%) 순이다. 불교는 말레이시아에서 이슬람 다음으로 큰 종교로 중국계 국민들이 주 대상이다. 불교 분포를 나타내는 다양한 수치가 있는데, 약 20%를 중심으로 적게는 19%, 많게는 22%로 나타나 있다.

중국계 국민들이 주요 신봉하는 이 나라의 불교는 중국의 도교와 원시 형태의 불교인 마하야나 불교가 혼합된 형태이다.

싱가포르의 종족 분포는 2019년 통계로 전체 인구 580만 명 중 중국인이 74.1 %, 말레이계 13.4%, 인도계 9.2% 순으로 분포되어 있다. 여타의 소수 종족들은 유럽인과 중앙아시아인 등 3.3 %에 불과하다. 중국계가 대종을 이루듯이 같은 해 종교 분포도 중국계의 중심 종교인 불교가 33%로 으뜸이다. 190만 명이 불교도이다. 기독교가 19%, 이슬람이 14%, 도교나 중국 토속 신앙이 10%, 힌두교가 5% 순이다. 다종족국가를 상징하듯 기타 소수 종교(무신교 포함)가 18.5%나 된다.

싱가포르의 불교는 2500년 전에 전래된 것으로 믿어지는 석가모니 불교로부터 중국계 세계 이민들과 함께 들어온 전 세계의 다양한 현대 불교까지 혼재하고 있다. 또한 이 나라에는 수많은 불교종단과 불교재단이 있다.

동남아의 강소국이자 절대왕권의 이슬람왕국인 브루나이의 국토면적은 5270평방킬로미터로 제주도의 세 배쯤 된다. 인구는 45만 명(2020년 추계)이며 국민 평균 연령은 30세이다. 국제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는 2019년 브루나이 국민의 75%는 이슬람을, 기독교 9%, 불교 8%, 토착종교 6%라는 통계자료를 내놓고 있다. 중국계가 15%인 이 나라의 불교도는 14%에 육박한다는 자료도 있다.

필리핀의 초기 불교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다. 그러나 역사자료의 편린으로부터 필리핀군도에도 9세기경 불교가 전래되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마트라에서 쟈바와 보르네오, 술라웨시를 거쳐 필리핀 군도를 연결하고 있는 대순다열도의 일원인 필리핀도 6세기부터 13세기까지 순다열도 전역을 폭넓게 관장하고 있던 스리비자야 왕국의 영향권이었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2010년 인구센서스에서 필리핀의 불교도는 당시 인구 9200만의 0.05%인 46,558명으로 조사되었다. 2%에 달한다는 자료(Wikipedia)도 있다.

이러한 동남아에서 생활종교를 지향하는 불교계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교세가 신장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양승윤 명예교수는…

한국에서 동남아학의 초석을 쌓았다. 한국외대 말레이-인도네이시아어과를 졸업하고 1992년 경남대와 2002년 인도네시아 가쟈마다대에서 각각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표저서로는 〈인도네시아史〉 〈한국의 문화와 정치〉가 있고, 1998년부터 14년에 걸쳐 총 15권의 동남아학 총서를 펴낸 바 있다. 에세이로는 〈작은 며느리의 나라〉를 출간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