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관식 교수, 國博 학술지 〈미술자료〉서 주장

화기 없어 제작시기·작가 논쟁
수미단 왕실 존위 축원문 분석
왕비보다 앞에 있는 ‘자궁저하’
혜경궁 위상 높던 정조代 가능
‘삼세불회도’ 1790년 그린 원본
김홍도·이명기 등 畵師로 참여

화성 용주사의 삼세불회도. 가로 350cm, 세로 420cm 크기로 서양식 명암법을 활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화기가 없고 서양화법이 활용돼 제작시기와 작가에 대한 논쟁이 지속돼 왔다.

화성 용주사 대웅전 후불탱인 ‘삼세불회도(三世佛會圖)’는 서양화 기법이 활용돼 20세기 근대기 작품으로 추정돼 왔다. 하지만, “삼세불회도가 정조대에 김홍도 등이 조성했다”며 기존 해석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관식 한성대 예술학부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발간하는 학술지 〈미술자료〉 제96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용주사 삼세불회도는 정조 측근에 포진하고 있던 김홍도·이명기·김득신 등 궁중화원과 상겸 같은 왕실 화승들이 공동으로 작업해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용주사는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顯隆園)을 화성으로 옮긴 후, 1790년 조성된 능사(陵寺)다. 삼세여래체탱(三世如來體幀)으로도 불리는 이 탱화는 화가 등을 기록한 화기(畵記)가 없는 탓에 제작 시기를 두고 지난 50년간 논쟁이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형식과 도상이 19세기 후반 화승들이 그린 청룡사와 봉은사의 ‘삼세불회도’와 유사하고 서양화법이 도입돼 ‘19세기 조성설’이 제기되고 있었다.

하지만 강 교수는 논문에서 ‘삼세불회도’ 중앙에 쓰인 ‘왕실 존위 축원문’을 통해 이를 반박했다.

본래 왕실 존위 축원문에는 ‘주상전하(정조), 왕비전하(효의왕후), 세자저하(후일 순조)’로 쓰여 있었으나 이를 지우고 왕비 앞에 ‘자궁저하(혜경궁 홍씨)’를 추가로 넣어 개서(改書)한 점을 강 교수는 주목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현륭원의 재궁(齋宮)인 용주사의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 사도세자 아들인 정조와 부인인 혜경궁 홍씨임에도 불구하고 축원문에 혜경궁이 빠져있는 것을 보고 정조가 직접 지시해 개서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며 “이 개서는 용주사가 준공된 뒤 정조가 현륭원으로 원행해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용주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삼세불회도’를 친견했던 1790년 1월 17일에 이뤄졌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주상전하, 자궁저하, 왕비전하, 세자저하’라는 개서는 정조대의 특수한 전례를 따른 것”이라며 “‘자궁저하’를 왕비의 앞에 놓는 개서된 축원문은 현존 ‘삼세불회도’가 1790년 창건 당시 그려진 원본 진작임을 말해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한 강 교수는 구전돼 내려오는 작가에 대해서도 ‘팀 김홍도’를 주장했다. 그는 “현존 용주사 ‘삼세불회도’는 국왕 측인인 김홍보·이명기·김득신·상겸 스님 등 궁중화원·화승들이 공동작업해 조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조대에 발달했던 서양화법을 전면적으로 구사해 불화 역사상 유례없는 양식을 새롭게 창조했다”면서 “불화의 맥락이 아니라 궁중회화의 맥락에서 접근해야 20세기 초 서양화법 개채설이나 신작설이라는 상상의 허상에 빠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술자료〉 제96호에는 미술사 최신 연구 성과들을 담은 논문들이 수록됐다. 강건우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 학예연구사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포천 출토 철조여래좌상에 대한 소고’를 통해 철조여래좌상이 9세기 후반에 조성된 약사여래상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조성배경을 추정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실경산수화 특별전에 전시된 주요 작품에 대한 후속연구인 ‘16세기 실경산수화 이해의 확장: 〈경포대도〉, 〈총석정도〉를 중심으로’, ‘1788년 김응환의 봉명사경과 〈해악전도첩〉’, ‘과시된 효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인왕선영도〉’ 등도 실렸다.

한편, 〈미술자료〉는 1960년 창간된 국내 최초의 미술사 전문 학술지로, 한국미술사가 미개척 분야였던 시기 관련 자료의 발굴이 잇따르자 국립박물관으로서 미술사학계의 발전과 연구 활성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창간됐다. 매년 6월·12월 발간되며 학술논문 외에도 박물관 소장품을 비롯한 새로운 자료 및 서평, 국제학술대회 참가보고 등을 게재한다.

〈미술자료〉의 모든 논문과 총 목차는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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