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읽는 선이야기] 1. 법안종 3세 영명연수
[인물로 읽는 선이야기] 1. 법안종 3세 영명연수
  • 정운 스님/ 조계종 불학연구소장
  • 승인 2020.01.1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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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일치’ 사상 일군 선지식

송대 오며 선종 쇠락의 길
사상적인 간격 좁히기 위해
‘一心’ 표제로 종파를 회통
종경록 등서 선교일치 주창
법안종 3세 영명연수 선사의 진영. 혼란의 시대에 영명연수 선사는 ‘일심’을 통한 종파간 회통을 주창했다.
법안종 3세 영명연수 선사의 진영. 혼란의 시대에 영명연수 선사는 ‘일심’을 통한 종파간 회통을 주창했다.

선종은 당나라 중엽부터 당나라 말기 5대까지 200여 년간 훌륭한 선지식이 배출되면서 선풍이 풍미했던 르네상스였다. 선종 5가 가운데 법안 문익(法眼文益, 885~958)이 개산한 법안종은 가장 마지막에 성립되었다. 송나라로 들어서 선은 공안선과 염불선으로 발달하는데, 그 원류 역할을 했던 선사(연수·도원)가 법안종의 3세이다. 

공안·염불선 시대 배경은
영명 연수(永明延壽, 904~975)가 선풍을 전개하며 활동을 전개할 무렵은 당대 말기 5대 10국 시대이다. 문화적으로나 종교적으로 흥성했던 시대가 무너지면서 대륙은 크고 작은 나라로 분열되어 정치·문화·경제·사회·종교 등 각계각층이 혼란한 시기였다.

융성하게 발전되었던 선종도 5대 송대 초기로 접어들면서 차츰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면서 종파의 특징을 논하고, 종파간의 우열을 논하였다. 크게는 선교의 대립적 구도요, 작게는 선종 각 분파간의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때 연수는 불교 종파간은 물론, 선종 간에도 사상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일심(一心)’이라는 표제로 모든 종파를 회통하며, 전체불교를 통합하고자 시도하였다. 연수는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불교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고민한 뒤 그 해법을 제시한 탁월한 식견가라고 할 수 있다.

영명연수의 행적
법안종 3세 영명 연수는 904년 절강성(浙江省) 임안부(臨安府) 여항(餘杭) 출신이다. 일찍이 불법에 뜻을 두어 오신채를 먹지 않았고, 20세부터는 하루 한 끼 식사를 하며 〈법화경〉을 독송했다. 연수는 28세에 ‘화정진장(華亭鎭將)’이라는 관리로 활동했는데, 군용으로 사들인 생선과 새우 등을 모두 방생하였다. 연수는 이 일로 체포되었으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함으로서 누명을 벗고 석방되었다.

이후 연수는 옥에서 풀려난 뒤 31세에 취암영삼(翠巖令參)을 스승으로 출가하였다. 이후 천태 덕소(天台德韶, 890~972)를 만나 절강성 국청사에 머물렀다. 연수는 법화참법을 닦을 때, ‘일생동안 선정에 들고 간경하며, 수많은 정진력으로 정토를 장엄한다(一生禪定誦經 萬善莊嚴淨土)’라고 적힌 심지를 일곱 번이나 뽑았다.

이로부터 연수는 일생을 참선하며 염불할 것을 서원하였다.  이후 명주(明州) 설두산(雪竇山)에 머물 때는 매일 아미타불을 염하고, 행도발원(行道發願) 등 108종의 불사를 행하였다. 960년 항주 영은산 신사, 961년 사주(師州) 영명(永明) 정자사(淨慈寺) 등에 머문 뒤, 다시 천태산에 들어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계를 주었다. 975년 세납 72세, 법랍 42세로 입적하였다. 이후 황제로부터 지각선사(智覺禪師) 시호를 받았다. 연수의 저서로는 〈만선동귀집〉과 〈종경록〉이다.

중국 절강성 항주 정자사 전경. 영명연수 선사는 정자사에서 머물며, '종경록'을 저술했다.
중국 절강성 항주 정자사 전경. 영명연수 선사는 정자사에서 머물며, '종경록'을 저술했다.

연수의 저서 ‘종경록’
〈종경록(宗鏡錄)〉은 연수가 전체 불교를 통합하고 시대에 부응코자 편찬한 저서이다. 〈종경록〉은 100권으로 되어 있으며, 종밀(宗密, 780~841)의 뒤를 이어 선교일치를 체계화함으로써 중국 불교를 재편한 것으로 평가받는다(961년). 한편 선교일치를 주장하면서 종밀의 입장과는 다른 선교일치론으로 선사상을 체계화하였다.

〈종경록〉의 구성요소 및 내용을 분석해 보면, 핵심 키워드는 선교일치·선정일치·삼교일치로서 일심이 전체 내용을 관통하고 있다. 

첫째, 선교일치(禪敎一致)이다. 연수는 천태·화엄·유식·정토·율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해서 선교원융을 주장했다. 연수는 선을 우위에 두고, 선교일치를 주장했으며 일심을 바탕으로 선교를 회통하였다.

둘째, 선정일치(禪淨一致)이다. 불교가 중국에 유입되면서부터 정토사상은 늘 불교사와 함께 흘러왔다. 곧 선정일치를 연수가 최초로 주장한 것은 아니지만, 극명하게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선정합일을 주장한 승려는 연수가 처음이다. 연수의 선정일치를 근거로 송대 이후 청나라 말기까지 염불선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 점은 〈만선동귀집〉에서 자세히 거론한다.

셋째 삼교일치(三敎一致)·삼교융합이다. 물론 삼교에 대한 주장은 연수 이전인 종밀에게도 나타나고, 송나라 때에 여러 선사들도 주장하였다.

연수의 저서 〈만선동귀집〉
〈만선동귀집(萬善同歸集)〉은 선과 염불정토의 겸수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선정일치는 중국에서 연수가 처음 시도한 것은 아니다. 〈법화경〉에서는 “나무불 한번만 불러도 모두 이미 불도를 이룬다.”라고 하면서 모두 제법실상을 증득할 수 있다고 하였다. 마명보살은 〈대승기신론〉에서 “정토법문은 가장 수승한 방편”이라고 하였고, 용수보살은 〈십주비바사론〉에서 “정토법문은 쉽게 행하고 빨리 불도를 이룰 수 있는 도”라고 하였다. 한편 천태 지의는 ‘십의론(十疑論)’을 설하며, 서방극락세계에 전념할 것을 말씀하셨다.  
 
그런데 연수는 정토를 말하며 선과의 일치를 강조하였다. 송대 이후 중국 선종은 선정일치의 선풍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선과 정토의 일치에 대해서는 타방정토(他方淨土)가 아닌 자성미타(自性彌陀) 유심정토(唯心淨土)를 말한다. 물론 유심정토는 육조 혜능(638~713)도 〈단경〉에서 “마음이 청정하면, 곧 이것이 자성(自性)의 서방정토(西方淨土)”라고 하며, 누누이 주장했던 바이다.

그의 정토사상은 일심을 종(宗)으로 하며, 이사(理事)의 두 방면을 밝혀 선정쌍수를 권함과 동시에 이(理)에서 사(事)의 방면으로부터 그 자내증을 위하여 칭명염불을 닦고 서방왕생을 추구하였다. 또한 ‘참선염불사료간(參禪念佛四料簡)’ 게송을 지어 선정쌍수(禪淨雙修)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런 점으로 인해 연수는 법안종 3세인 동시에 송대 정토교의 백련사 7조 중의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연수가 불교사에 미친 영향
첫째, 연수가 주장했던 선교일치·선정일치·삼교일치 사상은 송대 이후, 중국불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청나라 말기 태허(太虛, 1890~1947)는 〈조계선지신격절(曹溪禪之新擊節)〉에서 ‘연수의 사상으로 인해 중국 선종의 선이 모호해졌으며, 선종 특색이 사라졌다’고 비판하였다. 하지만 후대 중국불교의 흐름을 제시한 공헌자라는 점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다. 

둘째, 우리나라 고려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 천태종의 원묘 요세(圓妙了世, 1163~1245)는 강진 만덕산에서 천태 사상을 기반으로 참회(법화삼매참)와 정토가 겸비된 백련결사(白蓮結社)를 주관하였다(1236년). 요세는 연수의 “천태의 묘해(妙解)에 의지하지 않고는 수행의 120가지 병(病)을 벗어날 수 없다”는 내용에 감득하고, 선에서 법화 사상으로 전향하였다. 곧 요세는 송대 백련결사를 본받아 결사한 것이다.

한편, 고려 초기 4대왕 광종(949~975 재위)이 연수의 <만선동귀집>을 읽고 감동을 받아 36명의 승려를 송나라에 유학 보냈다. 유학에서 다녀온 승려들 중 일부는 대각국사 의천이 종파를 통합할 때, 중심세력이 되기도 하였다. 

법안종 3세 승천도원
승천도원(承天道原, 생몰미상)은 천태덕소의 제자로서 법안종 3세에 해당한다. 도원이 편찬한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30권은 후대 공안선, 즉 간화선이 나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 점은 다음에 거론키로 한다. 이 책은 경덕 원년(元年)인 1004년에 엮어져 ‘경덕’ 명호를 붙였다. 양억(楊億)이 교정하고 진종(眞宗)에게 상진하여 입장(入藏)이 허락된 선종 사서이다.


〈경덕전등록〉에는 과거 7불로부터 서천(西天)28대~동토(東土)6조~법안종 법안 문익에 이르기까지 1701명 선사들의 기연(機緣)을 언급하고 있다. 정확히 951명이고, 그 외는 선사들의 이름만 전한다. 이 책은 당대 선종의 역사와 그 유래를 서술하고 있으며, 선사들의 선시·오도송·선문규식(禪門規式)·법계(法系) 등 다양한 내용이 전한다.

〈경덕전등록〉은 801년 〈보림전〉, 952년 〈조당집〉을 이은 선종의 사서이며, 〈전등록〉 가운데 대표적인 문헌으로 선종의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이 〈전등록〉에 영향을 받아 남송 때, 보제(普濟)에 의해 〈오등회원(五燈會元)〉이 편찬되었다(1252년). 즉, 〈보림전〉→ 〈조당집〉→ 〈경덕전등록〉→ 〈오등회원〉이다. 한편, 〈경덕전등록〉에는 우리나라 나말여초 승려들의 행적도 전하고 있어 한국불교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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