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정부 ‘인도시민 국가등록’
망명 티베트인 등 곤란 겪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보드가야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불공을 올리는 각국의 스님들. 사진출처=아웃룩인디아

불법 이민자 색출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애꿎은 불교도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1214, 인도의 힌두스탄 타임즈는 인도 정부에서 추진하는 불법 이민자 색출제도로 불교성지 보드가야에 거주하는 불교도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정부는 지난달 불법 이민자들을 색출하게 위해 전국적으로 인도시민 국가등록(National Register of Citizens of India; NRC)’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NRC는 적법한 방법으로 인도의 시민권 내지는 영주권을 가진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제도다.인도 동북부 아삼주()에서 등록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해당 제도는 소수 집단을 겨냥한 인종청소라고 비판받았다. 아삼 주에서 등록을 거부당한 이주민의 대부분이 무슬림이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다시 시민권을 획득하기까지 수년 이상 걸린다는 게 그 이유다.

한편 제도의 시행으로 애꿎은 불교도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인도 불교의 고대유적들이 산재한 비하르주에는 주 인구의 0.02%인 약 25000여 명의 불교도들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부처님의 성도성지인 보드가야에는 세계 40여국의 사찰이 있으며 각각 수백 명의 출가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는 3~4대 이상을 거주한 수천 명의 불교도들도 다수 있다.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아 인도로 망명한 티베트 출신의 한 스님은 현 제도에서 조상의 혈통에 관한 문서의 증빙을 요구하는 것을 꼬집어 망명 티베트인들이 인도에 거주했던 조상과 혈통에 관한 문서를 요청받는 것은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스님은 티베트 난민은 이미 난민의 삶을 살고 있으며, 망명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었는데 또 다시 NRC 등록제도로 추방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하르주 관광개발공사의 무케시 쿠마르(Mukesh Kumar)지난해 보드가야를 방문한 15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은 특히 불교신자의 비율이 높고, 그 중 대다수가 관광 비자를 갱신해 가며 10년 이상 보드가야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보드가야의 한 티베트 사찰의 주지를 맡고 있는 텐진 스님은 망명 티베트인들과 많은 불교도들의 지위가 명확치 않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계속해서 우리가 이곳에 살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하며, 미래를 낙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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