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녹색 패션으로 겨울나기
[환경칼럼] 녹색 패션으로 겨울나기
  • 천미희 한마음선원 부산지원 기획실장
  • 승인 2019.12.13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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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서둘러 겨울옷으로 갈아입었다. 오리털 파카나 밍크코트 등 보온성이 높다고 알려진 겉옷이 없기 때문에 나는 늘 옷을 여러 겹으로 겹쳐 입는다. 겹겹이 입은 나의 옷차림은 때론 거추장스럽다. 실외활동이 많지 않고 실내 난방이 잘 되어 있다 보니 더욱 그렇다. 추위를 유난히도 많이 타는 나 같은 사람이 모피 한 벌 없어도, 오리털이나 거위털 패딩 없어도 겨울나기는 거뜬할 정도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우리나라 모피 시장은 점점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중년들이나 입는 것으로 생각했던 모피가 젊은 층까지 공략하면서 우리나라는 모피 생산과 소비에서 세계 1위라는 기록을 유지중이다. 그런데 밍크코트 한 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면 그 기록이 얼마나 불편한 수치인지 알게 된다.

한 벌의 밍크코트를 위해 밍크 50여 마리에서 많게는 400여 마리가 희생당한다. 또한 여우 가죽을 얻기 위해 사육되는 여우는 0.5의 공간에서 지내게 되는데, 이는 야생여우 활동 공간의 25만분의 1이다. 게다가 여우는 모피를 위해 도살될 때까지 그 좁은 공간 안에서 7년이라는 기간을 지내게 된다고 하니 가히 상상 초월의 고통이 가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엔 도살의 고통 속에 생명을 내어 놓고야 만다. 심지어 윤기가 좋다는 이유로 산 채로 가죽을 벗긴다니 상상조차 싫어지는 현실이다.

모피를 위해 희생되는 동물을 찍은 영상 앞에서는 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죽을 얻기 위해 도살되는 동물들을 보면서, 또 털을 깎이고 뽑히며 고통 받는 양과 오리들의 처참한 영상을 보면서 마음 아파하지 않을 이 몇이나 될까? 수많은 양들은 털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기온이 맞지 않는 지역에서 대량 사육되고 배변조차 곤란할 만큼 살아간다. 오리털을 얻기 위해 수많은 오리들로부터 강제로 털을 뽑는 장면은 생지옥과 다름없었다. 그 이후로 오리털 파카는 내 구매목록에서 삭제됐다. 여전히 신발장이나 옷장에 오래전 선물 받았던 양털 부츠가 놓여 있고 오리털 조끼가 걸려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생명체의 고통으로 내 추위를 피하고 싶지 않다는 원칙은 확고하다.

모피도 안 되고 오리털도 안 되고 양털도 안 되면 뭘 입으라고? 이렇게 항의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동물 학대 없는 재료로 만든 패션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폴리에스터 충전재나 웰론 소재로 된 안감의 옷은 동물 털만큼의 보온성을 준다. 이왕 구입한 옷은 다른 생명에게 감사하며 고맙게 입더라도 동물 털 소재 옷을 사는 일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모피 옷을 입고 싶게 만들 때 그것을 참아준다면 생명들을 덜 괴롭게 하는 좋은 일이다.

우리는 모피코트 없이 살 수 있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다는 걸 잊지 않는다면 올 겨울, 모피 코트를 구입목록에 올렸더라도 지울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이 가진 최고의 덕목인 연민과 공감을 포기해선 안될 일이다. 우리의 패션을 위해 고통 받는 동물들을 향한 연민과 공감, 그리고 생명들을 위한 따스한 마음내기로 올 겨울 한파를 이겨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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